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생/LUND 의 추억

사진으로 추억하는 룬드2 (룬드성당)

박찬운 교수 2015. 12. 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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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추억하는 룬드2 (룬드 성당)

 

9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룬드성당

 

룬드 체류 중 몇 몇 한국 유학생들을 만났다. 룬드대학의 석박사 과정에 있는 몇 몇 학생들과 매 학기 교환학생으로 오는 4-5명 정도의 학부학생들이었다. 말이 나온김에 한 마디하면, 과거에는 스웨덴 유학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학비가 무상인데다 졸업 후에는 쉽게 영주권을 취득해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혜택을 누리면서 살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최근엔 유학생 수가 급격히 줄었다. 가장 큰 이유는 EU국가가 자국민이나 EU시민권자에게는 학비를 받지 않지만 그외의 외국인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학비를 받기 때문이다. 그런 정도의 학비를 낼바야 미국이나 영국으로 가지 굳이 북구로 유학 올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스웨덴 교육당국으로서도 요즘 이게 큰 문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학금을 지급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은 점이 있다.

여하튼 나는 이곳에서 한국 유학생들 만나는 것이 아주 즐거웠다. 혼자 사니 적적할 때가 많았는데, 젊은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가 2013년 2월 나는 그들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내가 룬드 시내를 안내해주겠다고. 내가 이곳에 와서 룬드 역사와 건축물에 대해 열심히 공부했으니 그것을 우리 젊은 친구들을 위해 풀어 놓겠다고. 반응은 대 환영! 그렇게 해서 나는 젊은 친구들과 눈발이 날리는 어느 겨울 날 룬드성당을 비롯 룬드의 랜드마크를 둘러 보았다. 

그날 내가 안내한 코스 중 룬드성당에 국한해 그들과 나누었던 문답을 여기에 옮겨 놓는다. 시간적으론 거의 3년이 지났지만 나는 지금 룬드 시내 한 가운데에 있는 룬드성당 앞에 서있다. 그만큼 내 기억은 강렬하다.

 

늦가을의 정취를 담은 룬드성당

 

문: 교수님 우선 룬드 성당을 보기 전에 스웨덴의 종교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박교수: 그거 좋지. 현재 스웨덴 국민의 70프로는 개신교회, 과거 스웨덴 국교회 신자라고 할 수 있지. 옛날엔 스웨덴도 국민 거의 대부분이 국교회 신자였어. 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 수록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야. 이것은 다른 유럽과 크게 다르진 않아. 일요일 날 이 성당에 오면 주일을 지키는 룬드시민이 의외로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사실 스웨덴 사람들 상당 수가 평생 성당에 예배보기 위해 오는 건 몇 번 안 될거야. 하지만 성당에 오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기독교와 무관한 것은 아니야. 그들에겐 성당에 오건 안오건 기독교 DNA가 있거든. 생활 곳곳에 기독교가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고. 

스웨덴은 16세기 종교개혁 이전에 다른 유럽국가처럼 가톨릭 국가였지. 그러다가 종교개혁 이후 독일 영향으로 루터파 신교국가가 되었다네. 스웨덴 국교회를, 영어로 하면 Church of Sweden인데, 이 국교회가 수백년을 이어져 오다가 State Church 지위는 2000년 법률적으론 폐지되었다네. 하지만 아직도 국교회는 실재하고 여전히 스웨덴 사회에선 특별한 지위를 누리지.

과거 구교시절엔 룬드성당이 스칸디나비아 대교구의 주교좌 성당이었네. 하지만 스웨덴이 신교로 전환하고 스웨덴 왕국이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하자 교회본부는 자연스레 북쪽으로 옮겨갔지. 그때부터 지금까지 스웨덴 국교회 본부는 웁살라 대성당이네.

 

웁살라 대성당

 

 

문: 그럼 이제부턴 룬드성당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지요.

박교수: 룬드성당은 룬드의 상징이지. 자네들도 룬드에 도착하자 마자 이 성당을 보고 크게 놀랐을 거야. 이렇게 작은 도시에 이토록 크고 멋진 성당이 있다니! 하면서 말이야. 나도 지난 여름 이곳에 처음 도착해서 이 성당을 보았는데 정말 감탄했네.

