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결심

일요일의 단상, 다시 허리띠를 조입니다

박찬운 교수 2016. 6. 18. 09:49

일요일의 단상, 다시 허리띠를 조입니다

 

지난 2년 이상 이곳에 많은 글을 써 왔습니다. 세상에 대한 제 생각을 토해 냈습니다. 제 관심사에 대해 말하고 관련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래서 많은 페친이 생겼습니다. 그 수가 어느새 4천 명이 넘었습니다.


요즘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한 숨만 나올 뿐입니다. 이곳에 들어오면 세상만사가 어지럽습니다. 혼란한 정치, 부정의한 경제, 죽고 죽이는 사건, 비난과 원망의 말과 글... 타임라인을 잠시 훑어보다가 이내 지쳐버리곤 합니다.


이 시대에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학교에 몸담고 있으니 그저 조용히 연구하고 강의나 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할까. 스스로에게 수없이 질문해 봅니다.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난 몇 년간 글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새삼 이런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내 글이 세상에서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하루 종일 연구실에 앉아 있다 보면 어디 나가는 게 귀찮습니다. 제 세상은 연구실이라는 그 좁은 공간입니다.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제 자신만의 공간입니다. 이곳은 편안한 곳입니다. 저는 그 아늑함이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공간을 좋아하면 할수록 번잡한 세상은 저에게서 멀어져 갑니다. 세상은 제 관찰대상일 뿐 제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저는 저의 이 나태함이 두렵습니다. 대한민국의 교수란다는 아니겠지요. 굉장히 곤란함 삶을 사는 교수들도 대단히 많습니다기본적으로 기득권층입니다. 이들은 돈과 권력을 지근거리에 두고 삶을 인조이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그저 돈과 권력에 비위만 맞추면 편안하게 살 수 있는데 왜 모험을 하겠습니까? 저는 이 편안함이 두렵습니다.

 

순간순간 제 자신을 엄습해 오는 나태와 안일, 그것들은 참기 힘든 유혹입니다. 운전할 때 졸음이 쏟아지면, 창문을 열어놓고 악을 써 봅니다. 그래도 눈은 감깁니다. 생의 한 가운데서, 저는 이런 쏟아지는 졸음을 맛봅니다.

 

깨어 있는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좀 힘겹더라도 세상에 대해 비판적 자세를 견지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하루하루를 지칠 줄 모르는 의지와 용기로, 저는 읽고, 쓰고, 말하고자 합니다.

 

이 주말 아침, 제 인생에서 큰 영향을 준, 고 리영희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읽어 봅니다. 그러면서 느슨해진 마음을 세게 조입니다.

 

나의 삶을 이끌어준 근본이념은 자유와 책임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 이념에 따라, 나는 언제나 내 앞에 던져진 현실 상황을 묵인하거나 회피하거나 또는 상황과의 관계설정을 기권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를 지식인의 배신으로 경멸하고 경계했다.”(<대화> 서문)

 

(2016.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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