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삶의 이야기 32

나의 '폭싹 속았수다'

나의 '폭싹 속았수다'  나도 틈틈이 요즘 인기가 있다는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있다. 오늘까지 6회분을 보았다. 주인공인 애순, 관식 부부의 나이를 보니 나보다 대략 10여 년 위니 그들이 살아온 시기를 대부분 나도 거쳐왔다. 정령 극의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 나는 어떻게 그 시절을 살아 여기까지 왔는가! 극을 보는 사람마다 다른 감정을 가질 거라 생각한다. 어떤 이는 저것이 바로 나의 삶이었지, 저것이 바로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었지 하면서 눈시울을 붉힐 것이다. 그러나 극을 보면서 또 다른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 나에게도 저런 부모가 있었다면... 저 집은 가난했지만 그래도 행복하구나, 나도 저런 집에서 태어났더라면... 그러니 모든 눈물을 동일시 할 수는 없다. 같..

나는 그날을 기대한다-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나는 그날을 기대한다 어젯밤 속보로 뜬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전 국민이 들뜬 모양이다. 뉴스도 SNS도 이 소식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페북에 들어와 보니 페친 들의 축하 글이 피드 전체를 채우고 있다. 진짜 축하할 일이다. 나도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학교에 오면서 2호선 전철로 한강을 넘었다. 굽이굽이 흐르는 물결이 아침 햇빛에 반사되어 망막에 맺힌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강은 어떻게 노벨 위원회의 심사과정을 통과해 수상자로 선정되었을까? 기적이 일어난 것인가? 학교 선생으로서 부끄런 고백을 하나 해야겠다. 기말이 되면 나도 학생들에게 시험 문제를 내 평가를 하지만, 논술 문제를 채점할 때는 항상 공정성과 객관성에 자신이 없다. 잘 쓴 답안을 A, 못 쓴 답..

나는 골방에 틀어박혀 무슨 일을 하는가

나는 골방에 틀어박혀 무슨 일을 하는가  방학 중이다 보니 생각할 여유가 있습니다. 저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집 서재나 학교 연구실, 두 곳 중 한 곳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냅니다. 요즘은 다음 연구 논문을 쓰기 위한 준비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논문 편수나 채우는 연구는 하지 않습니다. 인권 발전에 꼭 필요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좋은 주제를 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여러 논문과 인터넷 자료 등을 읽으면서 제가 도전해야 할 연구 주제를 잡으려 하지만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이 시대에 제가 꼭 해야 할 연구 주제, 그게 도대체 무엇일까요.  논문을 쓴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지독한 정성이 없으면 좋은 논문이 나오지 않습니다. 애석한 것은 그렇게 써도 그것을..

'자유란 무엇인가' 종강사(2024년 1학기)

오늘(2024. 6. 12) 교양강좌 '자유란 무엇인가' 종강을 했다. 119명의 수강생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이번 학기 '자유란 무엇인가'는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수의 학생들이 들어온 교양강좌였다. 부담이 많은 강의였지만 그런대로 열심히 한 덕인지 한 학기 내내 강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받았다. 오늘은  한 학기를 마감하면서 이 강의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발표수업으로 진행 했다. 학생들은  러셀의 열정, 적극적 자유, 르네상스인, 권리를 위한 투쟁 등등에 대해 말했다. 며칠 동안 수강생들이 제출한 과제물에서 읽었던 내용이었다. 선생으로서 보람스러웠다. 지식 이상의 그 무엇인가가 이들에게 전달된 모양이다.  강의를 끝내면서 정태춘의 노래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를 듣고 준비한 종강사를 읽었다. 종..

화양연화

화양연화 꽃도 절정의 시기가 있듯이 사람도 그렇다. 긴 인생 살면서 분명 가장 좋았던 시절, 가장 화려했던 시절이라고 할만한 시기가 있었으리라. 이름하여 인생의 화양연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의 화양연화는 나이 50 무렵이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시절이었다. 건강한 몸은 어떤 일을 해도 지칠 줄 몰랐다. 매년 수 편의 논문을 쓰고 책을 냈다. 강의는 열정적이었고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방학 때면 별도의 교실을 운영했다. 수십 명의 학생들과 함께 청계천 변을 걸었고 지갑을 털어 밥을 사주었다. 대중적인 글쓰기를 시작해 오마이뉴스에 글을 연재했다. 이 시대에 읽어야 할 명저로 세상을 읽고 말했다. 독자의 반응도 뜨거워 16개의 글을 발표하면서 100만의 조회수를 달성했다.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

