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이런 식으로 과연 가능할까?

박찬운 교수 2017. 11. 29. 15:06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이런 식으로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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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한 명은 비서울대 출신 남성 법관, 또 한 명은 서울대 출신 여성 법관이다.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위한 고심의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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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남(서울대, 오십대, 남성)으로 특징짓는 우리 대법원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은 오랜 사회적 요구다. 왜 그래야 하는가? 서오남은 보수, 기득권, 다수 혹은 사회적 강자를 대표할 거라는 사회적 불신 때문이다. 사실 사법의 보수화가 획일적인 대법원 구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다. 우리 대법원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권익보호엔 상대적으로 취약했고 그 원인은 보수적인 대법원 구성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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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이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양승태 대법원에서도, 그 이전 대법원에서도 꾸준히 시도 되었다. 그 결과 대법원의 무늬는 달라졌다. 비서울대 출신 대법관이 탄생했고 몇 명의 여성 대법관까지 탄생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지향하고자 하는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보호라는 대법원 다양화의 목적이 얼마나 이루어졌을까? 내가 보기엔 유의미한 결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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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울대 출신 대법관, 여성 대법관이라고 해서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보호에 큰 관심이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대법관이 되기까지 법원의 보수적 문화에서 길들여진 탓에 서오남 이상으로 더 보수적인 색채마저 있다. 내가 여기서 그들이 누구라고 말하진 않겠다. 나는 그들의 성장과정을 옆에서 보아왔기 때문에 그들에게 왜 그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지를 잘 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법원의 주류인 서오남을 등대로 삼고 일해 온 사람들이다. 서오남과 경쟁하면서 뒤치지 않도록 피나는 노력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의 분명한 캐릭터를 만들지 못했다.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관심을 가질 정도의 자기 철학을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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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지금과 같이 현역 법관을 통해 대법원의 다양화를 시도하는 것은 큰 소득이 없으리라고 본다. 법관 중에서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관심을 갖는 대법관을 임명해야겠다면, 굳이 어렵게 비서울대 출신 법관 혹은 여성 법관 중에서, 후보자를 찾을 필요가 없다. 서오남이라는 더 큰 인재풀에서 얼마든지 그런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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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권익보호를 염두에 둔 대법원의 실질적인 다양화는 지금과 같은 현역 법관 중에서 대법관을 고르는 방법으론 이룰 수 없는 꿈이다. 좀 더 대상범위를 넓혀야 한다. 재야 및 재조 법률가 전체를 놓고 기수와 관계없이 인재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적어도 지난 20 년 이상 대상자가 일 해온 경력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진정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가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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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는 비서울대 출신의 남성 법률가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