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삶의 이야기

전화 한 통화로 상대를 감동시키는 대통령

박찬운 교수 2017. 5. 16. 10:39

전화 한 통화로 상대를 감동시키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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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엔 어딜 가도 위계질서 문화가 강력하다. 내가 속한 법조계는 그게 유난히 강하다. 소위 기수문화가 횡행하는데, 법조경력의 길고 짧음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처신하면, 큰 코 다친다. 솔직히 말해 나도 이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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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다 관존민비 현상까지 더해져 현직에 있는 법조인들의 권위주의는 도가 지나친다. 재야 변호사들은 기수가 높더라도 현직 후배에게 깍듯하다. 이 같은 현상은 관이라고 할 수 없는 변호사단체에서도 나타난다. 변호사회 회장이 되면 기수와 관계없이 회원들과의 관계에선 갑을관계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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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ㅇㅇ변호사회 회장실입니다. 회장님이 박교수님과 통화를 원하십니다."

나는 그 전화를 받자마자 화가 났다. 어라, 이 친구 봐라. 언제부터 내게 이런 식으로 전화를 했지? 나는 그 친구가 연결되기 전에 전화를 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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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뒤에 벨이 또 울렸다.

"전화가 끊어진 것 같습니다. 회장님 연결하겠습니다."
"여보세요. 전화 끊어진 게 아니고 내가 껐어요. 회장님께 직접 전화하시라고 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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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후 그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제가 바쁘다보니 미처 챙기질 못 했습니다"
"ㅇ회장, 그래도 그렇지... 좀 조심하는 게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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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에피소드지만 이것으로 우리 사회에서 돈과 권력을 갖고 있다는 사람들의 멘탈을 알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보다 지위가 낮다고 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이런 식으로 전화를 한다. 이런 전화는 결코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겐 하지 않는다. 그러니 전화하는 태도만 보면 잘 났다고 하는 사람들의 의식을 상당부분 알 수 있다. 그 태도에서 그들의 권위의식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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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대통령이 송하진 전북지사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송지사는 대통령이 비서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화를 하자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문대통령의 이런 태도야 말로 새로운 스타일의 대통령상이다. 탈 권위의 상징적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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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게 일부러 꾸며진 상징조작이라고 보지 않는다. 바로 인간 문재인의 본모습이다. 그가 이렇게 하는 것은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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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이런 모습을 임기 끝까지 보여주기 바란다. 그래서 장관들도, 청와대 수석들도 대통령을 닮아 이런 자세로 일하라. 이 얼마나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세인가, 조용히 상대를 감동시키지 않는가. 쓸데없이 권위를 보여주려고 했다가 본론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망했던 케이스가 얼마나 많은가. 새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경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