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종교 철학 심리

자존감과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야! 하고 소리 한 번 질러 봐-

박찬운 교수 2019. 1. 28. 15:08

자존감과 자신감 넘치는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야! 하고 소리 한 번 질러 봐-



학교에 있다 보니 여러 학생들을 본다. 잘 관찰하면 유난히 성취도가 높은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쉽게도) 매우 낮은 학생이 있다. 그들 사이엔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게 물어본다면, 단연코 자존감과 자신감을 말하겠다. 자존감은 남과 비교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길을 걷게 하는 원동력이다. 자신감은 적극성과 용기의 근원이다. 이것들을 적절히 갖고 학업에 임하는 학생은, 학교생활도 잘 하지만, 졸업 후에도 성공적인 삶을 살아간다. 반면 이것을 갖지 못한 학생은, 뒤에서 맴돌다가 학창생활을 끝내고, 졸업 후에도 큰 발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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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과 자신감을 갖는다고 모두 부자가 되고 출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갖고 살면 당당하게 살 수 있고,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이 둘이 성공적 삶의 요체라고 본다. 문제는 이런 자존감과 자신감을 누구나 갖고 싶다고 해서 갖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자존감과 자신감을 확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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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과 자신감의 확보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하나는 사회 구조적 측면이다. 경쟁사회를 지향하는 사회에선 사람들은 두 부류로 극단화되기 쉽다. 자존감과 자신감이 높은 한 부류와 이 둘이 매우 낮은 다수. 전자는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후자는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에게서 쉽게 보인다. 이런 예는 우리 사회에서 수없이 볼 수 있다. 가장 극단적인 예가 학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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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살펴보라. 소극적인 성격을 갖고 있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는 경우가 있다. 원하던 일류대학에 들어간 뒤에 나타나는 현상이다(이게 세상이 SKY 타령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 때까진 꽤 적극적이던 아이가, 대학을 들어간 후부터 의기소침하더니, 결국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소극적 삶을 이어나가는 경우다. 대학입시 실패가 인생 전체로 확대되는 예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구성원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선 과도한 경쟁체제를 완화하는 것이 방법이다. 이것이 바로 복지국가의 꿈이다. 서구 복지국가를 가면 양 극단화된 성격의 구성원을 보기 힘들다. 대부분 사람들이 적절한 정도의 자존감과 자신감 속에서 살 수 있는 사회구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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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논의되어야 할 자존감과 자신감 확보는-이것이 사실 내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다- 개인적 차원의 심리적 접근방법이다. 이것은 동서고금 어떤 사회에서도 논의되는 보편적인 방법론이다. 사람은 누구나 시대를 막론하고, 어떤 사회에 살든,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고 사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으론 사회 제도적 차원에서 자존감과 자신감을 이야기하는 것은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는 정치인들이나 학자들이 하는 것이고, 오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관심을 가질 것은, 오로지 나 개인의 심리이다.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자존감과 자신감을 확보할 수 있을까? 이것은 오로지 천성이기 때문에 훈련해도 확보할 수 없는 것인가? 소극적 성격을 갖는 사람은 자존감과 자신감을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 특별히 참고할 만한 조언은 최근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조던 피터슨이 쓴 <12가지 인생의 법칙>에서 볼 수 있다. 책 중 특별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는 제1법칙이다. 그는 의기소침한 이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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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부터 반듯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구부정하고 웅크린 자세를 당장 버려라. 당신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라. 바라는 것이 있으면 그런 권리를 가진 사람처럼 당당하게 요구하라.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보고 걸어라 좀 건방지고 위험한 인물로 보여도 괜찮다. 세로토닌(자신감이 생길 때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화학물질)이 신경회로를 타고 충분히 흐를 것이고 그러면 두려움도 사라질 것이다... 자신감과 용기를 찾은 당신은 자신의 약점과 강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좁고 험한 길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56-57)

좋은 말 아닌가? 이렇게만 할 수 있으면. 문제는 이렇게 조언한다고 해서 누구나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보기엔 이 조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특별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내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서서히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단번에 터득될 수 있는 것이다. 점수(漸修)가 아니라 돈오(頓悟)다! 내가 과거에 쓴 ‘용기에 대한 기억’(아래 첫 댓글에 그 글을 링크하니 참고하기 바람)이란 글에 그 상황이 잘 나타나 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오늘 자존감과 자신감을 갖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꼭 조언하고 싶은 게 다음 두 가지다. 아마 피터슨의 충고보다 오히려 더 현실적인 조언일지 모른다.

하나는 체력을 키워 몸을 만들라는 것이다. 정신은 몸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단단한 몸에서 강인한 정신이 생긴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잠을 잘 자라. 숙면을 취하면 금방 마음이 느긋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밥을 잘 먹고 정기적으로 운동을 해 몸에 근육을 붙여라. 분명 어떤 상황에서도 겁이 줄어들 것이다.

또 하나는 딱 한 번이라 생각하고 저항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부당하게 대우하는 사람에게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강하게 따져라. 딱 한 번 미친척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하라. 그것을 경험한 다음엔 두 번째 저항이 쉬워질 것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쉬워질 것이다. 딱 한 번 미친 척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야! 하고 소리 한 번 질러보는 거다. “야! 나도 사람이야! 야!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어!” 당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달리 보일 것이고, 당신의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다.(2019.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