지금 집중해야 할 일

지금 집중해야 할 일 방금 전 논문 작성을 거의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저널에 보내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받고 그것을 반영해 원고를 수정하면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에 제 글이 세상에 나올 것 같습니다. 이번 논문은 근래 보기 드문 창의적인 글입니다.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뿌듯합니다. 연구자는 논문을 쓰는 게 가장 큰 일입니다.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교수들의 논문 부담은 해가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논문을 쓰지 못하면 교수직을 계속하기 힘듭니다. 과거 로스쿨이 시작되면서 많은 실무 법조인들이 교수가 되었지만 지금까지 학교에 남아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들이 학교를 떠난 것은 돈 문제도 있긴 하지만 논문 부담도 컸을 겁니다. 실무가들이 단기간 내에 작성하는 법률서면과 교수가 연구역량을 보여주..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한 선택들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한 선택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살아오면서 선택한 의미 있는 것들을. 60년 이상 살면서 내 의지에 따라 선택한 것이 그리 많지 않다. 그저 시간에 떠밀려 다음 일을 했고, 내 환경에 맞춰 의당 기대되는 일을 한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의미 있는 선택도 있었다. 그런 선택은 대부분 나를 고독하게 만들었다. 남이 하지 않은 선택이기에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웠고 마음은 불안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모아져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오랜 기간 고독한 삶을 살았지만 후회는 없다. 선택의 순간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나 놓고 보니 큰 것이기도 했다. 잠시 그 선택의 순간을 회고해 본다.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한 선택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기억나는 첫 번째 선택은 중학교 시절 교문을 들어설 ..

나의 SNS 친구들

생각해 보니 제가 이 SNS를 시작한 지 십수 년이 되어 갑니다. 꽤 시간이 흐른 오늘 이곳에서의 친구 관계를 잠간 생각해 봅니다. 과연 이곳에서의 친구 관계란 무엇일까요. 이곳이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할 만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요. 제겐 이 공간에 5천 명 가까운 친구가 있습니다. 저와 친구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 1천 명이 항상 대기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1만 5천여 명의 팔로워가 있으니 거의 2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저와 이 공간에서 접촉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이지만 평상시 글을 올렸을 때 반응을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정확히 계산은 안 해 보았지만 제 글에 반응하는 친구와 팔로워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전체 수로 보면 2프로 정도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댓글을 달아 글에 반응하는..

새벽 단상-이제 혼자의 시간을 끝내야 하는가-

새벽 단상-이제 혼자의 시간을 끝내야 하는가- 지난 2월 공직 퇴임 후 오랜만에 혼자의 시간을 가졌다. 봄학기는 3년 만에 수업을 하는지라 좀 부산하게 보냈지만 학기가 끝난 후부터 오늘까지 만 5개월 동안은 적막한 일상을 보냈다. 마침 한 학기 안식년이 주어졌기에 이런 생활이 가능했다. 새벽 4시 전에 일어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6시가 되면 간단히 조리해 아침 식사를 하고 집안 정리를 한 다음 오전 글쓰기를 한다. 11시가 되면 점심을 간단히 하고 산책길에 나선다.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 근처 카페에서 카페라테 한잔을 마신다. 두 시쯤 집에 돌아와 오후 글쓰기에 몰두한다. 4시가 넘으면 아파트 내에 있는 스포츠 시설에서 실내 자전거를 30분쯤 세게 탄 다음 약간의 근육운동을 하고 사우나에 가서 땀..

내게 글쓰기의 열망이 있는가?

저는 지난 10년 이상 대중적 글쓰기를 해왔습니다. 2020년 1월부터 3년 간 공직재직 기간을 제외하곤 꾸준히 글을 썼습니다. 저는 심심하고 시간 남을 때 적당히 글을 써 올리는 스탈의 사람은 아닙니다. 글을 써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이 머리와 가슴을 꽉 채울 때 글을 쓰고 그것을 올립니다. 제가 6년 전 오늘(2017. 10. 2) 이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글을 쓰기 전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글을 쓰기 전 머릿속엔 여러 생각이 뒤엉켜 부글부글 끓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생각들이 일렬종대로 머릿속에서 정리된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때론 그 순간이 지하철을 타고가다 전동차 속에서, 때론 거리를 걷다가 길 한 가운데서 찾아온다. 나는 장소불문 그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