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ssays 68

캄비세스 왕이 대한민국에 온다면...

캄비세스 왕이 대한민국에 온다면... 제라드 다비드, , 1498년, 목판에 유화, 브뤼헤 시립미술관 소장 사법살인으로 기록된 오판의 사법사 며칠 전 법조 선배이신 한승헌 변호사님이 쓰신 를 읽으면서 이 대목에서 한참 눈을 감고 생각했다. “권력의 이익과 눈치에 부응하여 신성한 재판을 그르친 사법부는 그 부끄러운 과오를 통렬히 참회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이 나라의 사법부가 위정자 내지 사회지배세력의 입김에 휘둘려 민주사법의 본질을 소홀히 하는 그 어떤 오류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책머리에) 해방 이후 우리 사법부엔 과가 많다. 정의의 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조작사건으로 판명되었지만 박정희 정권 하에서 일어났던 인혁당 사건에선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고나서 18시간 만에..

인간의 본능을 그린 화가, 그가 만든 20 세기-구스타프 클림트 이야기-

인간의 본능을 그린 화가, 그가 만든 20 세기 -구스타프 클림트 이야기-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1907-08, 클림트의 대표작이다. 직사각형 문양은 남자의 정자, 타원형과 꽃 문양은 여자의 생식력 상징한다. 두 남녀는 완전히 밀착되어 거의 융합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난 20여 년간 꽤 많이 유럽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스웨덴에선 1년간 체류하면서 그곳 사회를 속속 보려고 노력했다. 그 관찰 속에서 우리와 그들의 중요한 차이를 발견하였는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인간 본능’에 관한 것이었다. 인간본능을 보는 시각과 그것을 다루는 방법은 우리와 그들 사이에선 거의 한 세기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오늘 내가 이야기하는 인간본능이란 인간의 성적 욕구에 관한 것이다. 암스테르담 홍등가..

지식인의 책무

지식인의 책무 이 새벽, 가슴에 손을 얹고 떨리는 맘으로 말한다면, 나는 철이 들고 나서부터 지금껏 진실되고 성실한 사람이 되려했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이로운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하기야 좋든 싫든 지식인으로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런 맘을 갖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으랴 만은.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대체로 이런 맘은 균열이 가고, 자주 잊기 일쑤다. 일상은 나태로 시들고, 하지 않던 실수마저 하나 둘 늘어가는 법이다, 그게 인생인 걸 어찌하리. 따지고 보면 지식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한 사회가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도 개인적으로는 행복해야 하고, 즐거운 인생을 살아야 한다. 지식인에게 아무리 애국을 강조한다고 해서, 부부싸움을 하는 중에 (애국가가 들려온다고) 국기에 ..

나는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

나는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 “복지국가를 이야기하려면 몇 십 년 앞을 내다봐야 하지만 한국은 당장 앞에 보이는 몇 년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이유는 분명하다. 국민의 표만 의식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안심하고 세금을 내고, 그 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신뢰의 정치를 만들지 못하면, 결국 복지는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사회는 빚더미 위에 올라 산산이 조각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최연혁, 『우리가 만나야할 미래』, 282쪽) 이 책을 쓴 최연혁 교수는,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스웨덴에서 교수생활을 하는 분인데, 현재 남스톡홀름 대학의 정치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필자가 오랜 기간 스웨덴에서 학자생활을 하면서 정치인을 비롯한 많은 스웨덴 시민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것을 기초로 ..

훌륭한 삶에 대하여ㅡ종교에 관한 나의 고백ㅡ

훌륭한 삶에 대하여 ㅡ종교에 관한 나의 고백ㅡ 대한민국의 제 영역에서 해방 이후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진 영역은 어디일까. 두 말 할 것도 없이 종교다. 그 중에서 기독교(개신교 및 천주교)의 성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현상이었다. 한밤 중 남산에 올라 하얀 십자가를 세어보라. 마치 한 집 건너 하나씩 십자가가 나타날 것이다. 한국은 이미 동방의 예루살렘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그런 기독교도 이제 점점 쇠퇴일로에 있다. 교회에 관한 모든 통계가 그것을 말해주는 데, 70-80년대의 고도성장을 끝내고, 이미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회는 더 이상 과거의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향후 기독교의 성장에 대해서 비관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교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크게..

