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지혜

시시한 질문 그러나 엄청나게 중요한 질문 -어떻게 손을 잡고 어떻게 키스를 할 것인가-

박찬운 교수 2019. 1. 20. 19:36

시시한 질문 그러나 엄청나게 중요한 질문
-어떻게 손을 잡고 어떻게 키스를 할 것인가-



시인 문정희는 남녀의 달콤한 키스를 이렇게 시로 옮겼다.

두 조각 입술(문정희)

닫힌 문을 사납게 열어젖히고
서로가 서로를 흡입하는 두 조각 입술
생명이 생명을 탐하는
저 밀착의 힘

투구를 벗고
휘두르던 목검을 내려놓고
어긋난 척추들을 밀치어놓고
절뚝이는 일상의 결박을 풀고
마른 대지가 소나기를 빨아들이듯
들끓는 언어 속에서
해와 달이
드디어 눈을 감고 격돌하는 순간

별들이 우르르 쏟아지고
빙벽이 무너지고
단숨에 위반과 금기를 넘어서서
마치 독약을 마시듯 휘청거리며

탱고처럼 짧고 격렬한 집중으로
두 조각 입술이 만나는
숨가쁜 사랑의 순간


얼마 전 어떤 남학생과 이야기하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전 아직까지 엄마 말고는 여자 손을 잡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솔직히 겁이 나요. 앞으로 좋아하는 여자 친구가 생겼을 때 어떻게 손을 잡고, 어떻게 키스를 할 수 있을지...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것을 하셨습니까?”

이 질문에 순간 아득했다. 정말 어떻게 여자의 손을 잡고 어떻게 첫 키스를 했을까? 저 질문은 농담이 아니다. 저 질문은 매우 현실적이며 절실한 것이다. 남녀는 좋은 감정을 갖고 사귀다보면 언젠가 몸이 가까워지는 관계로 발전한다. 손을 잡고 키스를 하고 그리고.... 이렇게 해서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요즘 젊은 사람들 특히 법과 도덕에 민감한 청년들은 이성관계에서 매우 예민하게 처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혹시나 내 행위가 상대로부터 거부를 당한다면 둘의 관계는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남자는 지금쯤이면 된다고 생각해 밤거리를 걸으면서 여자의 손을 살며시 잡는데, 여자는 그게 뜻밖의 일이다. 당황하면서 손을 뿌리친다. 그때의 무안함, 그 때의 미안함, 남자로선 크나 큰 실수다. 만일 상황이 첫 키스를 시도하는 상황이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자칫 성추행범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것을 생각하면 손을 잡고 키스를 시도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사정이 이러니 남녀관계에서 몸의 진도를 나가려면 명시적인 쌍방동의 하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해주어야 할까. 이렇게 말이다. 손을 잡고 싶으면 사전에 “내가 오늘 손을 잡고 싶은데, 승낙해 주겠니?”, 첫 키스를 하고 싶으면 “내가 오늘 키스를 하고 싶은데 승낙해 주겠니?” 라고.

옛날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 했는지... 분명한 것은 저렇게 승낙을 받고 진도를 나아갔던 것 같지는 않다. 분명히 어느 순간 손을 잡았고 어느 순간 첫 키스를 했다. 다행히 난감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고 그 첫 경험을 발판으로 몸의 진도는 더욱 앞으로 나아갔다. 이것이 과연 요행이었던가?

누가 들으면 매우 사소한 것을 걱정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뭘 그런 것을 애들에게 조언하냐고도 할 것이다. 그런 것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다 하게 되어 있으니 염려 붙들어 놓으라고 할 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젊은 남녀는 손을 잡을 것이고 첫 키스의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굳이 누군가가 이것을 물어온다면 적당히 타이밍을 잡아서 손을 잡고 키스를 하면 된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선생님한테 잘못 배워 인생 망쳤다는 소리를 듣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선생은 가끔 이런 시시한 문제(그러나 엄청나게 중요한 질문)도 고민하는 법이다. 강호제현의 현명한 댓글을 기대한다. 특히 여성 페친의 답은 많은 젊은 중생을 구제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그것을 참고해 고민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나만의 조언을 해줄 것이다.

(2019.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