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ssays/자유롭고 독립적인 삶 19

인간의 본능을 그린 화가, 그가 만든 20 세기-구스타프 클림트 이야기-

인간의 본능을 그린 화가, 그가 만든 20 세기 -구스타프 클림트 이야기-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1907-08, 클림트의 대표작이다. 직사각형 문양은 남자의 정자, 타원형과 꽃 문양은 여자의 생식력 상징한다. 두 남녀는 완전히 밀착되어 거의 융합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난 20여 년간 꽤 많이 유럽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스웨덴에선 1년간 체류하면서 그곳 사회를 속속 보려고 노력했다. 그 관찰 속에서 우리와 그들의 중요한 차이를 발견하였는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인간 본능’에 관한 것이었다. 인간본능을 보는 시각과 그것을 다루는 방법은 우리와 그들 사이에선 거의 한 세기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오늘 내가 이야기하는 인간본능이란 인간의 성적 욕구에 관한 것이다. 암스테르담 홍등가..

나는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

나는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 “복지국가를 이야기하려면 몇 십 년 앞을 내다봐야 하지만 한국은 당장 앞에 보이는 몇 년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이유는 분명하다. 국민의 표만 의식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안심하고 세금을 내고, 그 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신뢰의 정치를 만들지 못하면, 결국 복지는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사회는 빚더미 위에 올라 산산이 조각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최연혁, 『우리가 만나야할 미래』, 282쪽) 이 책을 쓴 최연혁 교수는, 한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스웨덴에서 교수생활을 하는 분인데, 현재 남스톡홀름 대학의 정치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필자가 오랜 기간 스웨덴에서 학자생활을 하면서 정치인을 비롯한 많은 스웨덴 시민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것을 기초로 ..

나는 르네상스인인가? 중세인인가?

인문명화산책 제16화 나는 르네상스인인가? 중세인인가? -'개인의 발견'이 뜻하는 것- 우리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아는가? 나는 우리사회를 볼 때마다 '인간 존엄성'이란 그저 구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나라의 헌법은 최고법으로 한 국가 공동체의 최고의 약속이다. 대한민국 헌법도 마찬가지다. 그 헌법엔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면서 그 첫 조항(제10조)으로 이런 조문을 두고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 조항은 모든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의 맏형 노릇을 할뿐만 아니라 헌법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로 사용되는 규정이다. '우리 모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

혼인의 자유, 이혼의 자유

A와 B는 부부로 둘 다 독립적인 경제능력이 있으며, 둘 사이엔 성년의 자녀들이 있다. A는 언제부터인가 B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고 느끼고 C와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A는 B와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C와 새 출발을 하려고 B에게 이혼을 제의하였으나 B는 결사반대다. 그러나 A는 B와 별거를 선언하고 C와 동거에 들어갔다. 이런 세월이 어느새 5년이 지났다. A는 B와의 대화를 통해선 도저히 이혼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 설마했는데, 법원은 A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위 유책주의 판례에 입각해 A의 이혼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혼에 원인을 제공한 A는 이혼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4년 전(2015년) 대법원..

효도에 대한 고백

효도에 대한 고백 내가 요즘 효자 소릴 듣고 있다. 매일 두 세 번씩 병원에 입원하신 아버지를 찾아가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오해하지 하지 마시라. 나는 아무리 보아도 효자가 아니다. 나는 그저 최소한의 자식 도리를 기계적 습관으로 실천할 뿐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언젠가 부덕의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가슴속에 마냥 간직하고 살 것도 아닌 것 같아 이 자리에 잠시 내 ‘효’의 실체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나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사람들의 ‘효’는 노인복지의 부재가 만들어낸 허상이라고 생각해 왔다. 효란 노인복지가 안 된 사회에서 개인의 노후를 각각의 가정이 책임지도록 정신적으로 강제하는 도덕관념이라는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의 노인들도 북유럽의 노..

