삶의 여정/낭만 6

붉은 머리 애인을 추억함

2년 전 오늘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지요. 이제 새 애인이 생겼습니다. 오늘 시점에서 수정해 올립니다. .붉은 머리 애인을 추억함 2년 전 애인과 마지막을 보낸 버킹검 궁전 앞에서 새애인과 함께 2019년 1월 일본 유후인에서 .생각해보니 십년이 넘었구나. 유럽의 어느 공항에서 너를 만난지가. 너를 보는 순간 우리가 생을 함께 하는 건 운명이었다. . 너의 붉은 입술이 내 목을 핥을 때의 그 황홀함... . 추운 날이 되면 내가 너의 애무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느냐 . . 내겐 너외에도 옐로우와 그레이 두 친구가 있었잖니. 아침이면 그들도 얼마나 애절하게 내 간택을 바랐을까. . 나는 그들에게 너무나 쌀쌀했구나. 눈길도 안주고 너에게 손을 내밀 때 그들은 얼마나 나를 야속하다 했을까. . 그렇게 사랑한..

가을초상

2016년 10월 11일 나는 런던대학의 한 도서관에 있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 앉아 글을 쓰다가 창문 밖을 바라다 보았다. 가을 하늘은 맑고 볓은 찬란했다. 그런데 갑자기 뭉게구름이 만들어지더니 날씨는 갑자기 스산한 오후를 만들고 한 줄기 바람에 나뭇잎은 우수수 떨어졌다. 그 때 시상이 떠올라 쓴 시가 '가을 초상'이다. 2017년 가을 런던에서 한 시간 떨어진 해변도시 헤이스팅스에서 가을 초상. 문득 바라본 도서관 창문 밖 하늘 10월 마지막 햇살 눈이 부신데 뭉게구름 살며시 다가와 훼방 놓는 오후 문득 바라본 도서관 창문 밖 나무 한 그루 10월 마지막 산들바람 춤을 추는데 먹구름 샘을 내 빗방울로 변하더니 후두둑ㅡ떨어지는 나-뭇-잎 문득 바라본 도서관 거울 속 한 사람 10월 마지막 낭만 눈가에..

밤하늘의 별 하나를 발견하는 것보다 어렵고 위대한 일

밤하늘의 별 하나를 발견하는 것보다 어렵고 위대한 일 20여 년 전 처음으로 북경을 갔을 때 거기서 만난 중국 율사 한 분이 이런 말 한 게 기억난다. “좋은 식당 하나 발견하는 게 밤하늘의 별 하나를 발견하는 것보다 어렵고 위대하다.” 나는 이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이 말은 물질을 중시하는 유물론자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음식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모든 인류에게 해당하는 말이리라. 이런 이유로 나는 오랜 기간 알게 모르게 좋은 식당을 찾아다녔다. 이게 내가 즐기는 낭만기행이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여기서 말하는 좋은 식당이란 값비싼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다. 그곳은 서민을 위한 식당이지만 특별한 맛을 내는 집을 말한다. 칼국수는 어딜 가도 있지만 맛은 천차만별이지 않는가. 10년 전 학교로 옮..

가을 남자

가을 남자 어느새 가을이 무르익었다. 어딜 가도 울긋불긋 세상이 온통 화려한 정원이다. 이 좋은 날, 근교에 나가 사진을 찍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신념으로 나를 찍었다. 찬란한 단풍도 오늘만은 참아다오, 오늘 주인공은 너희들이 아니고 '내'니라. 가을 남자 한 남자가푸르른 하늘 우러러 보기 부끄러운 날노-란 나뭇잎 눈발처럼 휘날려 포도를 덮는 날힘빠진 햇살 마지막 안간힘으로 대지를 덥힌 날소슬바람 맞으며가을 속으로 걸어간다서울 남부순환로 2015년 10월 24일 서울 하늘 도봉산의 가을(경희대 정형근 교수님 촬영)

박 조르바를 꿈꾸며

박조르바! 터키 마르마라 해협을 건너는 선상에서, 멀리 트로이를 바라다 보는 나를, 누군가가 찍었다. 나는 예전부터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 아래 내 몸을 던지고 싶었다.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면서 자유인 조르바를 동경했다.나도 그처럼 자유를 얻어 하늘 높이 훨훨 날고 싶었다.카잔차키스가 말하는 조르바는 이런 인물이었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그리스인 조르바, 이윤기 역, 22쪽) "지금 세상이 아닌, 좀 더 원시적이고 창조적인 시대였다면 조르바는 한 종족의 추장쯤은 넉넉히 했으리라. 그는 앞장서서 도끼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