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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기도

박찬운 교수 2017. 7. 4. 05:42

새벽을 여는 기도

 

지금 시각 새벽 4시. 일찍 일어나 잠시 주변을 정리하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정신없이 몇 주를 보냈습니다. 종강을 하고 기말시험을 치르자마자 일본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한 주에 몇 번이나 있는 각종 회의에 참가하고, 오래 전부터 요청받은 몇 개의 강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주하게 지내다가 잠시 생각해 보니 어느새 저에겐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방학은 그것 없이 사는 분들에겐 어쩐지 죄송한 기간입니다만 결코 교수들 놀면서 월급 받는 기간은 아닙니다. 이 기간 저를 포함한 교수들은 많은 분들이 땀 흘리는 만큼, 부지런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세상을 돌아다니고 시야를 넓혀, 다음 학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요즘은 개혁의 시기니 저 같은 교수는 동참의 자세로 과외의 일도 마다할 수 없습니다.

아, 그런데 세상 일이 말처럼 쉽지 않군요. 

 

의례히, 저는 하루 한번 산책을 합니다. 3-4킬로미터 정도 집이나 학교 주변을 걷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습니다. 걸으면서, 철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도 느끼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가슴 속에 새겨 넣습니다. 그러나 산책의 주목적은 사색입니다. 저의 대부분 삶의 방향은 이 산책을 통해 나옵니다.

요즘 산책은 아주 어렵습니다. 날이 덥고 습해 땀이 많이 납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얼굴을 타고 내려오고, 등줄기의 땀은 겉옷을 흠뻑 적시고 맙니다. 그럼에도 저의 생각은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 산책 중 생각난 것 몇 가지, 요즘 제 삶을 돌아보는 그 생각을, 오늘 이 새벽에, 기도하는 맘으로 이곳에 적어봅니다. 나이 50대 중반을 넘은 한 중년남자의 애절한 고백입니다.

1. 좀 더 자유롭게, 좀 더 거침없이 살자. 이제 나이도 찰대로 찼으니 무엇을 겁내랴. 

2. 내게 가장 소중한 것에 집중하고, 거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투자하자.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절대로 욕심내선 안 된다. 

3. 검소한 삶을 살자. 질박한 삶 속에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기름 끼 많은 음식보다는 담백한 음식을 먹고, 사치스런 옷보다는 깨끗한 옷을 입고, 좋은 차 보다는 튼튼한 두 다리로 걷자.

 

4. 독서와 여행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보편적 삶을 추구하자. 허전할 땐 책을 읽고 답답할 땐 배낭을 메고 어딘가로 떠나자.

5. 나와 통하는 친구를 만나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자. 그 친구가 진정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배다. 

6. 내가 처해 있는 환경(국가, 사회, 대학 등)에서 최선을 다하자. 때론 절망스런 세상이지만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 개선하는데, 미력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