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법원 검찰의 과도한 예우를 당장 폐지하라

박찬운 교수 2017. 12. 6. 15:13

법원 검찰의 과도한 예우를 당장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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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호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직장을 옮긴 후 차를 버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연구실을 떠나지 않는데 무슨 차가 필요하겠는가. 출퇴근은 지하철을 이용하고, 보통 한 두 정거장 정도의 거리는 차를 타지 않고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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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다 나같이 살 필요는 없다. 다만 품위 있는 삶이란 사람의 겉모습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내가 차를 버리고 두 다리로 걸어 다닌다고 해서 누가 나의 삶을 품격 없다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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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은 특권계급으로 살고 있다. 나랏돈이 그들의 품위를 위해 쓰여 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차관급 이상의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이들에겐 전용차가 나온다. 그들 집 앞엔 아침부터 전용기사가 까만 세단을 시동 건 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허구한 날 공무를 핑계로 고급호텔이나 고급음식점을 들락날락한다. 이들에겐 매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상당액수의 업무추진비나 특수활동비가 나온다. 일부 공무원들은 일생에 이 신기루를 잡기 위해 일할지 모른다. 바로 그게 우리사회의 출세한 자들의 모습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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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자들이 많은 게 결코 좋은 사회도, 선진사회도 아니다. 이런 예우 때문에 민과 관의 거리는 멀어지고 그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높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권한과 책임이야 커지겠지만 그렇다고 특권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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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쓸데없는 대우는 특별히 검사나 판사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들이 하는 일이 뭐 그렇게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다른 영역보다 월등히 대우받는 자들이 많다. 검찰엔 50여명 가까운 검사장급 검사들이, 법원엔 200여명의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판사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모두 차관급 대우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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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보니 검사장급 검사가 맡고 있는 법무부 실국장들은 타부처 실국장들과는 함께 놀지도 않는다. 급이 다르다는 거다. 요사이 법무부 탈검찰화 바람으로 탄생한 비검사 실국장과 차관급 대우를 받는 실국장들의 관계가 껄끄럽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이런 대우 문제에서 기인한 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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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의 일이란 대부분 아침부터 저녁까지 법정에서 재판을 하거나 판사실에서 기록을 보는 거다. 그런 법관에게 전용기사 달린 차가 무슨 소용인가. 고생하니 출퇴근하면서 한번 폼이나 내보라는 것인가. 국민 세금을 그렇게 가볍게 써도 좋단 말인가. 세계 어디에서 판사들에게 이런 식의 대우를 한다는 말인가. 검찰이나 법원의 권위를 살려주는 게,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정 필요하다면, 공무 시에 기사달린 품위 있는 승용차를 내어주면 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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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나는 오늘 이런 주장을 하고자 한다. 타 부처도 예외는 아니지만, 특히 법원,법무부, 검찰에 대해서 하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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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원의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차관급 대우를 당장 폐지하라.

2. 법적 근거도 없는 차관급 검사장 직급을 당장 폐지하라.

3. 법관 및 검사들에 대한 과도한 예우(여비규정 등)를 폐지하라. 대신 업무가 과중하다면 급여 등으로 충분하게 보상하라

4. 차관급 대우는 각급 법원장과 각급 검찰청의 장으로 축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