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배기시리즈

고카시의 찬사, “공산주의자”

박찬운 교수 2015. 10. 8. 13:03

꽈배기 시리즈(3)

고카시의 찬사, “공산주의자”


요즘 고카시(고아무개+매카시) 아니 고벨스(고아무개+괴벨스)란 분이 뜬다지요. 5천만이 사는 대한민국에서 ‘뜬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뜨는 분들에겐 분명 그럴만한 능력이나 배경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이 분 이력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음...역시 만만한 인물이 아니군요. 어릴 때 공부깨나 한 모양입니다. 거의 준재들만 들어갔다는 경기고, 거기에다 서울대를 나온 분이군요. 소위 KS라는 것이죠. 더군다나 이 분 법대를 안 나왔으면서도 사법시험을 합격했어요. 이건 공부 잘한 것을 넘어 공부를 필사적으로 했다는 것을 말합니다. 성실성을 입증하는 거지요. 그때 사법시험은 요즘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과는 비교가 안 되거든요. 백 명 중 한 명 뽑힐까 말까 하는 시험이었으니까요.


그 후 어땠는지 아십니까.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인 대한민국 검사가 되었군요. 그렇고 그런 찌질한 검사가 아닙니다. 혼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던 모양입니다. 불철주야 공안사범을 ‘족’치셨군요. 그중엔 후일 대법원에 가서 무죄가 된 사건도 있고요. 그게 인정되었던지, 검찰의 꽃, 검사장까지 올라갔습니다. 사회로 나온 다음엔 무엇을 했을까요. 저 같으면 그저 연금 받고 조용히 변호사 생활이나할 텐데, 어쩜 조국을 위하는 마음이 그리도 간절했던지, 국가정상화추진위원회? 이런 어마 어마한 단체를 만들어 우리사회의 친북반국가행위자를 골라냈지요. 박원순, 권영길 이런 사람들 다 이 분에게 걸렸습니다.


더군다나 요즘엔 방문진 이사장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가지고 있는데, 정말 거친 말을 서슴지 않으시네요.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상에 뜨려고 작정을 하지 않은 이상엔 이런 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 정도 나이와 경력이 되면 얼마나 걸리는 게 많겠습니까. 국감장에 서면, 국회의원 싫어도, 좀 예를 갖춰야 하는 걸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이 분 보세요. 아랑곳 하지 않고 할 말 다 합니다. 뱃심 두둑합니다!


그러니 우리 이건 인정해주십시다. “고카스, 당신 대단한 사람이여!”


세상을 만만치 않게 사신 분들이 말하는 직설화법은 반드시 잘 새겨들어야 합니다. 그 분들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그냥 하는 게 아니거든요. 반어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특히 이 분처럼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는 더욱 그 말을 그대로 들으면 안 되는 겁니다. 꼭 재해석이라는 망으로 걸러 그 의미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오늘 이 분이 요즘 말씀하시는 '공산주의자'의 의미를 재해석 해 보았습니다.


이 분이 말씀하길, “문재인은 공산주의자임을 확신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다”라고 했더군요. 그게 80년대 초 부산에서 일어난 부림사건과 관련 있는 모양입니다. 당시 자신이 공산주의자라고 판단한 부림사건 피고인들을 변호했고ㅡ사실 문재인은 그 사건 변호는 안했다고 합니다ㅡ그 이후로도 친구관계를 유지해 왔으니 공산주의자 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라는 거지요.


여러분, 송강호가 열연한 ‘변호인’ 보셨지요. 정말 폼 나는 변호사 아닙니까. 법정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포효하는 장면, 카! 그 장면만 생각하면, 저 역시 저런 변호사 한 번 못하고 변호사 업을 끝냈다는 것에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고카시 이 분이 그런 변호사를 공산주의자 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라고 한다면, 그 공산주의자는 가문의 영광 아니겠습니까.


이 분이 요즘 역사학자 90%가 좌경화되었다고도 했군요. 이것도 잘 새겨들어야 합니다. 이 90% 학자들이 그동안 한국 역사의 다양성을 설파한 분들이고, 해방이후 반민족행위자들의 역사를 쓰신 분이고, 민주주의가 파탄 났을 때 그 회복을 주장한 분들 아닙니까. 그리고 최근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분들이죠. 제대로 된 문명국가 어디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합니까?


제가 역사를 '쪼깨' 공부한 것 아시지요. 이래 봐도 ‘로마문명 한국에 오다’라는 교양서를 쓴 사람이거든요. 그런 제가 힘주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역사책이란 과거의 사실을 그대로 기술하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선택해서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쓰는 사람의 주관, 승리자의 이념이 적용되는 건 필연적입니다. 역사 교과서를 하나로 통일시키면 국가가 학생들에게 하나의 역사적 사실만 보라고 강요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겁니다. 그래서야 민주시민이 키워지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고카시 이 분이 말하는 90%의 역사학자는 바른 눈을 가진 양식 있는 역사학자들입니다. 고카시는 그것을 반어법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10%의 학자들은 한강으로 뛰어 들어가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이 분이 사법부에도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고 한 모양인데, 이건 더욱 잘 해석해야 합니다. 아마 이 분이 말하는 그 장학생이란 피의자를 고문해서 허위자백 받은 다음 기소한 공안사건이나 말도 안 되는 국보법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한 판사들, 국정원 댓글 사건 같이 현재의 권력과 연결되어 있는 사건에서 눈치 안보고 유죄를 인정한 판사들일 겁니다. 이런 판사들이 있다면, 그 양반들이야말로,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법의 적정절차, 죄형법정주의, 무죄추정원칙 등의 가치를 지킨 헌법의 수호자들 아닙니까. 우리가 그런 판사 만들려고 법률가들을 교육하고 양성하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 고카시 이분이 말하는 김일성 장학생이야말로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최고의 재판관들인 겁니다.


이 분이 이재오와 김문수는 ‘전향한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것은 참 의미심장합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공산주의자 반열에서 빼주었으니 고마워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천만에요. 위에서 보았듯이, 고카시 이분이 말하는 공산주의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외치면서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는 변호사, 참된 대한민국의 역사를 쓰고자 다양한 역사교과서를 요구하는 학자,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자 불철주야 노력하는 판사들인 것을 보면, ‘전향한 공산주의자’라는 말은, 이런 참된 지식인 반열에 서지 못하는, 변변치 못한 사람을 의미하는 거지요. 고카시 이 분은 그 특유의 반어법으로 이 두 사람을 사실 박살낸 것입니다.


자, 이제 말을 끝내죠. 만만치 않은 인생을 사신 고카시란 분이 쏟아내고 있는 공산주의자! 그것은 사실 영예로운 호칭입니다. 혹시 이 분이 오늘 이 글을 쓰는 박아무개를 아신다면, 어떻게 말해줄까요. 저에게도 '공산주의자' 아니, 노대통령 반열의, '변형된 공산주의자'라는 영예로운 호칭을 달아줄까요. 제발 그래주신다면, 저에게도 가문의 영광일 겁니다.(2015.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