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타클라마칸 실크로드 7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1)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1)돌아올 수 없는 사막, 타클라마칸 곰곰이 생각하면 내겐 두 개의 유전자가 있다. 하나는 방랑의 유전자다. 나는 번잡한 세상일을 하는 상황에서도 머릿속에선 끊임없이 일상을 탈출하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가 있다. 떠나고 싶다, 이 현실에서 말이다. 또 다른 하나는 호기심의 유전자다. 나는 무엇이든 알고 싶다. 특히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 나와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들의 오늘이 있게 한 결정적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알고 싶다. 나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이 혹독한 여름, 평균 40도가 넘는 열사의 땅에 가서 나는 무엇을 구하려했을까. 그래, 나는 방랑하고 싶었다. 나는 사막을 종횡무진하며 내 방랑의 욕구를 채우고 싶었다. 그래..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2)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2)타클라마칸 오아시스의 제왕, 보스덩 호수아마도 때는 서기 628년 뜨거운 모래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트루판 근처 고창왕국을 어렵게 떠난 당승 현장은ㅡ고창국의 왕 국문태는 현장을 왕사로 삼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그의 서역행을 막진 못했다. 대신 현장은 공부를 다 끝내고 당으로 귀국할 때 그곳에 들려 3년간 가르침을 주기로 약속한다. 국문태는 현장에게 몇 명의 수행승과 많은 재물을 딸려 그의 서역행을 돕는다ㅡ 에 맺힌 땀을 연신 가사로 훔치며 천산산맥을 넘고 있었다. 목이 탄다, 시원한 물을 들이 키고 한 바탕 냉수욕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하지만 어쩌라, 이 황량한 땅에서 그런 물이 어디에 있겠는가. 눈치를 챘는지 수행승 하나가 현장에게 물병을 건넨다..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3)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3)천하절경 천산신비대협곡 여행 3일째, 우린 서역북로의 중심 오아시스 쿠차에 도착했다. 이곳은 한나라 시절 타클라마칸에 있었던 36국 중 최대의 왕국 구자국이 있었던 곳이다. 또한 여기는 당나라 시절 안서도호부의 본거지로서 고선지 장군이 서역출병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현장은 이곳에서 2개월을 머물었고, 100년 뒤(727년) 혜초도 인도에서 당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곳을 들렀다고 왕오천축국전에 기록했다. 나는 쿠차로 들어오면서 묘한 생각에 빠졌다. 신라인 혜초와 고구려 유민 고선지가 혹시나 이곳에서 만나지는 않았을까? 두 사람에 대한 사료를 분석하면 혜초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고선지도 여기에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아마도 그때쯤이면 고선지는 안서도후부의 초급장교이었을 것..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4)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4)타클라마칸 불교 예술의 백미, 키질석굴에 서다 네 번째 실크로드 기행문을 쓰기에 앞서 몇 년 전 쓴 글이 생각나 그것을 옮겨본다. “문명여행의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 말한다면, 그것은 내게 사회적 행위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여행 전후로 자료를 찾고, 여행 중에는 기록하고, 여행 후에는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이 습관은 사실 꽤나 피곤한 일이다. 나도 가끔은 그저 놀고 싶은 때가 많다. 그런데도 나는 이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다. 왜일까? 나로서는 이런 태도가 하나의 사회적 책무라 생각한다.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맹자의 여민동락의 생활실천이다. 문명여행을 함에 있어 한국의 지식인이 감당해야 하는 하나의 책무는 이것을 그저 유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5)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5)세계에서 제일 긴 사막 길을 달리다 사막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무턱대고 타클라마칸에 들어간다? 그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다. 사막은 인간에겐 경원의 대상이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절대미가 있다.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가 없어도, 사막 자체가 발광하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나의 실크로드 기행의 꿈은 한 분의 선배 법조인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최영도 변호사님이다. 최변호사님은 민변 회장과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원로 법조인이신데, 내 변호사 초년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끼치신 분이다. 이분은 법조계에서는 알아주는 인문주의자로서, 음악, 미술, 문명기행 등에 일가를 이루었으며, 이미 몇 권의 관련 저서까지 내셨다. 또한 일찍이 우리나라..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6)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6)옥의 고향 호탄에서 용산중앙박물관을 생각하다 타클라마칸 실크로드에서 남로의 중심도시는 뭐니뭐니해도 호탄(현 허텐)이다. 호탄은 옥의 고향이다. 옥이란 게, 나는 잘 모르지만, 동서양을 불문하고 꽤나 값나가는 보석인 모양이다. 나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보석이란 데에 일체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것이 다이아몬드든, 황금이든, 그 무엇이든, 나에겐 돌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너도나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희소성 외에 그 무엇인가 인간에게 주는 유용성이 더 있기 때문일까. 사우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옥의 유용성은 옥 사우나에서나 발견하는데, 그 외에 옥의 유용성은 무엇일까? 호탄은 과거 실크로드가 번성을 구가할 때, 서역을 오가는 사람들이 남로를 거치는 경우, 반드시 들르지..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7, 마지막 회)

타클라마칸 실크로드 기행(7, 마지막 회)카슈가르를 밟고 파미르 카라쿨에서 포효하다 이제 여행 막바지다. 7일째 우리 일행은 아침밥을 챙겨먹고 여행의 종착지인 카슈가르로 향했다. 아침밥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생각난 게 있다. 이번 여행에서 아침밥을 먹는데, 시간 때문에 고생을 했다. 세계 어딜 가도 호텔 조식은 아침 7시 전후인데, 신장 지역은 8시 혹은 그 이후(우르무치나 쿠차는 8시, 호탄 이후부터는 8시 반)였다. 일행이 아침에 떠나기로 한 시간이 9시 이전이라 밥을 서둘러 먹어야 하는데도 이렇게 밥을 늦게 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은 시차 때문이었다. 중국은 알려진 바대로 전국 시간을 북경시간으로 통일해 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북경(동경 126도)과 우르무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