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영국박물관 7

영국이야기 27(박물관7) 영국박물관에서 만난 로마황제들의 초상화

영국이야기 27(영국박물관이야기7) 영국박물관에서 만난 로마황제들의 초상화 로마제국 초상화, 영국박물관 70번방 대리석 조각상이 입체 초상화라?아마 유럽의 유명 박물관에 가본 사람들은 보았겠지만, 그들 박물관에는 그리스 로마시대 조각품(sculpture)이 적지 않게 전시되어 있다. 개 중에는 그 설명문에 로마황제 누구, 철학자 누구의 초상화(portrait)라고 쓰인 것이 있다. 초상화가 무엇인가. 누군가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다. 사실적으로 그리지 않으면 초상화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 얼굴을 소재로 한 다른 장르의 예술품일 뿐이다. 오늘날 초상화는 대체로 캔버스 위에 그린다. 서구 역사에서 보면 캔버스 위에 그린 초상화는 대체로 15~16세기 르네상스 이후 대중화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다른..

영국이야기26(박물관6) 시계와 근대성

영국이야기 26(영국박물관이야기6) 시계와 근대성-우린 시간의 노예다- 16세기 말의 시계 우리는 시간의 노예다. 시간이 되면... 일어나고, 밥을 먹고, 출근하고, 일을 하고, 퇴근하고, 잠을 잔다. 우리의 모든 삶은 시간과 관련이 있다. 곰곰이 생각하면 우리가 시간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통제한다. 이 노예적 삶을 일시적이라도 회피하고픈 날이 휴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늦잠을 자고, 아침을 건너 띄고, 브런치를 즐기고, 늦은 오후 느린 산책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수 십 년 시간에 의해 통제된 우리 몸은 이미 시계가 되어 있어 휴일도 평상시와 다르지 않다. 이게 바로 근대인의 모습이다. 그럼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 근대인이 되었을까? 미셸 푸코는 근대의 ..

영국이야기25(박물관5) 계몽주의와 영국박물관

영국이야기 25(영국박물관이야기5) 계몽주의와 영국박물관 영국박물관 1번방, 이곳에서 계몽주의 산물로서의 영국박물관의 설립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일반적인 영국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참 동안 영국박물관이야기를 하지 못했다. 오늘은 내가 있는 런던대학 바로 옆의 영국박물관에 대해 말해보자. 오늘 이야기는 어떤 특정 전시품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영국박물관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이 이야기는 원래 이 시리즈의 2번째 정도 나왔어야 할 것이었다). 나는 지난 2달 동안 이 박물관을 10회 이상 가 보았다. 갈 때마다의 느낌? 한마디로 헤아릴 수 없는 그 많은 소장품에 기가 질린다. 가기 전엔 무언가 한두 가지라도 제대로 보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가도 가는 족족 머리가 어지러워 길을 잃고 만다. 도대체 ..

영국 이야기 17(박물관4) 영국박물관 67번 방

영국이야기17(영국박물관 이야기4) 영국박물관 67번 방 한국 내에 있으면 우리의 장래에 대해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정치, 경제 어느 것도 제대로 굴러가질 않는다. 당장 어떻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 때도 있다. 거기에다 이젠 지진까지 일어나니 근심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나라에 긍지를 가질 수가 있겠는가.그럼에도 외국에 나오면 한국이란 나라의 달라진 위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국은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영국 땅에서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아는 바 없는 그 사람의 무식을 탓해야 한다. 영국박물관 67번 방 한국관 아마도 한국인으로서 가장 기분 좋은 것은 유수한 박물관에서 한국 전시물을 만날 때일 것이다. 경제는 압축경제가 있다..

영국이야기13(박물관3)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

영국이야기13(영국박물관이야기3)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 영국박물관에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방이 이집트관이다. 이곳에 가면 우리가 잘아는 고대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2세의 석상을 비롯해 눈이 휘둥그래질만한 유물들을 셀 수없이 볼 수 있다. 그 중 한 유물을 보자. 이 유물은 고대 이집트 신왕조 18왕조의 투탕카멘 시절 군 최고사령관이었고 투탕카멘 사후엔 왕조의 최후 파라오가 된 호렘햅 내외의 조각상인데, 이집트 관에서 그리 눈에 띄는 유물은 아니다. 영국박물관 이집트 관 내의 18왕조 최후의 파라오 호렘햅 부부상, 필자 촬영 이런 조각상이 영국박물관을 비롯 고대 이집트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에서 곧잘 보이는 것으로 보아, 3천 년 전 이집트에선, 파라오 부부 조각상 제작이 꽤나 유행했던 모양이다...

영국박물관 11(박물관2) 세계최초의 인권문서, 이란인의 긍지 키루스 실린더

영국이야기11(영국박물관이야기 2) 세계 최초의 인권문서, 이란인의 긍지 키루스 실린더 키루스 실린더 명색이 인권을 연구하는 사람이 영국박물관을 들락거리며 유물을 살피고 있으니, 이야기의 시작은 인권과 유관한 것부터 해보기로 하자. 영국박물관 내의 이란 고대유물관(52번 방)을 들어가면 한 유리 상자에 글자가 조밀하게 새겨진 병모양의 실린더를 볼 수 있다. 워낙 볼 게 많은 방이라 관람객 대부분은 그저 스쳐지나가고 말지만 이 유물만큼 사연많은 유물도 없다. 인권공부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 유물을 세계 최초의 인권문서라 부른다. 바로 키루스 실린더다. 고대 아카디아 글자가 점토 위에 쓰여진 (길이 22.5 센티미터, 중앙 부분 직경 10센티미터의) 원통이다. 1879년 영국박물관의 메소포타미아 지역 발..

영국이야기10(박물관1)영국박물관 이야기 어떻게 할까

영국이야기 10(영국박물관 이야기 1) 영국박물관 이야기 어떻게 할까 영국박물관 전경 내 인생에 이런 기회가 생겼다내 인생에서 이런 기회가 오다니! 런던에서의 생활, 이제껏 내게 이런 기회가 있을 줄 모르고 살아왔다. 대학에 있는 덕분에 누릴 수 있는 호사다. 한 학기 동안 주어진 연구활동을 어디서 보낼까 고민하다가 런던으로 정했다. 런던에서 보고 싶고, 알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선한 인연 덕에 런던대학(SOAS)에 올 수 있었다. 이 대학이 내게 좋은 것은 학교 자체도 맘에 들지만 대학건물이 바로 대영박물관 옆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간 이 박물관에 몇 번 왔지만 소장품의 백분의 1 아니 천분의 1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올 때마다 아쉬움을 느꼈다. 언젠가 내게 시간과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