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검찰개혁

직접 보완수사 전면 폐지, 과연 감당할 수 있는가

박찬운 교수 2026. 3. 7. 12:30

직접 보완수사 전면 폐지, 과연 감당할 수 있는가



나는 지난해 10월부터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으로 일해 왔다. 의견 대립이 극심한 영역의 개혁이기에, 업무 수행 중에는 개인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이 논의에 도움이 되리라 판단해, 관련 글쓰기를 자제했다. 그러나 최근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자문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정리되어 가는 상황이므로 내 개인적 의견이라도 우선 밝히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라고 생각해, 이 글을 쓴다.

나는 단호히 말한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주장은 우리 형사사법절차를 감내하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 위험이 크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경찰이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은 연간 약 80만 건에 이른다. 검사는 이 사건들을 단순히 기록 검토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증거의 누락 여부를 확인하고, 진술의 모순을 점검하며, 법정에서 공소유지가 가능한지를 따져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많든 적든 검사의  보완수사를 거쳐 왔다. 참고인 조사 한 번, 추가 증거 확보 하나가 기소와 불기소를 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완의 방법으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사건에 따라서는  그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성폭력 사건에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해 피해자가 이의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런 사건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소리를 들어보지 않고 경찰 기록만으로 사건을 종결한다? 경찰 수사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 불송치 결정을 한 바로 그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다? 그럴 수는 없다. 이런 사건은 검사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 그것을 금지한다면 선택지는 불완전한 기소이거나 소극적 불기소뿐이다. 국민이 이것을 용납하긴 어려울 것이다.

직접 보완수사를 인정하는 것이 전면적 수사기관이었던 과거의 검찰로 돌아가자는 뜻은 결코 아니다. 직접 수사권을 복원하자는 주장도 아니다.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공소유지를 책임지는 기관이 그 책임을 감당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실 확인 권한을 갖자는 것이다.

아울러 담론의 수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말하면 이를 “수사권을 놓치기 싫어서 하는 위장 연기”라고 단정하는 주장이 적지 않다.

이해관계를 의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검사들의 발언을 무조건 “들을 필요 없다”고 배제하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낙인이다. 그것은 개혁의 언어가 아니라 악마화의 언어다.

형사사법은 구호로 굴러가지 않는다. 제도 설계는 감정이 아니라, 그 제도가 현실에서 감당 가능한지 따지는 이성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개혁은 분노에서 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완성은 냉정한 판단과 책임 있는 설계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구호가 아니라 논증과 현실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때다. (2026. 3.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