한국에선 성당이라고 하면 가톨릭 교회당을 의미하는데, 스웨덴에선 종교개혁 이후 루터교회로 개종되었으니 엄밀하게 우리식으로 말하면 룬드교회라고 말해야 할 거야. 하지만 교회라고 말하면 유럽의 고색창연한 성당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지? 9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이 건물을 설명하는 데는 아무래도 성당이라는 이름이 제격인 것 같아. 그래서 나도 룬드교회당이란 말보단 룬드성당이라고 부르네. 

룬드성당은 1080년 공사가 시작되어 1123년 축성되었다고 해. 그러니 몇 년 있으면 이 성당 900주년을 맞이해. 그 때쯤이면 아마 룬드에선 큰 행사가 벌어질 거야. 기록을 찾아보니 1923년 800주년을 맞이했을 때도 여러 큰 행사를 했더군. 

이 성당이 만들어진 것은 덴마크령일 때야. 그 때는 스칸디나비아 전역이 덴마크의 세계였거든. 이 성당이 만들어짐으로써 룬드는 북구의 기독교 정신세계의 중심이 되었다고 보면 돼. 

그리고 곧 이어 이 성당과 함께 신학교도 만들어지는데 그게 현재까지도 룬드에 이름이 남아 있네.  성당 앞길이 쉐데르가탄(Södergatan)이란 길인데, 그 길을 따라 남쪽으로 300미터 쯤 내려가면 카데들랄스콜란(Katedralskolan)이란 건물이 나오거든. 교회학교 즉 신학교라는 뜻이지. 지금은 그게 이곳 고등학교네.

 

옛날 신학교 카테드랄스콜란, 현재는 고등학교

 

문: 교수님, 이 성당이 북구를 대표하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라고 하는데, 그에 대해 설명을 해 주시겠습니까?

박교수: 우선 로마네스크 양식이 무언가부터 말해보지. 로마네스크 양식이 유럽의 주요 국가 대부분에서 발견되지만 그 모양이 어디서나 다 같은 건 아니네. 지역마다 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간단하게 설명하긴 어렵네. 우선 저 성당 지붕을 보게나. 지붕이 2층으로 되어 있지? 고딕양식의 성당을 많이 보았을 텐데... 예컨대 고딕양식의 최고봉이라고 하는 쾰른 대성당을 머리에 떠올려 보게.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 높이가 낮지. 

 

성당의 창문과 지붕을 보라. 창은 비교적 작고 지붕은 2층으로 되어 있다. 저것이 로마네스크 양식의 특징이다.

 

또 저 창문을 보게나. 그리 크진 않지? 고딕양식은 창문이 아주 길고 크지 않던가? 그리고 거기엔 온갖 문양으로 장식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지. 저기엔 아무 것도 없지. 스테인드 글라스를 만들기엔 창문이 작아 적절치 않기 때문이네.

자, 저 벽체를 보게. 언뜻 보아도 벽체가 상당히 두껍게 보이지? 그런데 외벽엔 아무 것도 붙어 있는 게 없지. 고딕양식에선 저 벽체가 굉장이 높고 얇네. 그래서 고안해 낸 게 플라잉 버틀러스라는 지지대지.  

 

성당 중심부 및 제단,천정을 보면 리브가 있는 교차형 볼트다

 

측랑의 기둥과 천정

 

자, 이제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보세.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을 들어가면 내부는 통상 중앙의 회중석 부분(네이브)과 그 양쪽의 측랑(아일)으로 나뉜다네. 이것을 3랑식이라고 부르지. 룬드성당도 3랑식이군!

천정을 보게나. 네이브의 천정은 바실리카식의 경우는 편평한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지만 그 외에는 반원 아치식 볼트 천정이 많다네. 룬드성당이 바로 그거지. 측랑은 리브(천정 능선에 붙어 있는 돌기물)가 없는 천정이고, 중심부는 리브가 교차를 하고 있군.

