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인생/인문명화산책 15

인문명화산책 16 나는 르네상스인인가? 중세인인가?

인문명화산책 제16화 나는 르네상스인인가? 중세인인가? -'개인의 발견'이 뜻하는 것- 알브레히트 뒤러, , 1500 우리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아는가? 나는 우리사회를 볼 때마다 '인간 존엄성'이란 그저 구호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나라의 헌법은 최고법으로 한 국가 공동체의 최고의 약속이다. 대한민국 헌법도 마찬가지다. 그 헌법엔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면서 그 첫 조항(제10조)으로 이런 조문을 두고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 조항은 모든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의 맏형 노릇을 할뿐만 아니라 헌법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로 사용되는 규정이다. '우리..

인문명화산책 15 캄비세스 왕이 대한민국에 온다면...

인문명화산책 15 캄비세스 왕이 대한민국에 온다면... 제라드 다비드, , 1498년, 목판에 유화, 브뤼헤 시립미술관 소장 사법살인으로 기록된 오판의 사법사며칠 전 법조 선배이신 한승헌 변호사님이 쓰신 를 읽으면서 이 대목에서 한참 눈을 감고 생각했다. “권력의 이익과 눈치에 부응하여 신성한 재판을 그르친 사법부는 그 부끄러운 과오를 통렬히 참회해야 마땅하다. 나아가 이 나라의 사법부가 위정자 내지 사회지배세력의 입김에 휘둘려 민주사법의 본질을 소홀히 하는 그 어떤 오류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책머리에) 해방 이후 우리 사법부엔 과가 많다. 정의의 관념에 비추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조작사건으로 판명되었지만 박정희 정권 하에서 일어났던 인혁당 사건에선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고나..

인문명화산책 14 역사의 진실을 가릴 순 없습니다

인문명화산책 14 역사의 진실을 가릴 순 없습니다-테오도로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 테오도르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 1819년, 루브르 박물관 소장 데자뷔(déjà vu)라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심리학적 용어가 언젠가부터 심심치 않게 지상(紙上)에서 보인다. 굳이 번역하면 기시감(己視感)이란 뜻이니, 처음 보는 것 같지만 어디선가 이미 본 것처럼 느끼는 정신현상을 말한다. 이 말이 일상용어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의 뇌리 속에 남는 유사한 대형사건이 우리사회에서 반복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작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림공부를 좀 한 사람들이라면 데자뷔를 경험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저 사건 어디서 본 듯한데... 그게 무엇일까” 미술사에서 세월호의 데자뷔? 그게 무엇일까?오늘..

인문명화산책 13 ‘그림 읽는 법’에 관하여

인문명화산책 13‘그림 읽는 법’에 대하여-건우가 묻고 박교수가 답하다- 명색이 법률가라는 사람이 법률이야기를 하지 않은 지 오랩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습니다. 저 사람 뭐하는 사람이냐고요. 그래서 오늘은 제 본업과 관련된 글을 하나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법’이야기입니다. 무슨 법이냐고요? ‘그림 읽는 법’입니다. ...허허! 좀 썰렁했습니까? 오늘 이야기는 좀 색다르게 하고 싶네요. 법 이야기란 게 대개 재미가 없잖습니까. 그래서 여러분이 그림 볼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림독법에 대해 제 제자와 이야기하듯 써보겠습니다. 제 사랑하는 제자 건우를 소개하지요. 건우는 학부생으로 예술에 조예가 깊은 친구입니다. 이제부터 건우가 묻고 박교수가 답하겠습니다. 그림감상은 화가와 대화하는 것건우: 선..

인문명화산책 12 인간의 본능을 그린 화가, 그가 만든 20 세기

인문명화산책 12 인간의 본능을 그린 화가, 그가 만든 20 세기-구스타프 클림트 이야기-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1907-08, 클림트의 대표작이다. 직사각형 문양은 남자의 정자, 타원형과 꽃 문양은 여자의 생식력 상징한다. 두 남녀는 완전히 밀착되어 거의 융합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난 20여 년간 꽤 많이 유럽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스웨덴에선 1년간 체류하면서 그곳 사회를 속속 보려고 노력했다. 그 관찰 속에서 우리와 그들의 중요한 차이를 발견하였는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인간 본능’에 관한 것이었다. 인간본능을 보는 시각과 그것을 다루는 방법은 우리와 그들 사이에선 거의 한 세기 정도의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오늘 내가 이야기하는 인간본능이란 인간의 성적 욕구에 관한 것이다. ..

