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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존엄성을 모르는 이 사회, 고요한 아침 나는 이렇게 외친다

박찬운 교수 2016. 5. 31. 05:49

인간존엄성을 모르는 이 사회, 고요한 아침 나는 이렇게 외친다

 

 

 

 

 

 

 

 

 

 

나는 이렇게 외친다!

 

 

 

 

 

 

 

 

요즘 참 우울하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무엇 하나 맘에 드는 게 없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나야 어떻게든 살겠지만 내 자식들, 앞날이 구만 리 같은 젊은이들...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라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강남역 근처 화장실에서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어느 젊은 여인, 지하철 역 스크린 도어 고장수리를 하다가 문틈에 끼어 죽은 19살 청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불쌍하고 미안하다. 이 땅에 태어나서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그렇게 속절없이 갔으니, 무슨 말로 명복을 빌겠는가.

 

이명박 정권이 벌려놓은 4대강 사업이라는 전대미문의 국토훼절 행위로 전국의 강은 녹조라테로 변한지 오래다. 수천 만 명이 마시고 농업용수로 써야 할 그 맑은 물이 죽음의 물로 변하고 말았다. 사태가 그렇게 되었는데도 어느 놈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그 강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지만 방법이 없다. 국가란 게 전혀 쓸모가 없다. 정권이 바뀐 다음에도 도대체 뚜렷한 대책 하나 세우질 못하니 이게 무슨 국가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각료들의 꼬라지를 보면 화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난다. 이들은 권력을 누릴 줄만 알지 지금 국민들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지를 모른다. 정부 장차관들의 이력을 보면 박사요, 교수요, 고시출신자이지만 하는 짓을 보면 일자무식 시정잡배와 다를 게 없다. 이들은 대통령에게 직언 한번 못하고 그저 그 되지도 않는 말이나 수첩에 받아 적기에 급급한 수첩대신, 지당대신들이다.

 

내겐 모든 게 하나로 보인다. 우리들은 모두가 비루하게 산다. 민초는 돈도 권력도 없으니 노예 같은 삶을 산다.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가졌다는 총리, 장관, 이들은 출세한 것에 스스로 대견한 듯이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것은 간도 쓸게도 없는 그저 영혼 없는 미소일 뿐이다. 돈 많은 재벌? 말해서 무엇하랴. 온갖 비인간적인 갑질행위를 취미생활로 하니 팔자가 좋을 것 같지만 노예를 부리는 주인이 갈 곳은 지옥밖에 없다.

 

아이들도 어른도, 남자도 여자도, 가난한 자도 부유한 자도, 배운 자도 못 배운 자도 다 마찬가지다.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것은 똑 같다. 그렇다 보니 사회 전체가 개인에 대한 존엄성을 모른다.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모두가 존엄한 인간인데, 우리들은 그 자명한 사실을 모른다, 아니 인정하지 않는다. 어느 한 사람도 누구의 수단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 태어난 지고한 목적적 존재가 아닌가.

 

인간의 존엄성을 아는 사회, 누구나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방법은 이것밖엔 없다. 시간이 걸려도, 한편으론, 개인에게 최소한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사회(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하고(물적 기초), 또 한편으론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가치관(정신적 기초)을 공유해야 한다.

 

물론 언제까지 이런 사회를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다. 이미 이런 것을 깨달은 사람, 이미 역량을 갖춘 사람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나서야 한다. 나와 당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개인의 존엄한 가치를 존중할 것이라고 결심해야 한다. 주변에 나보다 좋지 못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웃도 나와 똑 같은 인격체임을 추호도 의심치 말아야 한다.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서, 누구로부터도 의존하지 말고 독립적으로 살아야 한다. 이 자유와 독립을 막는 어떤 권위에 대해서도 저항해야 한다. 내 앞에 대통령이 있을지라도 내 자유와 독립을 막을 순 없다. 나와 그는 똑 같은 인격체로서 만날 뿐이다. 대통령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하면 참지 말고 반박해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쓰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다.

 

자식들을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 어딜 가서도 타인을 존중하고, 그러면서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살라고 가르쳐야 한다. 그런 자식들이 자라 이 사회의 주역이 된다면, 어찌 이 나라가 이렇게 무도한 나라가 될 것인가. 어찌 돈 있는 자의 갑질행위가 횡행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4대강 사업이 가능할 것이며, 어떻게 그런 자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겠는가

 

(2016.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