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대한민국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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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사태로 한반도가 꽁꽁 얼어붙고 있는 상황에서, 하잘 것 없는 문제를 말하려 하니, 좀 부끄럽습니다. 제 일상 중에 벌어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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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도록 한 동네에서 살다가 몇 달 전 동작구의 어느 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했습니다. 제가 이곳으로 이사한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제 집에서 바라다 보이는 경관이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18층 저의 집 안방에서 여의도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니 그 이상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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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아파트가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더군요. 저 같이 매일 지하철을 이용하는 주민은 특히 그렇습니다. 산동네를 개발해 아파트를 만들었기 때문에 지하철역까지 다니려면 땀 좀 흘려야 합니다. 그 덕에 이번 여름 저는 연일 땀으로 목욕을 하고 말았습니다. 거기에다가 복병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역까지 가는 지름길을 이용하지 못하고 5백 여 미터를 더 돌아가는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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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두 개 단지로 총 2500여 세대가 사는 제법 큰 아파트입니다. 제가 사는 2단지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최단코스는 1단지를 거쳐 가는 것인데, 문제는 1단지에서 지하철역으로 나가는 울타리에 통문을 만들어, 카드키가 없는 사람들은 통과를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여간 불편하지 않습니다. 굳이 이 통문을 이용하려면 1단지 사람들이 나가고 들어올 때, 문 옆에서 기다렸다가, 같이 들어오거나 나갈 수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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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지에 원래 이런 문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원래 이 아파트는 2개 단지가 거의 같은 시기에, 같은 건설회사에 의해 건축되었기 때문에 이름도 같고, 동호수도 1단지는 100단위, 2단지는 200단위를 쓰고 있습니다. 더욱 건축 당시부터 두 단지가 소통할 것을 전제로 단지 사이엔 육교까지 만들어 놓았지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1단지 바로 옆엔 이 아파트 건축과 동시에 신설된 초등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는 1, 2단지 학생들 모두가 다니는 곳입니다. 처음부터 2단지 학생들이 1단지를 통과해 학교에 다니는 것이 전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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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어보니 두 단지가 완공되고 얼마간은 1단지엔 지금과 같은 통문이 없었다고 합니다. 상당 기간을 2단지 주민들이 자유스럽게 1단지를 통해 학교나 지하철역을 갔던 것이지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1단지에서 문을 만들어 2단지 주민의 통행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이곳으로 이사를 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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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2단지 입주자대표회에서 물어보니, 지난 수년간 1단지 대표회의에선 자신의 재산권 행사라고 말하면서, 통문개방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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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재수 없는 곳에 이사 왔다고 욕이나 하겠습니까? 아니면 이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을 상대로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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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30여 년 간 수많은 분쟁을 처리해 왔습니다. 사실 이젠 좀 그만하고 싶습니다. 이런 데에 발을 담고 싶지 않습니다. 조용히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 속에 불길이 점점 솟고 있습니다.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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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1단지 입주자대표회의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2단지 주민의 통행을 방해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말하면서 재산권을 그렇게 행사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2단지 주민들이 1단지를 통과해 지하철역이나 학교에 가는 것은 2단지 주민의 권리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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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즉시 개방하지 않으면 주민들을 모아서 소송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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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살다가 다시 제 살던 곳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여기 와서도 제 팔자는 별수 없습니다. 1단지 사람들의 그 알량한 재산권 행사?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끝까지 제 통행을 방해하면 법정에 가서 따져 볼 수밖에 없습니다. 2단지 사람들에게 통행권이 있는지, 1단지 사람들이 재산권을 그렇게 함부로 행사해도 되는지...대한민국 판사님들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우리 판사님들이 누구 손을 들어줄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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