인문명화산책 11 가난을 그린 예술혼, 무리요의 ‘어린 거지’

인문명화산책 11 가난을 그린 예술혼, 무리요의 ‘어린 거지’ 내가 초등학교를 들어간 60년대 말은 주변 환경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위생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목욕이다. 당시 웬만큼 부자가 아니고서는 집에 목욕탕이나 샤워시설을 갖춘 집은 없었다. 특히 나는 충청도 어느 벽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애당초 구경조차 못했다. 우리 마을에서 가장 잘사는 집이 양조장집이었는데 그 집에 가면 일제시대 때 만든 목욕시설이 하나 있었다.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1617-1682), '어린 거지', 루브르 박물관 소장 큰 무쇠 욕조에 물을 붓고, 아래에서 군불을 지펴 물이 뜨거워지면, 찬물을 부어 온도를 맞추고, 나이 순서에 따라 들어가 때를 불린다. 할아버지..

인문명화산책1아이들의 놀이

인문명화산책1[피테르 브뤼헬의 ] 일요일 밤이다. 글쓰기 좋은 시간이다. 잠시 읽던 책을 덮고 페친들과 그림 하나를 감상하고자 한다.-----피테르 브뤼헬(1525-1569). 네덜란드 화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명 중 하나다(다른 한 명은 요하네스 베르메르). 미술사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그에 대해 알게 된 것은 1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엔나 예술사미술관(비엔나 쿤스트)에 가서 브뤼헬의 방에 들어갔을 때였다. 거기서 13-4점의 그림을 보았는데, 내겐 큰 충격이었다. 16세기 작품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주제였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나는 브뤼헬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유럽의 미술관을 방문할 때마다 내겐 그 어떤 작품보다 브뤼헬 작품을 보는 게 최우선이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

인문명화산책2김상환 판사, 한 장의 그림 그리고 코소보 역사

인문명화산책2[김상환 판사, 한 장의 그림 그리고 코소보 역사] 김상환,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 부장판사. 이 사람을 오래 동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오늘 그가 원세훈을 법정구속했다. 사필귀정의 판결이지만 쉽게 나올 수 있는 판결이 아니다. 원세훈에 대해서 1심을 맡았던 이범균 판사는 국정원법에 의한 정치 관여는 인정했지만 공직선거법상의 선거개입은 인정하지 않았다. 국사범임이 분명했지만 원세훈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범균 판사의 이 판결에 대해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나도 그 대열에 섰다. 선거철에 국정원이 인터넷 상에서 댓글을 달면서 정치에 관여했는데 그것을 선거개입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이 무슨 해괴한 판결이란 말인가. 누구는 이 판결이 다가올 법원 인사와 관계있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아닌 것도 ..

인문명화산책3생명의 가치를 그린 예술가들

인문명화산책3[생명의 가치를 그린 예술가들] 요 며칠 사이 뭔가 자꾸 쓰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림 한 점을 보면 그냥 예사롭게 넘기질 못한다. 비탄에 빠진 인간을 그린 작품을 볼 때는 마음이 더욱 심란하다. 그 마음이 이 글쓰기를 재촉한다.----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그 생명은 신성하다. 이 믿음이 바로 인권사상의 주춧돌이다. 다른 모든 인권은 여기에서 파생하는 권리다. 그런 이유로 세계인권선언은 인간의 존엄성(제1조)과 생명권(제3조)을 최우선 권리로 선언하고 있다(우리 헌법은 제10조에 인간 존엄성을 선언하고 있지만 생명권은 명문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생명권이 인간 존엄성에서 파생하는 기본권이라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예술사에서 인간 생명의 고귀함을 창조적 예술로 승화한 예는 근대 이..

인문명화산책4(피테르 브뤼헬의 네덜란드 속담)

인문명화산책4[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그러나 매우 유쾌한 그림] 며칠 전 피테르 브뤼헬의 를 소개하면서 17세기 네덜란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았다. 덧붙여 아동의 인권도 이야기했다. 오늘은 브뤼헬의 다른 그림 하나를 보면서 재미있는 속담을 말해 보자. 요즘 학생들의 말과 글을 유심히 살피면 옛날 사람(?)들과 비교해 다른 게 많다. 그 중 하나는 순수 한글 세대여서 그런지 한자에서 온 사자성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한글세대라면 정작 알아야 할 우리말 속담도 잘 모른다. 말과 글에서 구수한 우리 속담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단순히 세대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래가지고서야 우리글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쓸데없는 우려인가? 그렇다면 나야말로 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