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결심

초년 교수의 꿈

박찬운 교수 2018. 10. 30. 16:08

초년 교수의 꿈


교수 초년 시절 강의장면(위), 학생들과 청계천 걷기(아래)


제가 학교에 온지 12년이 넘었습니다. 교수 생활해 보니 학생들(아니 우리 모두)에게 무엇이 중요한 지가 눈에 보입니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곳, 학교에 대한 긍지라고 봅니다. 인생을 좀 먹는 온갖 콤플렉스가 여기에서 비롯되니까요.


제 컴퓨터 저장고에서 글 하나를 찾아냈습니다. 교수로 부임한 2006년 11월에 쓴 시입니다. 당시 저는 이 시를 쓴 다음 수업시간에 낭송을 했습니다. 학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지요. 지금이야 이런 시를 쓰지 않습니다.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런 방법이 아닌 조용한 방법으로도 그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합니다. 제가 이 시를 쓸 때 매우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긍지를 갖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길 빌고 또 빌었습니다. SNS에서 이런 학교 이야기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오늘만은 귀엽게 봐 주십시오 ㅎㅎ.


......


.

행당 동산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한강 바라보며 
꿈을 꾼다
.

내 지난 20년은 나를 위해
살아 왔으니
앞으로 20년은
이곳 한양을 위해
살아가리라
.

후배들이 꿈을 키우는 이곳
긍지의 전당이 되고
희망의 동산이 되어
언제나 너희들 삶 속에서
인생의 자랑이 되는
우리의 모교 한양을 만들어 보자

.
내가 꿈을 키운 한양 법대

.
꺼지지 않는 도서관의
불빛 아래에서 
잠을 쫓고 또 쫓으며
밤을 새우는 나의 후배들아
꿈은 그렇게 키우는 것이란다
.

초췌하고 피곤한 차림새이지만
눈만큼은 유난히도 반짝이는 후배들아
그래 잠시 세월을 잊자
내일의 동량은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니

.
한 아름 책을 안고 걸어가는
기특한 후배들아
그 속의 지혜를 하나도 빠짐없이
흡수하고 흡수하여
제발 이 나라의 기둥이 되라

.
너희들이 걸어가야 할
적지 않은 아픔
너희들은 감당할 수 있으리
내가 너희들 옆에 굳건히 서서
너희들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내 매일같이 박수치며
내 매일같이 등 떠밀며
내 매일같이 호령하리라

.
그리하여 나의 후배들
언젠가 너희들 모두가 꿈을 이루어
고향 이곳 행당 동산에 돌아오는 날
.

 
.
너희들 선배는
환희의 축가를 목청껏 부르리라

(2006. 11. 22. 박찬운 교수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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