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정치

잠 못 이루는 밤 -생존이냐 파멸이냐-

박찬운 교수 2017. 9. 5. 11:04

잠 못 이루는 밤
-생존이냐 파멸이냐-

.

지금 새벽 2시. 잠을 자야 하는 데 잘 수 없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내가 무슨 대단한 애국자도 아닌데... 한반도 정세를 생각하는 순간 잠은 멀리 달아나고 말았다. 
.

도대체 이 난국을 어떻게 돌파해야 한다는 말인가. 김정은과 트럼프가 벌리고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치킨 게임. 북과 미국은 서로를 향해 돌진해 가고 있다. 마주치는 순간 북은 물론 남도 궤멸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이 한반도가 지도상에서 없어질지도 모른다. 치킨 게임에선 승자가 따로 없다. 서로 회피하는 것만이 답이다.
.

회피, 그렇다. 미국도 북도 이젠 이 게임에서 내려와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런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북의 도전에 미국이 쉽게 회피할 것 같진 않다. 힘도 절대적인 우위에 있고, 전쟁을 선택해도 아직까진 미국 본토까지 위협을 받을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미국은 돌진을 선택할 것이다.
.

회피는 적당한 선에서 북이 선택할 카드다. 이렇게 판을 키워 놓은 것도 어떻게 보면 대 성공이다. 그들로서는 이제 모르는척하고 판돈을 거둬들일 때다. 문제는 북이 이 회피 카드를 쓸 수 있는 장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로선 우리에게 적당한 카드가 없다. 미국의 돌진에 방조하고 협력해 온 것이 오히려 코리아 패싱을 만들고 말았다. 
.

내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지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전한 상식으로 판단하건대, 이 상황에서 북을 테이블로 끌어들일 플레이어는 아무래도 중국이다. 중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북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중국이 나오도록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이 게임에서 우리도 나름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문대통령이 직접 중국을 방문하는 게 어떨까? 시진핑을 만나 담판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려면 우리도 무언가 카드를 가지고 가야한다. 사드? 그래 이젠 그 카드를 써보는 게 어떨까? 중국이 나서 북을 설득한다면 사드를 철수시키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필요하면 동북아 긴장완화를 위해 중국에 적대적인 한미일 삼각 동맹체제에 변화를 도모하겠다는 카드도 가지고 가는 것이다. 
.

이런 결단을 하기 위해선 지금쯤 우리도 미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이런 메시지 말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 안 된다. 우리는 전쟁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면 어떤 행동도 할 것이다. 한미동맹의 목적은 우리의 생존이다. 우리가 살아야 동맹도 있는 것이다. 미국이 협조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단독으로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
.

전쟁이 나면 다 죽는데 우리가 두려워할 게 무엇이 있는가. 나는 우리 정부에게 보다 담대한 외교를 부탁한다. 이것은 죽느냐 사느냐, 생존이냐 파멸이냐의 문제다.
.

잠이 오지 않아 끄적인 이 글을 역시 잠 못 이루는 페친들에게 보낸다. 이젠 잠을 다시 청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