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기타

중인환시리 아동학대하는 대한민국

박찬운 교수 2015. 11. 29. 06:30

중인환시리 아동학대하는 대한민국


이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참석한 어린이 합장단원들이 매서운 추위에 온몸을 떠는 모습을 이곳저곳에서 본다.


영결식이 있었던 26일은 많은 사람들이 식장에 불참할 정도로 갑작스런 한파가 찾아왔다. 참석자들도 대부분 두꺼운 외투와 목도리, 무릎 담요로 중무장한 채 행사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이 어린이합창단 어린이들만은 얇은 단복만 입은 채 1시간 30여 분 동안 추위에 떨었다.


평소 추위에 약한 나로서는 감히 상상을 못하겠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겠는가. SNS 상에서 여러분들이 분노를 표한다. 나도 그렇다. 나도 분노한다.


우선 그 추위에 어린이를 동원한 공무원들에게 분노한다. 그런 계획을 승인한 책임자(장례위원장과 집행위원장)에게 분노한다.


행사장에서 추위에 떠는 그 어린이들을 본 수많은 참석자들에게 분노한다. 그들 중 어느 한 사람도 주최 측에 아이들을 행사장에서 빨리 나가게 하거나 보온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행사장에 함께 간 보호자(부모와 인솔교사)의 무력함에 연민과 함께 분노한다. 보호자들은 주최 측에 아이들이 잠바를 입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렇지만 주최 측은 미동도 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담력 있는 부모라면 보란 듯이 아이를 데려가기 위해 한 바탕 소란을 피웠을지 모르지만 양순한 인솔자와 부모님들에게서 그것을 기대할 순 없었다. 그저 발을 동동 굴며 아이들이 추워 떠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을 것이다. 연민을 느끼면서도 마음속에선 분노가 끓어오른다.


무뇌(無腦)적 사회에 분노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이들을 도모지 인격체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판단력이 부족하고 자신의 의지를 행동으로 연결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오로지 어른들의 목적 관철의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아동보호란 말은 이런 기초 없는 사회에선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은 면밀히 따지면 배려부족이란 말로 슬쩍 넘어갈 수 없다. 이럴 때 봐야 하는 법이 아동복지법이다. 그 법에선 아동학대와 그 처벌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3조
7.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2. 제3호부터 제8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번 행위는 ‘아동의 건강을 해치는 신체적 가혹행위’로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에 해당해 관련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수천 명 참석자와 수백만 명 시청자가 보는 앞에서 아동학대 범죄가 일어났던 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국회는 이번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관련자를 불러 진상을 조사하고 재발방지책을 요구해야 한다. 정부는 즉시 어린이들과 부모들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관련 공무원을 엄히 문책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아동학대의 점에 대해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나아가 향후 어린이를 이런 행사에 동원하지 않도록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