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기쁨 7

감사한 일

저에겐 주말에 큰 일이 있었습니다. 큰 딸이 결혼을 했습니다.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작은 결혼식을 치르려 했지만, 결국 그렇게 되진 못했습니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아담한 결혼식이 되었습니다. 아름아름 아시고 찾아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올해 저에겐 큰 일이 많았습니다. 아버지와 형의 잇따른 애사 그 뒤를 이은 경사... 2019년 잊을 수 없는 해입니다. 저의 가족들이 SNS에 사진 올리는 것을 극력 반대해 ㅎㅎ 결혼식 사진을 올리지 못합니다. 저희 집에선 공인은 오로지 저 하나로 족한 모양입니다. 여기에 사진 한 장을 올리는데, 이 사진은 제가 하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는 장면입니다. 하객으로 오신 분이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 왔습니다. 자식이 태어나 30년 넘게 함께 살다가 집을 떠다니 마음 ..

뜻깊은 날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저희 학교(한양대) 개교 8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아침에 나오면서 마음이 조금 무거웠습니다. 학생들이 저를 만나면 부담이 될 텐데... 요즘 김영란법이다 뭐다 해서 학생들은 꽃 한 다발도 선생에게 주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런 날은 서로 보지 않는 게 상책이지요. 연구실에 앉아 있으니 멘티들과 함께 하는 단톡방을 통해 연락이 왔습니다. 멘티들이 찾아오겠다는 겁니다. 저는 이렇게 답변했지요. “오늘은 오지 말고 다른 날 오지 ㅎㅎ” 아 그런데 이 친구들이 부득불 잠시만 시간을 내달라고 하네요. 할 수 없이 점심 먹고 오라고 했습니다. 잠시 전 멘티 몇 명이 제 방을 다녀갔습니다.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왔는지 아십니까? 저는 그것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

멘티들로부터의 선물

멘티들로부터의 선물 스승의 날입니다. .어제 오후 강의준비를 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와 함께 4명의 학생들이 연구실을 들어왔습니다. 멘티들입니다. 저희 로스쿨에선 신입생이 들어오면 4-5명씩 그룹을 만든 다음 멘토 선생님을 지정해 줍니다. 이렇게 해서 신입생들과 인연을 맺으면 멘토 교수는 수시로 멘티들을 불러 학습 조언을 해주는 거지요. 저는 멘티들을 자주 보는 편인데, 뭐 크게 해 주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짧은 시간이나마 밥 먹으면서 수다 떨고 긴장을 이완시켜 주는 게 전부입니다. .올해 인연을 맺은 멘티 4명이 찾아 온 겁니다. 아마 스승의 날을 맞이해 멘티들이 고심을 한 모양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승의 날이 되면 멘티들이 돈을 모아 꽃을 사오기도 하고 케잌을 사오는 일이 있었습니다. 크게 ..

추위 속 작은 행복

추위 속 작은 행복 . 오늘도 날씨는 여전히 춥습니다. 2호선 전철로 한강을 넘다보니 강 대부분이 얼어 붙었군요. 순간 발칙한 상상을 해봅니다. .열흘만 더 추워라, 한강 전체가 꽁꽁 얼어붙도록. 그럼 난생처음 한강을 걸어서 건너봐야지. 서울 시민 모두가 한강 한가운데로 나와 스케이트를 타고 신나게 놀겠지... .학교로 가는 중 점심 때가 된지라 뚝섬역에서 내렸습니다. 오랜만에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을 마셔야겠습니다. . 장안 제일의 순대국밥집은 언제나 만원입니다. 과거엔 이 시간에 혼자 가면 들어가질 못했습니다. 그런 이 집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붑니다. 혼밥 인생들을 위해 1인석을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1인석 구석에 앉아 뜨거운 국밥에 청양고추를 듬뿍 집어 넣고 밥을 말았습니다. 한 수..

그 때 그 시절, 추위에 대한 기억

그 때 그 시절, 추위에 대한 기억 . 시내에 나갔다가 방금 전에 돌아 왔습니다. 무척 추운 날씨더군요. 코끝이 시렸습니다. 오랜 만에 느껴보는 겨울다운 겨울입니다. 종종 걸음으로 걸어오면서 잠시 그 때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합니다. .저는 충청도 청양이라는 두메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이니까 1970년 대 초의 일입니다. 당시 추운 겨울의 풍경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해야 합니다. 꽤나 하기 싫은 일이지만 눈곱 낀 채로 학교에 갈 순 없으니 안할 순 없는 일이지요. 마당 한 가운데에 지하수 뽐뿌가 있었는데, 한겨울 아침엔 예외 없이, 얼어 있어 물이 안 나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요? .부엌에 가서 가마솥의 끓는 물을 한 바가지 떠와, 뽐뿌에 붓고..

소소한 행복 -어느 괴짜식당 이야기-

소소한 행복-어느 괴짜식당 이야기- 런던에서 돌아 온 이후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 밥을 먹을 때 밥 자체의 맛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동안 밥맛은 밥 자체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입에 맞는 반찬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반찬이 변변치 않을 때는 밥맛이 없다며 투정을 부렸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어보니 런던의 밥과는 차이가 크다. 런던의 쌀은 국적불명의 쌀로 어떻게 밥을 지어도 밥맛이 나지 않았다. 한국의 쌀은 그렇지 않다. 밥을 잘 한 다음 그 밥 한 술을 입에 넣고 꼭꼭 씹어 보았더니 단물이 입에 뱄다. 아, 밥이 달구나! 내가 그동안 생각 못한 것이 이런 것이다. 밥을 꼭꼭 씹어만 먹어도 밥맛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주위를 돌아보니 의외로 그런 게 많다. 삶을 ..

롱펠로우 인생찬가

롱펠로우 는 제가 애송하는 시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이 시를 매 학기 초반에 학생들에게 직접 낭송해 줍니다. 오늘 이 시를 녹음해 이곳에 올려 놓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이 시가, 제 낭송이 살아가는 데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번역본은 기존 번역을 제가 조금 수정한 것이고, 중간 중간의 영문은 낭송을 위해 일부러 넣은 원문입니다. *오디오 파일 올리기가 안 되어 그냥 파일을 올립니다. 다운받아 실행하면 됩니다. 롱펠로우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말라인생은 한낱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라영혼은 잠들어 죽는 것이 아니니 만물의 본체는 외양대로만은 아니란다 인생이란 실재이다!인생이란 진지하다!무덤이 우리의 종말이 될 수는 없다 Life is real ! Life is ea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