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뇌물의 용처 확인? 그것은 박근혜가 할 일이다

박찬운 교수 2017. 11. 7. 12:00

뇌물의 용처 확인? 그것은 박근혜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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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국정원 특활비 40억 원을 가져와 썼다는 게 밝혀졌다. 지금 검찰은 그 돈을 박근혜가 무슨 용도로 썼는지를 밝힌다고 한다. 당사자가 입을 열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40억 원이 모두 꼬리표가 달리지 않은 5만 원 권 지폐다. 그 행방을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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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검찰이 특활비 용처를 굳이 다 밝힐 필요는 없다. 그렇게 안 해도 법원에서 뇌물죄 인정받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왜? 뇌물죄에서 직무와 관련해 뇌물(돈) 받은 것만 밝히면 범죄증명은 끝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관련자들의 충분한 진술이 있고 정황증거가 있다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검찰이 용처를 확인하려고 하는 것은, 시중의 의혹을 밝히는 것인데, 만일 그게 밝혀지면, 박근혜에 대한 법정 선고형량은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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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박근혜다. 이 뇌물죄가 보통 범죄가 아니다. 40억 원이면 특가법에 의해 형이 가중된다. 최저 형량이 징역 10년이다. 용처는 이제 박근혜가 밝힐 일이다. 그 돈을 전적으로 공적인 업무에 썼다면, 판사가 형을 선고할 때, 그 정상을 참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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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이제 40억 원이 각종 성형시술 비용으로, 수백 벌의 의상비용으로, 최순실의 도피자금으로, 변호사 비용으로 쓰이지 않았고, 그것들은 그가 별도로 꼬불쳐 놓은 다른 비자금(단 그 돈이 불법적인 돈이어서는 안 됨, 만일 그런 돈이었다면, 또 다른 수사를 받을 것임)에서 나온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매우 절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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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겐 상상력이 필요하다. 누가 들어도 대통령으로서 청와대에 배정된 특활비론 정상적인 국정운용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믿을만한 정도의 주장(도대체 그런 일이 무엇일까? 나로선 상상이 안 된다.)을 해야 한다. 이것은 고도의 인문학적 상상력이다. 평소 독서력이 부족한 그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더욱 그 증거까지 대야 한다. 물정 모르는 그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아무 것도 모르는 국선변호인에게 이런 상상력과 증거수집을 바랄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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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박근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완전한 자복 외에는 방법이 없다.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와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정상참작의 여지마저 스스로 없애는 일이다. 잘못했음을 완벽하게 시인하고 선처를 눈물로 호소하는 일이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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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0만 원 권 지폐 만들자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부터 나는 결사코 반대했다. 이번에 그 이유를 알았을 것이다. 만일 10만 원권 만들었다면 박근혜가 국정원으로부터 가져간 돈이 40억 원이 아니고 80억 원이 되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