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기타

I. SEOUL.U

박찬운 교수 2015. 10. 31. 09:53

I. SEOUL.U


한 마디로 헛발질이다. 이런 걸 새로운 슬로건으로 내 놓는 서울시를 도통 이해할 수 없다. 내 머리론 이해도, 연상도 안 된다. 영문 슬로건이니 외국인은 이해할 것이다? 천만의 말씀, 명동거리를 지나가는 외국인을 붙잡고 이것을 보여주자. 단 한 사람이라도 그 고상한 뜻 ‘나와 너의 서울’을 떠올릴 수 있을까.


서울이란 도시를 짧은 영문으로 슬로건화하는 것은 통합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좋은 방법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분명 매력적인 언어로 들릴 것이다. 하지만 짧은 슬로건을 만드는 게 그리 녹녹한 작업이 아니다. 그것은 쉬운 언어이어야 하며 의미전달은 즉시적이어야 한다. 보는 대로, 듣는 대로 그 의미가 이해되지 않으면 없는 것만도 못하다. 다른 도시를 보라. I LOVE NEW YORK. I Amsterdam 등등... 특별히 설명이 필요 없지 않은가.


I. SEOUL.U 이렇게 슬로건을 만들면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SEOUL을 동사로 이해할 것이다. 물론 SEOUL을 동사화해 재미있게 의미를 전달할 수도 있다. 그럴려면 누구나 서울하면 생각나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외국 사람들이 SEOUL에서 떠 올릴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도대체 무엇일까?


만일 어떤 외국인에게 SEOUL이 세계 최고의 행복도시 이미지가 있다면, 그는 저 슬로건을 보면서 ‘서울은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로 이해할지 모른다. 그런가? 아무리 내가 사는 서울을 좋게 봐주려고 해도 그건 아닌데...


만일 어떤 사람에게 SEOUL이 세계 최악의 교통지옥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는 저 슬로건을 보면서 ‘서울은 당신을 지옥으로 보내 줄 것이다’로 이해할지 모른다. ‘헬 조선’이 있으니 ‘헬 서울’이 없으란 법도 없지 않은가.


설명이 없으면 이해가 안 되는 슬로건을 만들 정도로 서울시 공무원들이 무능하진 않다고 보는 데 어떻게 저런 슬로건이 결정되었는지 모르겠다. 박원순 시장은 역대 어느 시장보다 똑똑하다고 하는 데... 저걸 보니 그도 어떤 때는 영 엉뚱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럴 때는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빨리 접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아보는 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