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새해에는 적재적소에 인재가 등용되길

박찬운 교수 2017. 12. 25. 06:18

새해에는 적재적소에 인재가 등용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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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정권이 교체된 해이니 만큼 인사가 풍년이었다. (선망의) 자리가 비워졌고 그 자리에 누가 들어갈지 관심사가 되었다. 좀 선문답 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이에 관해 한 마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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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고전 중에 <주역>의 핵심사상은 관계론이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지혜를 가르친다. 관계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리에 관한 것인데, 길흉화복의 근원이 잘못된 자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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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리를 찾는 것을 득위(得位)라 하고 그렇지 못한 것을 실위(失位)라 한다. 득위는 만사형통의 길이지만 실위는 만사불행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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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의 자리가 잘못될 때 그 한 몸만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도 불행해진다. 인간 욕망 중 명예욕은 물욕과 함께 떨치기 어려운 것이지만 그것이 자리와 관련될 때, 우리 모두는 반드시 <주역>의 이 가르침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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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왕 판사를 했으니 대법관이, 이왕 검사를 했으니 검찰총장이 되고 싶어 한다. 세상에서 유명한 교수라고 하니 이젠 장관이 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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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아무리 보아도 그 자리에 맞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권력욕과 명예욕에 불타 그저 무언가 ‘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 자리에서 '일할 사람'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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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이 출사를 함에 있어 유비가 초막을 세 번이나 찾아간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지존한 자가 세상의 일을 함께 도모하자고 청을 해도 자신이 과연 세상에 나가도 될지를 자문하는 제갈량의 숙고하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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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자리'에 뜻을 둔 사람들이라면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봐야한다. 무엇을 위해 그 문을 두드리는지, 내가 그 자리에 가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나는 그동안 그 자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 왔는지. 내가 그 자리에 나아가도 오래 동안 보아 온 사람들이 될 만한 사람이 되었다고 축하받을 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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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자리만 찾아간 야심가들의 말로는 좋을 수가 없다. 얼마나 많은 국회의원, 장관, 대법관... 고위 공직자들이 자리만 지키고 국록을 먹었다고 욕을 먹었는가. 그런 욕을 먹으면서도 그 자리를 지킨다면 ‘특별한 사람’인 것은 맞지만 국민들은 그런 ‘특별한 자’를 원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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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좋은 인재가 적재적소에서 능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개혁도 그것을 할 수 있는 임자를 만나야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