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ssays/깊은 생각, 단순한 삶

선물 중의 선물

박찬운 교수 2016. 5. 6. 17:38

선물 중의 선물





금요일 오후입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3일 연휴가 시작됩니다. 저희 학교는 오늘이 축제 마지막 날입니다. 학생들의 발랄한 목소리가 캠퍼스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밤엔 노천극장에서 흥겨운 노래와 춤으로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할 겁니다.


오후의 따스한 햇볕을 즐기며 캠퍼스 산책을 마쳤습니다. 조용히 연구실에 들어 왔더니 한 친구로부터 꽃다발이 도착했습니다. 뒤 늦은 스승의 날 선물입니다.

아, 그런데 이 친구가 누구입니까! 바로 그 친구입니다. 한 다발의 꽃이 제 기억을 몇 년 전으로 이끌어 갑니다. 이 빛나는 오후 그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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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은 학생을 수시로 지도합니다. 그게 직업이니까요.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사실은 그도 자신이 지도하는 그 내용대로 사는 것은 아닙니다.


이 말은 제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저도 학생들에게 꽤나 많이 충고합니다. 제 자신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말입니다. 학생들이 연구실을 찾아오면 그저 즐겁게 이야기하다 보내는 법이 없습니다.


몇 번이나 오늘은 애들 만나면 충고? 이런 것은 하지 말아야지 결심도 하지만 그게 쉽지 않습니다. 말하다보면 입에서 나오는 건 역시 충고입니다. 이게 팔자인 모양입니다.


학교에 와서 제가 지도한 학생들이 꽤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별나게 기억나는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지금 그는 어엿한 법률가가 되었습니다. 제가 그에 대해 관심을 갖고 특별히 지도를 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는 가난했습니다, 친구도 없었습니다, 말도 없었습니다. 그에겐 오로지 책만이 친구였고 거기서 인생의 희망을 찾았습니다.


어린 나이에 절망스런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저라도 그런 상황에서라면 포기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일어섰습니다. 그가 어떻게 일어섰는지 그것을 안다면 누구라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기립박수를 받을만한 인간승리입니다.


어느 날 그가 절망의 늪에서 헤어 나와 당당하게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저는 감격스런 맘으로 그를 맞이했습니다. 강남의 최고급 음식점으로 그를 데리고 갔습니다.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타난 제자를 의미 있게 격려하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습니다. 하루 종일 연구실에서 고민하면서 준비한 짧은 ‘당부의 글’이었습니다. 온갖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제자에게 준, 저로서는, 꽤나 의미 있는 선물이었습니다.


그 당부는 사실 저의 젊은 날 희망사항이자 인생의 좌우명이었습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비록 그대로는 못했지만 제자는 꼭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는 그것을 천천히 읽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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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야, 이것이 내가 오늘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았으면 좋겠다.


‘훌륭한 삶’이 무엇일까? 내가 존경하는 버트런드 러셀은 이렇게 말했단다.
“훌륭한 삶이란 <사랑>으로 고무되고, <지식>으로 인도되는 삶이다.”


1. 귀한 사람이 되라.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 커 온 사람이라 해도 귀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귀한 사람은 사람 그 자체에서 광채가 나는 사람이다. 이것은 돈도, 권력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2. 주변 사람을 위해 지갑을 열어라.
어렵더라도 베풀며 살아라. 어렵게 살았다고 수전노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근검절약하면서도 돈을 쓸 때는 부자처럼 써라.


3. 지식을 탐구하고 여행을 많이 해라.
법률가가 읽는 협소한 전문서적 몇 권으로는 인생을 풍요롭게 살 수 없다. 철학, 역사,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라. 시간을 내서 여기저기를 다녀라. 여행은 걸어다니는 독서다.


4. 도전하는 사람이 되라.
자신의 한계를 미리 설정하지 마라.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용기를 갖고 부딪쳐 보아라.


5. 멋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되라.
몸에 약간의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잘 가꾸고 살아라. 귀한 사람은 옷 입는 것, 화장하는 것도 다르다.

(201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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