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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문제의 뿌리, 우리가 개혁해야 할 것들

박찬운 교수 2016. 7. 21. 20:45

우리사회 문제의 뿌리, 우리가 개혁해야 할 것들

 


무척 더운 날입니다. 오늘 같은 날은 걷기가 어렵군요. 그저 시원한 카페에 앉아 냉커피 시켜 놓고 페북질이나 하는 게 제격입니다. 이 복중 더위에도 노동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시는 분들께는 미안한 말씀이군요.


잠시 카페에 혼자 앉아 페북 타임라인을 쭉 넘기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사드배치 문제, 우병우라는 젊은 친구의 권력놀음이군요. 하나는 우리나라 안보와 평화의 문제이니 우리 모두의 생존과 관련된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또 하나는 사실 그거에 비하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이 나라의 정의에 관한 문제니,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하늘 아래 완전한 나라는 없습니다. 지구상 존재하는 어느 나라도 문제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명색이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이 나라는, 그 정도가 심합니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 나라에 대한 희망을 근본부터 앗아가고 있습니다. 빨리 이 나라를 뜨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 번 씩 일어납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도처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것일까요.


분명 우리나라엔 두 세력이 팽팽하게 싸우고 있습니다.

 

한 세력은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켜 통일의 길로 가자고 주장합니다. 다른 세력은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긴장을 조성하며 분단을 항구화합니다.


한 세력은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의 삶에 관심을 갖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복지국가의 길로 나가자고 합니다. 다른 세력은 자나 깨나 재벌을 살려 경제성장을 하는 게 우선 중요하니 민초들은 좀 참아달라고 합니다.


한 세력은 이 사회의 기득권층이 범한 과거와 현재의 잘못을 깨끗이 청산한 다음 앞으로 나가자고 합니다. 다른 세력은 잘못을 다 들추면 이 나라가 거덜 나니 적당한 선에서 끝내고 화합하자고 외칩니다.


한 세력은 권력을 나누고 수평적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고 합니다. 다른 세력은 권력을 나누면 세상이 시끄럽다고 하면서 여전히 수직적 세상을 원합니다.


저는 이런 갈등이 우리 사회 전체에서 쉼없이 부딛히면서 두 전선 사이에 견고한 벽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전자를 주장하는 세력은 수로는 많지만 현실적으론 약자였습니다. 반면 후자는 수로는 소수지만 힘은 압도적으로 센 강자였습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정치권력과 돈, 언론과 교육 그리고 종교까지 쥐고 있습니다. 이러니 세상이 변할 리가 없습니다.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봅시다. 우리나라가 변하기 위해서 무엇이 환골탈태해야 합니까?


가장 큰 문제는 물질적 기반을 쥐고 있는 권력, 재벌과 대기업이 획기적으로 개혁되어야 합니다. 우리 경제구조가 이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한 서민의 삶은 좋아질 수 없습니다. 경제인구의 90%는 재벌이나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자영업, 농업에 종사합니다. 이들을 위한 경제정책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이 사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다음으론 정신적 기반을 제공하는 종교가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종교는 너무 정권에 친합니다. 제도로는 정치와 정교가 분명히 분리되어 있지만 종교는 권력에 끊임없이 추파를 보냅니다. 특히 기독교 개신교단의 대형교회는 가장 큰 문제 집단입니다. 이들 때문에 우리사회의 공의가 얼마나 파탄나고 있습니까. 여의도와 강남의 수만 성도를 거느린 교회가 개혁되지 않으면 이 나라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5백만이 넘는 가톨릭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들이 정신만 차리면 우리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이들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우리사회의 정신적 기반과 관련 있는 집단 중 종교와 더불어 문제가 많은 게 사학입니다. 우리나라는 공교육을 하면서도 그 운영중심은 사학이 맡고 있습니다. 해방 직후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게 원인이었습니다. 국가의 도움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면서도 사학재단이 교육을 주도한다는 것은 문제 중 문제입니다. 사학은 자고로 세상 바꾸는 데에는 관심이 적습니다. 사학을 운영하는 상당수의 인물들은 육영사업에 뛰어들 자격이 없는 자들입니다. 이들을 교육현장에서 추방시키지 않고서는 이 나라의 내일이 없습니다.


정치권력과 언론의 개혁 또한 급선무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이들은 독립변수가 아닙니다. 정치권력과 언론은 독립적으로(스스로) 바뀌지 않습니다. 이들은 사실 재벌, 대기업, 사학, 종교단체의 대변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뒤에서 이들 권력을 밀어주지 않는다면 이들은 설 땅이 없습니다. 그러니 정치권력과 언론은 위의 개혁대상과 함께 바꾸어나가야 합니다.


저는 오늘 우리나라를 바꾸는 방책을 말하진 못하겠습니다. 다만 우리사회에서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될 대상은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요약해서 다시 한 번 말하면, 물적 대상으로서 재벌과 대기업, 정신적 대상으로서 거대 종교단체와 사학, 그리고 이들을 대표하는 정치권력과 언론이 우리가 개혁해야 할 대상들입니다.


사실 우리가 페북 상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모두가 이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야기하다보니 냉커피 얼음이 모두 녹았습니다.

 

(2016.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