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지혜

신(新)페북 10계명

박찬운 교수 2019. 1. 5. 14:39

신(新)페북 10계명


페북을 통한 의사소통은 엄청난 문화현상이다. 이것은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축복이자 재앙이다. 제대로 사용한다면 민주사회의 값진 보배가 되겠지만 악용한다면 민주주의를 망치게 하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 

나는 과거(2014년) 페북 10계명을 만들어 이 공간에 공개한 적이 있다. 그 계명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큰 격려와 박수를 받았다. 그게 벌써 5년 전 일이다. 

신년을 맞이해 그 10계명을 개정할 필요를 느꼈다. 10계명 공개 이후 이 공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보다 현실적인 계명으로 바꾸고 싶었다. 그리하여 계명 일부를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고, 그 순서를 조정하며, 설명을 보강했다. 

이 신(新)계명이 부디 페북을 ‘(페친 들 간에) 서로 존중하고 즐겁게 생각을 공유하며 토론할 수 있는 문화의 장’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길 바란다.

제1계명 친구를 존중하라

페북에선 비슷한 관심,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친구가 된다. 그런 이유로 페친은 감정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때는 가족보다, 동창생보다 더 편하다는 감정을 갖는다. 이런 페친으로부터 감정적, 인격적 공격을 당한다면 그 상처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무엇보다 페북에서 만난 페친을 존중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페친에게 악담해선 안 된다. 어떤 경우라도 페친에게 욕을 하면 안 된다. 

제2계명 친구의 언사를 너그럽게 대하라

페북에서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언사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 못하나, 설혹 그런 것을 보더라도, 조금은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 자신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글을 볼 때도 너무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라. 눈에 안 보이는 친구라 쉽게 비난 할 수도 있지만, 생각을 바꾸면, 비난한 사람을 안 보니 오히려 쉽게 너그러울 수도 있지 않은가.

제3계명 나쁜 친구는 과감히 정리하라

친구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내가 상대를 존중하려 노력했고(1계명), 너그럽게 대하려 했음에도(2계명), 계속적으로 인격적 공격을 해온다면, 그런 사람까지 친구로 둘 필요는 없다. 그런 친구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무턱대고 욕하는 사람, 글 내용을 보지도 않고 비난하는 사람, 자신의 생각을 과도하게 강요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그 주된 대상이 될 것이다.

제4계명 친구를 격려하라

페북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 받기를 원한다. 그러니 페친 들은 성의 있는 글에 대해서 <좋아요> 누르는 것을 아낄 필요가 없다. 그거 누르는데 돈 안 든다. 에너지 소모도 거의 없다. 글이 마음에 든다면 한 줄 댓글을 달아 주고 나아가 공유를 하라. 그게 글쓴이에 대한 격려이자 예의다.

제5계명 토론하는 경우 상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것은 과유불급임을 명심하라.

어떤 글을 보고 자신의 의견을 달 수 있다. 그것을 통해 토론으로 이어진다면 환영할 노릇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다. 의견을 달았지만 글쓴이가 특별히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논쟁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니 그냥 지나가는 게 좋다. 주인 없는 방에서 다른 객과 논쟁을 벌이는 것도 예의 없는 일이다. 글쓴이의 응답이 없다고 따지는 태도는 금물이다. 무리하게 글쓴이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말라. 

제6계명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게시하거나 공유하는 것을 삼가라

페북 상엔 의외로 허위사실이 많이 떠돌아다닌다. 이런 것은 자칫 법률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타인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사실은 게재나 공유를 삼가야 한다.

제7계명 실수를 인정할 때는 즉시 시정조치를 취하라

페북에 글을 게시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일어남으로 조심을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실수할 수 있다. 이 경우 실수를 발견하는 대로 조치를 취해야 그 실수로 인한 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즉시 글을 삭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실수를 했다고 해서 모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에게 사과하는 노력을 보인다면 크게 어려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제8계명 지극히 사적인 글이나 사진 게재는 삼가라

페북이 사적 교류의 장이 될 수 있지만 한번 올린 글이나 사진은 사적 영역에서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 지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이야기 혹은 그런 유의 사진은 올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 번의 실수가 후일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나타날 수 있다.

제9계명 페북 사용에 금기시간을 설정하라

페북은 매우 중독성이 강한 SNS다. 하루 대부분 시간을 페북에 몰입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밤에 잠을 자다가도 페북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것은 삼가야 하는 데 그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럴 때만 하라고 하는 포지트브 방식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오히려 이런 때는 하지 않는다는 네가티브 방식의 자기규율을 만들 필요가 있다. 예컨대, 취침 시간 중 잠시 깼을 때, 사람과 대화할 때, 수업이나 업무시간 중, 가족과 식사할 때 등등, 최소한 이런 때는 페북 사용을 삼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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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계명(황금률) 페친을 존중하고 페북 사용을 절제하라

제1계명에서 제9계명까지의 내용은, 결국 페친을 존중하고, 지나친 페북 사용을 절제하라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것 다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이것만은 기억하라.

“페친을 존중하고 페북 사용을 절제하라”

이것이 바로 계명 중의 계명, 황금률이다.

(2019.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