나는 르네상스인인가? 중세인인가?

인문명화산책 제16화 나는 르네상스인인가? 중세인인가? -'개인의 발견'이 뜻하는 것- 우리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아는가? 나는 우리사회를 볼 때마다 '인간 존엄성'이란 그저 구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나라의 헌법은 최고법으로 한 국가 공동체의 최고의 약속이다. 대한민국 헌법도 마찬가지다. 그 헌법엔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면서 그 첫 조항(제10조)으로 이런 조문을 두고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 조항은 모든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의 맏형 노릇을 할뿐만 아니라 헌법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로 사용되는 규정이다. '우리 모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

독서와 나이

독서와 나이 추석 연휴입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중하던 논문 쓰기를 잠시 중지하고 책상 앞에 쌓아 놓은 책 중 한 권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나온 알렉산더 해밀턴 전기입니다. 책 두께가 제 베개 보다 두껍습니다. 무려 1400쪽. 일주일 전부터 틈틈이 읽고 있는데 끝까지 읽으려면 며칠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저 책을 다 읽으면 미국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해밀턴뿐만 아니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대부분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 건국 초기 역사를 한 손에 쥐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뿌듯합니다. 나이 먹어가면서 실감하는 게 있다면 기억력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기억력 감퇴를 느낍니다. 저 같은 사람은 사실 기억력이 가장 중요한 재산인데 요즘 영 자신이 없습니다. 책..

지성무식

지성무식 (至誠無息)이란 말이 있다. 중용에 나오는 말로 지극한 정성은 쉼이 없다는 말이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살아가는 태도는 지극히 성실하다. 새벽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주말이면 단골 카페에 가서 창가에 앉아 오후의 거리를 바라본다. 이런 삶은 지난 10년 간 쉼이 없었다. 남들이 보면 지극히 재미 없는 삶이다. 가족들도 그리 말한다. 재미 없는 사람...이것은 내 인생의 결점인가 훈장인가? 그런 삶에 큰 목적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관성적 습관에 불과할지 모른다. 습관을 벗어나면 불안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목적없이 불안을 피해 안정을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몸에 밴 것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느 순간이든지 생각을 많이 해왔다. 지금 내 존재에 대해, 내가 살..

내 삶에 감사

살다 보면 슬픈 일이 많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감사할 일이 더 많다. 살다 보면 우울한 일도 많지만 잘 생각해 보면 기쁜 일이 더 많다. 지금 시간 새벽 3시 반, 책상 앞에 앉으니 사위는 고요하다. 모두가 새벽의 단잠 속에 빠져들어 간 이 시간에 조용히 내 삶의 감사함을 열거해 본다. 내 주변의 무탈함에 감사하다. 우리 집 아이들도 이제는 커서 내 곁을 떠났다. 둘 다 자신들의 세계 속에서 잘 살아가니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형제들의 삶은 아직도 부족한 것이야 많지만 과거보단 좋아졌다. 이제는 조카들도 커서 밥벌이를 하고 대부분 짝을 만나 결혼을 했으니 걱정거리가 줄었다. 4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자식들의 걱정거리를 많이 가지고 가신 것 같다. 그전까지만 해도 전화기 벨이 울리면 가슴이 철렁했다...

심심한 삶

내 삶은 심심하다. 음식은 짭조름한 것을 좋아하는데 삶은 싱겁기 그지 없다. 심심하다는 것은 단조롭다는 것이다. 오늘 하루가 어제 같고 어제가 오늘 같은 삶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루틴한 삶에 만족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금 내겐 이보다 좋은 삶은 없다. 나는 일찍 일어난다. 작년까지만 해도 4시 무렵 기상했는데 어쩐 일인지 최근 들어선 3시쯤 깬다. 조금 더 자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감아보지만 이미 잠은 저 멀리 도망갔다. 책상 앞에 앉아 메일을 확인하고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한다. 지난 2월 공직 퇴임 후 이 시간을 이용해 회고록을 썼다. 학교에 돌아 왔으니 학술 논문을 쓰는 것이 본업이라 생각하고 요 며칠은 거기에 온 정신을 쏟아부었다. 6시가 되면 부엌에 나가 빵을 굽고 과일을 깎아 팬에 넣고 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