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일고의 가치도 없는 야당 주장

박찬운 교수 2017. 8. 22. 20:24

일고의 가치도 없는 야당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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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정 헌재재판관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한 목소리로 지명철회를 요구한다고 한다. 이후보자가 과거 사실상 민주당 지지 활동을 하는 등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오로지 정략적인 것으로 논평의 가치도 없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단 한 마디 말하는 게 내 책임이라 생각하여, 몇 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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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헌법재판소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헌재는 소위 정치적 사법기관이다. 그저 단순히 법을 적용하여 재판하는 사법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위반을 다루는 사법기관은 재판관들의 헌법적 이념과 철학 그리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결정이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일반 법원과 달리 그 구성에 있어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9인의 재판관 모두를 대통령의 뜻대로 임명하지 못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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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11조
②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③ 제2항의 재판관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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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헌법 조항은 우리 헌재의 이념지형을 주권자의 그것과 가급적 맞추기 위한 노력의 소산이었다. 우리 헌법은 애초부터 대통령과 국회 지명의 재판관은 정치적 성향이 강할 것을 예상했고 대법원장 지명의 재판관은 중립적인 성향이 강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 이유로 대통령과 국회 지명의 헌재 재판관의 정치적 활동 경력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따라서 문대통령이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헌재 재판관에 대해,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유사한 인물을 지명한 것은, 우리 헌법이 예상한 결과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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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선출 3인 재판관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 여당 몫의 재판관은 여당과 정치적 성향을 같이 하는 법률가를, 야당 몫의 재판관은 야당과 정치적 성향을 같이 하는 법률가들이 지명되어 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지금 와서 이 당연한 임명권 행사를 정치적 편향 운운하면서 반대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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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헌재재판관의 임명에서 국회가 하는 일은 대법관의 경우처럼 동의권을 행사하는 게 아니다. 그저 청문절차를 진행할 뿐이다. 야당이 합심해 반대한들 대통령이 임명권을 행사하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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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우리 헌재가 비정상적으로 보수화되어 있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나오면서 우리 헌재는 완전히 보수화되었다. 대한민국의 이념지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새 정권의 대통령이 그것을 자신의 헌법적 권한으로 시정하고자 하는 것은 주권자 입장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통진당 사건에서 헌재는 8:1로 정당해산결정을 하고 말았다. 그게 바로 우리 헌재의 정치적 성향이자 이념지형이다. 이래 가지고서는 헌재의 헌법해석을 주권자인 우리 국민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적 성향의 대통령이 진보적 법률가를 임명하는 게 무엇이 잘못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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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청문절차를 통해 후보자가 적절한 재판관 자격을 갖지 않았다고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정치적 성향을 근거로 해선 안 된다. 그 후보자가 싫으면 그것보단 헌법재판관으로서의 기본적 자질이 없다고 주장해야 한다. 이후보자가 우리 헌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능한 법률가라고 주장하라. 그것이 아니라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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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보자의 선배로서, 지난 20년 이상 그를 지켜본 사람으로서, 매우 간단하게 그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헌법수호자로서 일하는 데 큰 흠이 없는 사람이다. 그것은 그가 살아온 그의 과거가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