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검찰개혁

시민, 전문가, 국회의 삼각연대ㅡ검찰개혁의 조건

박찬운 교수 2026. 3. 9. 07:42

시민, 전문가, 국회의 삼각연대ㅡ검찰개혁의 조건


검찰개혁 논쟁 한가운데에 서있는 나는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떠올린다.

“개혁의 시작은 시민, 개혁의 설계는 전문가, 개혁의 완성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

시민의 개혁 열망은 우리 사회가 축적해 온 민주적 자산이다. 권력기관의 행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통제를 요구하는 일은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 방식이다. 어떤 제도도 아래로부터의 요구 없이 스스로 바뀌지는 않는다. 권한을 가진 집단이 자발적으로 권한을 줄이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시민의 문제 제기와 감시는 개혁의 출발점이며, 그 정당성은 흔들릴 수 없다.

그러나 방향이 제시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제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열망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제도는 그 방향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정밀한 설계를 필요로 한다. 특히 형사사법 제도는 여러 요소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 한 부분을 조정하면 다른 부분도 함께 영향을 받는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배분, 통제 장치의 설계, 책임 구조의 명확화는 물론, 절차적 권리 보장과 공권력 행사 사이의 균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최근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보완수사 문제도 그렇다. 이를 전면 폐지하자는 주장에는 권한 행사에 대한 불신이 담겨 있다. 모든 권한은 남용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어떤 권한도 통제 장치 없이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동시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직접 확인이 필요한 사건이나 쉽게 사실 확인이 가능한 사건에서 그 통로를 일괄적으로 차단할 경우, 실체적 진실은 가려지고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부작용이 고착되지는 않을까. 남용을 통제하는 일만큼이나, 신속한 수사를 통한 범죄 억지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사법의 기능을 유지하는 일 또한 중요하지 않은가. 문제는 ‘폐지냐 유지냐’라는 구호가 아니다. 권한을 어떻게 통제 가능한 구조 속에 재설계할 것인가의 문제다. 개혁은 권한을 단순히 없애는 작업이 아니라, 권한을 민주적 통제 아래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논쟁은 설계의 구체적 내용으로 깊어지지 못한다. 시민이 전문가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기득권층의 이익에 봉사한다는 인식, 전문가에게 맡기면 개혁이 지연되거나 후퇴할 것이라는 의심이 존재한다. 그 결과 ‘정밀한 설계’는 ‘개혁 저지’로, ‘신중한 검토’는 ‘개혁 반대’로 오해된다. 그러나 전문가의 역할은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방향을 현실에서 작동하는 제도로 만드는 일이다. 최종 결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시민의 열망이 출발점이 되고, 전문가의 설계가 구체화의 과정이 되며, 국회의 입법이 제도의 완성이 되는 구조. 이 연쇄가 제대로 작동할 때 개혁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

개혁은 시민의 열망에서 시작된다. 설계는 전문가의 책임이고, 완성은 국민의 대표가 한다. 이 역할 분담을 위한 시민, 전문가, 국회의 삼각 연대가 개혁 성공의 조건이다.  우리 모두 그것을 위해 힘을 합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