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포효 6

‘5천 년 역사 최고 행복세대의 오만’, 몇 가지 해명

‘5천 년 역사 최고 행복세대의 오만’, 몇 가지 해명 .엊그제 쓴 ‘5천 년 역사 최고 행복세대의 오만’이란 글이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공간을 넘어 조선, 중앙 등 보수매체까지 기사화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SNS를 주시하는 기자들이 호시탐탐 기사거리를 찾고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예기치 않은 보도였지만 결과에 대해선 불만은 없다. 그 글이 우리 청년문제를 보는 기성세대의 관점을 보정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글쓴이로서는 기쁨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 글을 약간 오해하는 독자가 있는 것 같아 그 글의 취지를 보다 분명히 하고 싶다. .첫째, 그 글에서 말하는 ‘행복세대’의 정체다. 여러 반론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베이비부머 세대 중에서도 행복을 누리며 사는 이는 그리 많지 ..

지금, 민변 없는 대한민국을 생각할 수 있는가

지금, 민변 없는 대한민국을 생각할 수 있는가 어제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건‘과 관련해 지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선 우리 인권사에서 길이 남을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짧은 글이었지만 반향은 컸다. 수많은 페친들이 관심을 보여주었고, 글을 외부로 퍼트려주었다. 급기야는 몇 개 언론매체에도 소개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느 분이 메일을 보내왔다. 요지인즉, 위정자도 생각하고, 남북관계도 고려해, 자중하라는 글이었다. 2년 전부터 SNS에 활발히 글을 올리다보니 가끔 이런 메일이나 우편물을 받는다. 언뜻 보아도 특정 세력이 보낸 경고장 같아, 마음이 편친 않으나, 나는 이런 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다. 그 내용이 직접적으로 나를 협박하지 않는 한, 그저 나와 뜻을 달리 하는 사람..

분노할 땐 분노하자,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길 원한다면

분노할 땐 분노하자,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길 원한다면 내가 지금 어느 소 영웅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나도 이제 이런 일에선 해방되고 싶다. 이런 일은 후배들이 해주기를 바란다. 그게 솔직히 내 마음이다. 나는 오늘 누구에게 미루지 않았다. 나는 일어섰고 분노를 폭발하고 말았다. 나는 방금 전에 인천공항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젯밤 기내에서 한숨도 못 잤으니 몸은 천근만근 무겁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글을 쓴다. 잊지 않기 위해, 이런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을 거라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나는 지난 9일간 미얀마를 다녀왔다. 두 번째 미안마여행이었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세계 3대 불교성지로 불리는 바간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이 여행은 매우 특별하고도 즐거운 여행..

송년회에서의 애국가 제창? 좋습니까?

송년회에서의 애국가 제창? 좋습니까? 송년회 철이 되었다. 나도 두어 주 전부터 저녁이 되면 송년회에 다녀오는 일이 잦다. 원래 술 마시고 흥청대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니, 잠간 얼굴 보이고 친한 동창 만나 약간 담소 나누다가, 자리를 뜨는 게 다반사다. 이 송년회를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 송년회 자리에서 애국가 부르고,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어제 송년회에선 급기야 호국영령들에 대한 묵념까지 했다. 왜들 이러는가. 가장 사적인 자리에서 왜 국가(國家)를 불러들이는가. 사진 잘 찍어 청와대에 보내 무슨 애국 동창회상이라도 받으려고 하는지... 어제 동창회에선 한순간 왕짜증 폭발 직전까지 갔다. 한국 사람들이 아무리 배워도 개인과 국가의 관계를 잘 구별하..

지식인의 글쓰기

지식인의 글쓰기 오늘이 한글날입니다. 솔직하게 말해, 저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자긍심을 갖고 산 적이 별로 없습니다. 해외에 나가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할 때, 한국역사와 문화를 자주 생각해 보았지만, 외국인들에게 딱히 자랑할 만한 게 별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저로 하여금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해 무한 긍지를 가져다주는 게 있습니다. 바로 한글입니다. 인류역사상, 모든 사람들이 알기 쉽게 자신의 언어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를, 인위적으로 만든 예가 한글 외에 또 어디에 있습니까. 그 목적성과 그 과학적 수준을 어느 문자 체계가 따라올 수 있습니까. 그런 이유로 저는 오늘이 5천 년 민족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국경일로 대대손손 경축하는 것은 우리들의 의무입니..

스승은 항상 경모의 대상인가

스승은 항상 경모의 대상인가 승효상 선생은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가이다. 그의 인문적 정신은 기능주의에 함몰된 다른 건축가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문필가로서의 능력도 탁월하다. 그의 글들은 마치 예술적인 건축물을 보는 듯 탄탄하면서도 아름답다. 하지만 나로서는 유감스런 점도 많다. 특히 그의 스승에 대한 경모는 내 맘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의 스승은 한국 최고의 건축가라 불린 김수근.그가 남긴 건축물은 척박한 대한민국 현대건축사 속에서도, 하나의 자존심이라고 했다지만, 나는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오늘 승효상 선생은 경향 칼럼을 통해 자신의 스승에 대해 최고의 헌사를 썼다. 스승은 암울한 시대의 거장이었으며 선각자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스승을 알아주지 않는 이 시대를 원망했다. 스승이 설계한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