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나 혼자만의 산책시간을 가졌다. 오늘 간 곳은 을지로 4가 근처, 중부건어물시장(중부시장). 발걸음을 재촉하면서 아주 먼 옛날 생각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1973년 충청도 벽촌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말 그대로 서울은 가까운 친척 하나 없는 사고무친한 곳. 아버지는 한국 전쟁 시 장교로 참전했고 전쟁 후엔 시골 면장을 하신 분이다. 나름 자존심이 센 분임에도 피치못할 이유로 식솔을 거느리고 낯선 서울 땅을 밟았다. 먹고 살기 어려워도 아버지 성품으론 감당하기 힘든 일이 장사다. 그런 아버지가 서울에 올라와 처음 손을 댄 일이 도심 한 가운데 건어물 시장에서 마른 멸치를 파는 것이었다. 뒤에 안 사실이지만 군대시절 친구 중 한 분이 멸치로 유명한 통영 출신이었던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