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김관진, 임관빈 구속적부심 논란에 대해

박찬운 교수 2017. 11. 29. 15:04

김관진, 임관빈 구속적부심 논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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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댓글 사건 피의자 김관진과 임관빈이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됐다. 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격한 비난을 하고 있고, 또 한쪽에선 이를 사법부에 대한 과도한 공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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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판사인 신광렬 부장판사는 이 사건 석방을 명하면서, 그 주된 이유로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들에 대한 원 구속은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으니 잘못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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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은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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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법에 그런 구속불가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구속은 법에 규정되어 있는 구속사유 존부를 판단하는 거지 법에도 없는 구속 불가사유의 존부를 판단하는 게 아니다. 신 판사의 논리라면 부인사건(범죄 성립을 다투는 사건)은 구속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건 경험칙에도 맞지 않는다. 원래 공범이 있는 부인사건은, 범죄 혐의 소명이 있는 경우,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실무가들의 경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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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피의자들을 정점으로 하는 군 내부범죄이고, 다른 공범자(범죄 실행자)들은 모두 이들의 부하로서 그 영향력 하에 있는 자들이다. 따라서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는 한, 공범자들과 입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상식적 판단이다. 그 때문에 수사기관으로선 구속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이것은 불구속 수사 원칙과도 양립할 수 있는 것임), 원 구속은 그러한 것을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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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적부심은 원구속의 적부를 판단하는 것이므로 결국 구속사유 여부를 다시 한 번 살피는 것이다. 그같이 볼 때 이 사건에서, 신판사가 굳이 석방을 명하려면, 위와 같은 법에도 있지 않은 사유를 들 필요도 없이, 검찰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범죄혐의의 소명이 안 되었거나, 소명이 되었다 해도, 증거인멸(이 사건에서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이 가능성이 없다고 하면 오해받기 십상이다) 혹은 도주우려가 있지 않아,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했어야 한다. 그런 설명 없이 이 같은 사건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석방을 명하는 것은 사법 불신을 초래하는 것으로 심히 유감스런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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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구속적부심 결과에 대한 국민적 비난을 사법부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고 보는 견해에 한 마디 한다. 나는 해당 법관에 대해 신상털기식 혹은 조리돌림식 비난을 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본다. 그런 방식의 비판은 과도하며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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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판단에 대한 국민적 비난 자체를 문제 삼는 것도 매우 적절치 못하다. 무릇 사법부 독립은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지 국민의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은 아니다. 국민은 얼마든지 사법적 판단에 의문을 품을 수 있고 비판할 수 있다. 만일 그게 문제라면 사법살인이라 불리는 인혁당 사건도 국민이 비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도대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