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소설 14

어느 재벌가 이야기

소설 아닌 소설(14) 어느 재벌가 이야기-항공재벌 호양조 휴먼 스토리- .호양조 회장이 조양호 일가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제 나이 80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간단하게라도 지난날을 회고해 달라고 하니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한마디 하겠습니다. .제 이름 호양조, 희성의 가문입니다만, 제 선대는 대한민국 최대의 항공회사 한국한공을 만들어 굴지의 재벌이 되었습니다. 저는 금수저를 입에 물고 세상에 나왔습니다. 누구보다 좋은 환경에서 잘 먹고 좋은 교육을 받았습니다. 외국 유학도 다녀오고 여행을 좋아하는 지라 세계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이렇게 살아왔지만 제 마음 속엔 항상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죄스러움이 있었습니다. 선대가 만들어 준 부가 과연 온전히 내 것일 수 있을까? 그 부를 내 마..

SNS 소설 2018.04.19

어느 부고장

소설 아닌 소설(13) .어느 특별한 부고장 . 상호의 애완견 '진주' ⓒ위키피디아 1.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죽음, 그것만큼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은 없으리라. 내 고교 동창 최상호에게 그 아픔이 찾아 왔다. 며칠 전 동창생 몇이 모여 저녁을 먹으며 이 슬픈 사연을 접게 되었다. 상호는 여행업으로 제법 큰 기업을 일군 사업가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에게 우환이 닥쳤다. 바로 사드배치 여파였다. 주된 고객이 중국 관광객들이었는데, 사드배치 이후, 중국의 보복으로 일시에 중국 유커들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회사는 부도가 났고, 가지고 있던 재산마저 다 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렸다. 20년 간 해온 사업이 이렇게 단 몇 달만에 거덜이 났다. . 2. “승섭아, 이제 모든 게 끝났다. 내 인생에서..

SNS 소설 2017.10.07

박판석옹 분투기

소설 아닌 소설(12) 박판석옹 분투기. 폴 세잔의 '예술가의 아버지'(1861),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세잔의 아버지는 은행가로 부유한 사람이었다. 항상 아들을 지원했고 화가로 성장하는데 지대한 도움을 주었다. 세잔은 존경하는 아버지를 이렇게 묘사했다. 1. 박판석 옹, 올해 88세. 연세에 비해 허리도 꼿꼿하고 걸음걸이도 씩씩하다. 눈매까지 날카로우니 예사로운 분이 아님이 분명하다. 박옹의 이력을 좀 이야기하자면 한국 전쟁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박옹은 전쟁이 한창일 때 국군 장교로 임관해, 전쟁 막바지 철의 삼각지대 중 하나로 알려진 김화에서, 소대장으로 인민군과 격전을 벌렸다. 밀리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생각으로 전투에 임했고 기어코 고지를 지켜냈다. 그에게 지금도 보배 중 보배는 당시 받..

SNS 소설 2017.10.04

안상준 변호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설 아닌 소설(11) 안상준 변호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 안상준 변호사. 올해 40세. 변호사 경력 10년 째. 그는 조그만 법무법인에서 일하며 시민단체에서 활발하게 인권운동을 하는 친구다. 나하고는 변호사 경력으로 꼭 20년 차가 나니 까마득한 후배다. 하지만 무슨 운명인지 우리는 큰 격의 없이 변호사 동료로 지낸다. 법조계의 기수문화에도 불구하고 그와 나는 뭔가 통하는 게 있는 모양이다. 나는 늘 그의 활동을 눈여겨보고 가끔 이런 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그도 나를 무척 따른다. .2. “아, 안 변호사님, 왜 그리 비협조적이십니까? 접견하는 장면 사진 찍으면 왜 안 됩니까? 그것 찍어서 기록에 편철하려고 합니다. 하도 접견과 관련해 이의를 많이 하시니 저희들도 욕 먹기..

SNS 소설 2017.08.12

천하제일 효자 피상준 박사

소설 아닌 소설(10) .천하제일 효자 피상준 박사.1. 내가 그 친구를 제대로 알게 된 것은 지난 10년 어간의 일이다. 학교 후배이긴 하지만 7-8년 후배인지라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이름 피상준. 당49세. 민법학 박사. 현 직업 대학시간강사. 그가 있는 곳은 법대 도서관 지하 캐럴. 생각해 보니 이 피박사가 지난 10년간 나와 가장 자주 점심을 먹은 친구다. 그만큼 피박사는 내게는 편한 존재다. 피박사도 다른 선배와는 달리 나를 잘 따른다. 내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기 때문인 모양이다. 나이차를 떠나 말을 잘 들어주면 사이는 가까울 수밖에 없다. .2. “피박사, 오늘 점심은 오랜만에 거기 한번 가세. 이 삼복더위에 몸 축났겠다. 몸보신 좀 해보세.” “선배님, 고맙습니다만..