우리들이 가야할 미래, 품격 있는 노인

우리들이 가야할 미래, 품격 있는 노인 어쩌다 보니 생노병사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가족을 옆에 두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이 숙환으로 시달리고 있으니 본인은 물론 가족도 보통 고생이 아니다. 주말 시내를 나가보면 광장은 태극기로 덮여 있고 노인들이 알 수 없는 함성을 질러댄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곳을 지나가지만 노인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내게 깨달음을 주고 각오를 새롭게 한다. 나는 노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머릿속 뇌를 부드럽게 만들어야겠다. 나이가 먹어 가면 뇌가 굳는다. 머릿속은 과거의 삶에서 만들어진 편견으로 가득 차 있고 성격은 점점 고집불통이 되어 간다. 그런 노인이 젊은이들과 대화가 될 리 없다. 당연 기피 대상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선 뇌를 말랑말..

죽는 복, 복 중의 복

죽는 복, 복 중의 복 이제 올 한 해가 저물었습니다. 며칠 지나면 나이 한 살을 또 먹습니다. 제겐 나이 먹는 게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20대에 법률가가 된 저로선 나이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한참 젊은 때에 나이 든 의뢰인을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매일 같이 만나는 동료 변호사들 대부분이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 이상 연상이었으니, 처신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해 나이를 먹을 때마다 연륜이 쌓이는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 이젠 나이 먹는 게 즐겁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제일 큰 어려움은 주변의 죽음을 너무 자주 본다는 것입니다. 요즘 제일 많이 찾아다니는 곳이 장례식장입니다. 올해도 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20회 이상 장례식장을 다녀왔습니다. 죽음..

우리는 먼저 인간이고, 그 다음이 국민이다 ㅡ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부쳐ㅡ

우리는 먼저 인간이고, 그 다음이 국민이다 ㅡ세계인권선언기념일에 부쳐ㅡ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1948) 오늘이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다. 1948년 12월 10일 신생 국제연합은 창립 3주년을 맞이해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선언을 한다. 모든 인류는 존엄한 존재이며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정식명칭은 인권에 관한 보편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곧 인권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편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 오늘 그 의미를 되새기며 한마디한다. 인권사회를 위한 전제로서 우리가 정립해야 할 '나와 국가와의 관계'에 관해서다. . 송년회 철이 되었다. 요즘 저녁이 되면 송년회에 다녀오는 일이 ..

평등적 자유, 자유주의적 평등 -내가 지향하는 것-

평등적 자유, 자유주의적 평등 -내가 지향하는 것- 나는 지난 5년 간 이곳에 많은 글을 써왔다. 그중엔 내가 지향하는 가치나 철학이 무엇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 글에서 그것들을 분명히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내가 이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이루어 보고자 하는 가치나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표현하면 ‘평등적 자유’다. . ‘평등적 자유’는 자유를 지향하되 공동체적 가치 속에서(한계에서) 추구한다는 것이다. 평등은 자유를 누리게 하는 환경이자 능력이다. 이것은 사회적 연대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사회적 연대가 없는 자유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것 없는 자유는 결국 한 사람 혹은 소수만의 세계를 의미한다. . 내가 지향하는 평등은 선험적 평등이 아니다. 그..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평생 희랍 철학서를 번역해 온 인문학자 천병희 선생이 쓴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많다. 좋은 현상이다. 그런데 인문학이란 게 도대체 무엇이고 왜 그것을 공부해야 할까. 그저 시·소설, 역사, 철학이 인문학의 전부일 리 없고, 그런 책을 읽는 게 인문학 공부의 전부도 아닐 것이다. . 영어로 인문학은 liberal arts 라고 한다. 이 말 뜻을 새겨 보자. 문자 그대로 인문학은 자유기술(自由技術)이다. 무슨 말일까. 곰곰이 생각하면 그 뜻이 잡힌다. 인문학은 ‘자유를 위한 기술’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자유인이 되는 길’이다. . 구두를 만들려면 그것을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도자기를 만들려면 그것을 만드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유도 그것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