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티벳여행기 8

티벳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청장열차(티벳여행기8-최종회)

이제 티벳여행기를 끝낼 때다. 대미를 장식할 이야기는 청장열차다. 기차를 타고 라사에서 시안까지 34시간, 2800킬로미터를 여행하는 것이 이번 티벳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청장열차는 이 구간 중 라사에서 청해성 시닝까지 가는 열차를 말한다. 청장(靑藏)의 청은 청해성(靑海城)의 청을, 장은 서장(西藏)의 장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 일행은 청장열차를 타고 라사를 출발 22시간을 달린 다음, 시닝에서 일반열차로 갈아타 12시간을 더 달려 시안에 도착했다. 청장열차는 2007년 개통했다. 이 열차 개통으로 티벳과 내지 중국은 본격적으로 인적 물적 교류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 열차는 중국이 금세기 세계에 보여준 중국굴기의 대표적 사례다. 이 철도는 그냥 철도가 아니다. 티벳 중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

나도 이런 사람이야!(티벳여행기7)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갑자기 현재 위치에서 수 천 미터 위로 올라가면 제 정신을 갖고 서 있기가 힘들다. 기압이 낮아지면서 몸속으로 용해되는 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티벳은 평균 해발고도가 4천 미터 이상이다. 이 정도가 되면 산소량은 한국에서 숨 쉴 때 폐 속으로 들어가는 산소의 6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숨을 쉬고 나면 뱉기도 전에 숨이 차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 여행기 첫 편에서 말한 것처럼 라사에 도착하는 날 나는 혹독한 고산증에 시달렸다. 라사에서 이틀을 묵고 나서야 몸이 가까스로 적응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티벳에서 라사는 저지대 중 저지대. 라사를 벗어나면 고도는 금새 4천 이상으로 올라간다. 라사에서 우정공로를 따라 서쪽으로 200킬로미터를 가 티벳 제2의 도시..

성스러운 호수의 나라 티벳(티벳여행기6)

티벳여행에서 사원과 함께 꼭 봐야 할 것이 티벳인들이 성스럽게 생각하는 호수다. 티벳이란 곳이 지금으로부터 1억5천만년 전 쯤 바다에서 융기한 고원지대라 그 지질학적 특징이 곳곳에서 여행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티벳 이곳저곳에 수백 수 천 개의 호수가 있는데 이들 호수 중 상당 수가 염호다. 거기가 과거 바다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또한 6천미터 이상의 고봉이 즐비하기 때문에 그 정상의 빙하가 서서히 녹아 내를 만들고 강을 만들며 때론 호수를 만들기도 한다. 티벳인들은 이들 호수 중에서 몇 개를 신비한 영혼이 깃든 곳으로 숭상하며 순례한다. 그 중에서 4대 성호로 알려진 호수가 마나사로바, 남쵸, 라모라쵸, 암드록쵸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이 중에서 암드록쵸와 남쵸를 보는 행운을 누렸다. 암드록쵸우선..

티벳인의 영원한 자랑, 불교사원 (티벳여행기 5)

티벳은 불교의 나라니 그곳 명소는 의당 불교사원이다. 이번 여행도 자연스레 불교사원을 둘러보는 것이 중심이었다. 라사에서는 조캉사원을 비롯해 세라사원을 보았고, 우정공로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장체에서 펠코르 체대를, 시가체에서 타쉬룬포를 보았다. 이번 여행에서 아쉬운 것은 1409년 겔룩파의 창시자 쫑가파에 의해 세워진 겔룩파 제1의 사원 간덴사원과 티벳불교의 우주관을 입체적으로 재현함으로써 입체 만다라'라고 불리는 사뮈에 사원을 못 본 것이다. 어쩐 일인지 H 여행사 일정엔 이 두 개의 사원이 포함되지 않았다. 현지 가이드에게 그것들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일반 여행사 일정으론 어렵고, 굳이 보려면 불교 성지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프로그램으로 와야 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과연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전 포탈라 (티벳여행기4)

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티벳의 명소를 찾아가 보자. 이번 여행에서 직접 본 몇 곳을 사진과 함께 설명해 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전, 포탈라궁 내가 오랫동안 티벳 여행을 동경하면서 내 머릿속을 지배해온 곳이 바로 이곳이다. 티벳의 상징이자 티벳 불교의 넘버 원 상징이다. 인도 다람살라로 망명한 달라이 라마 14세가 1959년까지 정무를 보면서 살았던 곳이다. 현재의 궁은 17세기 달라이 라마 5세에 의해 건립되었다. 달라이 라마 5세는 티벳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이 사람 때부터 티벳은 청의 종주권 하에서 달라이 라마가 티벳을 지배했다. 포탈라궁이 있었던 자리는 7세기 송창감포 시절에 이미 궁궐로 만들어졌다고 하나 그후 모두 파괴가 되었다. 달라이 라마 5세는 바로 티벳을 통일하..

위기의 티벳, 과연 그 미래는 무엇일까(티벳여행기3)

이제 티벳은 더 이상 은둔의 세계, 미지의 세계, 불국토의 나라가 아니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이 중국을 통일한 다음, 중국과 티벳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바뀌었다. 티벳에 대한 중국의 종주권은 역사적으로 길지만 그것은 매우 특수한 관계이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티벳을 직접적으로 통치하지 않았다. 중국은 티벳의 정치세력과 종교를 존중했고 오히려 티벳불교의 지혜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원나라 쿠빌라이는 티벳 고승 파스파를 스승으로 삼았고 그의 영향 하에 티벳문자와 유사한 몽골문자를 만들었다. 청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청은 달라이 라마가 티벳을 통치하는 것을 인정했고 그에 대해 특별한 예우를 제공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보면 청의 건륭제가 티벳불교에 대해 어떤 대우를 했는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조선..

불국토 티벳은 어떤 곳인가(티벳여행기2)

티벳은 세계 역사상 매우 독특한 지리적 위치에서 역사를 일구어 왔다. 마야문명이나 잉카문명은 세계의 주류문명과 완전히 절연한 상태에서 15세기 이후 서구문명과 맞닥뜨렸다. 그들 문명은 서구인들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는, 동서양의 문명교류가 전혀 없었다. 그들은 고립 속에서 스스로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결국 타 문명에 의해 정복되었다. 반면 티벳은 주변에 주요 문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남으론 인도문명이, 북으론 중국문명이 있었다. 따라서 티벳은 언젠가는 인도나 중국의 영향을 받을 운명에 처해 있었다. 문제는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린 이 산악지방에 어떻게 이들 문명이 다가갈 수 있느냐이었다.오늘 날 티벳은 대부분의 영역이 중국령으로 행정구역은 시짱(서장)자치구에 속한다. 면적은 우리 한반도의 5배, 실로..

나는 왜 티벳으로 떠났는가(티벳여행기1)

"조캉사원에서 오체투지로 수백 킬로미터를 기어 온 순례자를 보았다. 그들은 왜 그 험난한 길을 떠났을까? 그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티벳에 왔는가? 그들의 삶 속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들만이 순례자인가? 나에게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만큼 어떤 절절함이 있다면 나 또한 순례자가 아닐까?" (2019. 7. 1) 티벳은 내겐 오랫동안 미지의 세계였다.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곳... 돌아가신 최영도 변호사님의 글이나 말씀에서 포탈라 궁전의 경이로운 아름다움이 언급될 때마다 나의 티벳에 대한 동경은 점점 깊어져 갔다. 오랜 망설임 속에서 2019년 여름 나는 드디어 티벳으로 떠났다. 이번 여행은 아버지의 죽음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1년 이상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