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ssays/자유롭고 독립적인 삶

아메리칸 드림 v. 유로피언 드림

박찬운 교수 2015. 9. 26. 22:04

[아메리칸 드림 v. 유로피언 드림]

 

인간의 사고는 자신의 경험을 넘지 못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우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논쟁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여 결론을 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복지논쟁을 하면서 저는 이런 현상을 자주 목격합니다. 우리 정부에서 주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 온 박사들입니다. 특히 경제정책은 그 정도가 심합니다. 이들은 미국에서의 경험에 익숙하기 때문에 중요 사안의 결정을 미국식으로 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복지논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복지정책도 미국식으로 바라보고 거기에서의 방식으로 한국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행스럽게도 그 경험이 좀 다릅니다. 저는 젊은 시절 짧지만 미국을 경험했고, 나이 들어 유럽에 관심을 두고, 그곳에서 경험을 해보았습니다. 따라서 저의 머리 속에는 미국식과 유럽식(복지국가 모델)이라는 두 가지 경험 틀이 존재합니다.

 

지금 무상급식이 사회적 논쟁 대상입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 미국식과 유럽식으로 나누어 그들의 관점이 얼마나 다른 지를 설명하겠습니다. 이 설명이 아마 우리 복지 논쟁을 이해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식 무상교육
1. 미국인의 사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와 개인의 관계 중에서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입니다. 미국인은 국가의 역할을 가급적 낮추고 대신 개인의 역할을 높이는 것을 미국의 가치라고 여깁니다. 미국의 복지제도는 바로 이 가치관에 종속됩니다.

 

2. 미국에도 의무교육 제도가 있지만 거기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국가가 모두 댄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교육도 기본적으로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므로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입니다.

 

3. 다만 미국에서도 국가의 최소 역할, 즉 빈자에 대한 구제는 국가의 고유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가운데 빈자에 대한 구제를 실시합니다. 예컨대 배고픈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하여 식권(바우처)을 지급합니다. 또한 사회적으로는 돈 많이 벌어 기부할 것을 장려 합니다. 그래서 각 학교는 그 기부금으로 돈 없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것을 보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봐라 저게 미국에서 하는 것이다. 우리가 미국보다 잘 사는 게 아니잖는가. 미국도 저렇게 하는 데 그보다 못 사는 우리가 어떻게 잘 사는 애들까지 밥을 주는가’

 

유럽식 무상교육
1. 유럽 복지국가(스웨덴을 비롯한 북구 국가)는 개인과 국가의 관계에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그곳에선 인간이 살아가는 데 누구나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복지제도는 이러한 생각에서 나온 당연한 귀결입니다.

 

2. 유럽 복지국가에서는 교육과 건강 문제는 완전히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라는 것은 그들 사회에선 국가의 고유한 책임입니다. 따라서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입니다.(참고로 이곳에서는 사립학교나 개인병원에 가도 그 비용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합니다.)

 

개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예외적이며 보충적인 것입니다. 이들 나라는 그 비용을 모두 세금으로 충당합니다. 따라서 국민들은 소득수준에 따라 고율의 세금을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3. 복지제도의 이용에선 빈부의 차를 무시합니다. 보편적 복지가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부자들은 당연히 많은 세금을 냈으니 자신도 그 복지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들 국가에선 우리와 같은 무상교육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문제(무상급식)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것은 당연히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고 빈부의 차이에서 차별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

지금 우리가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복지제도의 방향에 대해 비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복지정책을 선거 구호로 내세우지만 그것은 한 순간의 표를 노린 구호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우리는 어느 쪽으로 가는 게 맞을까요. 국민의 교육과 건강에 대해서는 사회가 책임진다는 비전을 갖고 가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그것은 기본적으로 개인이 책임질 문제라고 하면서 국가는 보충적 역할만을 하는 게 맞을까요.

 

이것을 판단하기 전에 생각할 일은 우리 사회의 복지제도는 이미 상당히 유럽식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최근의 노인복지(기초연금 등)에서는 특히 그런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그리고 사회적 안전망을 더욱 확고히 만들어가자는 데에는 이미 상당수의 국민들이 합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그동안 따라 왔던 아메리칸 드림을 계속 좇을 것인가 아니면 이쯤해서 그 꿈을 내려놓고 새로운 꿈, 유로피언 드림을 좇을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꿈을 잘 정리해 놓은 책이 바로 제러미 리프킨의 책 <유로피언 드림>입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에 이 책을 읽고 나도 이런 책을 쓰고 싶다고 한 책이지요. 여러분도 한 번 기회가 있으면 읽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