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ssays/깊은 생각, 단순한 삶

걸으면서 생각하다

박찬운 교수 2016. 6. 30. 13:27

걸으면서 생각하다

 

이제 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방학이 없는 많은 분들에겐 좀 미안합니다. 놀고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땀 흘리는 만큼 책을 보고, 글을 쓰겠습니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생각하고 시야를 넓히겠습니다.

 

방금 전 밖에 나가 점심을 먹고 돌아왔습니다. 저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학교 뒷골목에 있는 조그만 식당에 갑니다. 후배, 제자들과도 가지만 가끔은 혼자도 갑니다. 이제 방학이 되니, 마땅히 같이 갈 밥 친구도 없어, 오늘은 혼자 가서 칼국수 한 그릇을 먹었습니다.

 

의례히, 저는 점심을 먹은 뒤엔 산책을 합니다. 3킬로미터 정도 학교 주변을 걷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걷습니다. 걸으면서, 철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변화도 느끼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가슴 속에 새겨 넣습니다. 그러나 산책의 주목적은 사색입니다. 저의 대부분 삶의 방향은 이 산책을 통해 나옵니다.

 

오늘 산책은 아주 어렵더군요. 날이 더워 땀이 많이 났습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얼굴을 타고 내려오고, 등줄기의 땀은 겉옷을 흠뻑 적시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저의 생각은 멈출 수 없었습니다.

 

오늘 저는 이런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그 결론을 여기에 적습니다.

 

1. 나는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을 살 것이다. 사랑 없는 지식은 위험하고, 지식 없는 사랑은 맹목이다.

 

2. 나는 내가 처해 있는 환경(국가, 사회, 대학 등)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환경은 답답하고 때론 절망스럽지만, 나는 이 환경을 조금씩 개선하는데, 미력을 다하겠다.

 

3. 나는 검소한 삶을 살겠다. 질박한 삶 속에서도 충분히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기름 끼 많은 음식보다는 담백한 음식을, 사치스런 옷보다는 평범하지만 깨끗한 옷을,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보다는 튼튼한 두 다리로 걷는 삶을 택할 것이다.

 

4. 나는 많은 독서와 여행을 통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보편적 삶을 추구할 것이다. 독서와 여행에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투자이다.

 

5. 나는 이런 삶의 자세를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이 큰 기쁨이요, 행복임을 믿는다. 그러한 사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짜 보배이다.

 

(2016. 6. 30. 원래 이 글은 2015년 6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인데, 어쩐 일인지 티스토리에 보관이 안 되었다. 1년이 지난 오늘 이곳에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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