SNS 소설 2017.08.08

‘개천에서 난 용’에 대하여

소설 아닌 소설(9) ‘개천에서 난 용’에 대하여 1.무릇 인생이란 주제로 소설을 쓰는 작가는 직접 경험이 많을수록 좋다. 어떤 때는 한 없이 쓰고 또 어떤 때는 한 없이 달달한 그것을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서 어떻게 인생을 리얼하게 묘사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나는 천혜의 소설가적 운명을 타고 났다. 내 주변엔 이 쓰기도 하고 달기도 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매일같이 들으며 살아왔다. 적어도 지난 한 세기 동안 내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아서 적절히 소설적 기법으로 옮기기만 하면 그대로 인생 소설이 될 것이다. 지금 내 마음은 담담하다. 어떤 비보가 들려도 그러려니 하면서 산다. 내게 죽음이 온다 해도 그럴 것 같다. 많은 아픔을 보아왔으니 더 큰 아픔..

SNS 소설 2017.02.20

X 같은 세상

소설 아닌 소설(8) .(이 글은 소설 아닌 소설입니다. 저는 선생으로서 요즘 제일 어려운 게 진로지도입니다. 도대체 학생들 앞에서 할 말이 없습니다. 이 시대 우리 젊은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것은 제가 젊었을 때 경험한 것과는 너무 다릅니다. 꿈을 갖고 살라, 근면성실의 자세로 살라, 이렇게 말하는 게 젊은이들에게 얼마나 감동을 줄 수 있을까요. 우리는 지금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고도성장기를 살아온 우리 세대가 이해하기 힘듭니다. 저는 어제 졸업식장에서 있으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 상황을 리얼하게 써볼까 생각했습니다만 프라이버시 문제도 있고 해서 한편의 소설 아닌 소설을 썼습니다. 소설이지만 정말 우리 사회에서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슬픈 이야기입니다.) .X 같은 세상 .1.다..

SNS 소설 2017.02.17

어느 형제 K와 H

소설 아닌 소설(7)어느 형제 K와 H 어느 집안의 형과 아우 이야기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내게도 형제가 있고 그 관계가 오늘 이 형제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로선 동병상련을 느끼는 바다. H는 환갑의 나이로 몇 년 전 불치병이 찾아와 병상에 누워 있다. 동생 K는 유명대학의 교수인 바,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내고 있어, 세상에 꽤 알려져 있는 학자다. 1. 어두워질 무렵 K는 학교를 나서 택시에 올라탔다. “강남 인터콘티넨탈 호텔로 갑시다.” 오늘 대한변호사협회 이사회가 거기에서 열린다. 회의장에 들어서자 많은 이사들이 일어서 K를 맞는다. K는 변협회장과 함께 회의장 맨 앞의 헤드 테이블에 착석했다. 사회자가 K의 이름을 불렀다. “귀하는 각고의 학문적 연찬을 통해 수준 높은..

SNS 소설 2017.02.15

배반의 계절에도 별은 빛난다

소설 아닌 소설(6) 배반의 계절에도 별은 빛난다 (오랜만에 '소설 아닌 소설' 시리즈를 썼습니다. 제가 만들어가는 SNS 소설입니다. 세상에 대하여 무언가 말하고 싶은데 그냥 맨 정신으로 말할 수 없어 이런 글쓰기를 시도합니다. 읽고 오해하지는 마십시오. 이것은 소설 같지 않지만 진짜 소설입니다.) #1“강교수가 문화부 장관에 지명되었다면서. 야, 그 사람 나 그렇게 안 봤는데... 언제부터 BH에 줄을 대고 있었나.”“허허. 모르고 있었어. 그 사람이 지난 대선 때 그거 있잖아, 그 자문단. 강교수가 그 자문단의 숨은 실세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지.”“그래? 난 몰랐는데. 하기야 그 사람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이 변한 것 같더라. 그렇게 열심히 논문 쓰고 책 내고 하던 사람이 언젠가부터 글이 안..

SNS 소설 2015.11.02

눈카마스

소설 아닌 소설(4)눈카마스 1. 6월 4일 저녁이 다가온다. 나는 천주교 신자가 아님에도 매년 이날 저녁 7시가 되면 성당을 찾는다. 저녁 미사를 보면서 추모할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내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었다. 그를 추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그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그 약속을, 나는 오늘도 지켜야 한다. 성당의 종소리가 들린다. 나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2. 1995년 6월 7일 아침이었다. 나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 그 순간을 똑똑히 기억한다.“어, 이게 뭐야. 김수상? 어디서 들어 본 사람인데...” “여보, 누구? 김수상이 뭐하는 사람이야”“아ㅡ ” 내 입에서 장탄식이 터졌다.그날 조간 맨 뒷면 사회면에는 이런 기사가 1단으로 나와 있었다. “김수상, 27세, 대전..

SNS 소설 201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