 

성당 내의 천문시계

 

문: 룬드성당의 내부에서 꼭 봐야 할 것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박교수: 저기 저 벽을 보게나. 천문시계가 보이지? 이 시계는 15세기에 만들어졌는데 한 동안 방치되었다가 1923년 성당 개관 800주년을 맞이해 그 때까지 보관하고 있던 부품을 사용하여 복원했다고 하네이 시계는 아래 위로 판넬이 두 개가 있는데 위 판넬에서는 시간태양과 달의 위치낮과 밤의 길이 등을 알 수 있래 판넬에서는 날자요일기타 축일 등을 알 수 있지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천문시계네. 

나는 매일같이 이곳에 와서 저 천문시계를 본다네. 사실 저것을 해독하기가 나론선 어려워. 아직 일부밖엔 해독하질 못하네.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시원하게 내게 설명을 못하네.

 

중앙제단

 

그리고 저기 제단 주변의 합창단 나무의자는 14세기 것이야. 그리고 제단 옆의 저 대형촛대 보이지. 저것은 15세기에 함부르크에서 이곳으로 온 것이네. 회중석 위를 보게나. 저것이 바로 설교대(pulpit)라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인1592년에 만들어진 것이지. 제단 천정의 비잔틴식 모자이크는 어떤가? 아름답지? 그것은 그리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고 이 성당 800주년 즈음해서 단장된 것이야. 그러니까 20세기 초 작품이지.

 

성당의 중심부, 왼쪽 벽 위에 설치된 게 설교단

 

문: 이곳엔 지하 예배당이 유명하다던데요?

박교수: 그렇지. 우리 지하 예배당으로 들어가 볼까?  이 지하무덤엔 룬드성당을 지켜온 이름 있는 주교들의 무덤이 있다네. 대표적인게 여기 중앙 제단인데, 이 성당을 처음으로 축성(1123)한 아서라는 주교의 무덤이네.

 

지하 예배당의 석주를 뽑는 핀, 위의 사진 속의 학생들은 박선애, 이관호, 정재연, 유선이, 이은정 그리고 사진상에는 없지만 그날의 사진사 김남미 .

 

저기 저 기둥을 보게나. 어떤 장사가 기둥을 뽑으려고 하지. 저 기둥엔 장사 핀이 교회 기둥을 뽑다가 석주와 함께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네. 핀은 스칸디나비아의 전설의 장사야. 그런 핀이 왜 저렇게 석주에 달라붙은 채 돌이 되었을까? 

많은 버전이 있는데, 아마 이 성당을 처음에 짓기 시작한 성 로렌스라는 사람이 핀에게 일을 시키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모양이야. 그래서 저렇게 화를 내며 성당을 무너뜨리려 했던 것이지. 그것을 하느님이 그냥 놓아 두었겠나. 석주를 안고 힘을 쓰려 할 때 벌을 주었던 것이지. 그래서 저렇게 돌이 된 것이라네.

 

문: 이제 성당 밖에 있는 것을 설명해 주십시오.

박교수: 그럴까. 성당 옆 광장에 있는 저 동상의 주인공은 헨릭 샤타우(Henrik Shatau)라는 목사네. 그는 이곳 성당의 주임목사였지. 18세기 그는 스웨덴 남부의 종교지도자로서 당시 개신교계에서 유행했던 대각성 운동의 선구자였다네동상 뒤의 건물이 리베리에트지금은 성당의 순례자 기념관이지만 과거에는 성당 도서관이었다네.

 

성당 광장, 샤타우 동상, 오른쪽은 리베리에트



성당 뒤로 가볼까. 여기가 성당 동편인데, 앱스 부분이네룬드성당을 스칸디나비아의 대표적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이라 부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런 앱스 때문이지. 아주 교과서적인 앱스야. 왼쪽의 붉은 지붕 건물은 리베리에트라는 건물인데 원래 성당의 도서관이었지. 15세기에 만들어진 건물이니 룬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야

 

성당의 동쪽 앱스부분, 왼쪽이 리베리에트

(2015.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