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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테라겐의 나라 스웨덴의 국민의식

박찬운 교수 2015. 9. 26. 21:24

[얀테라겐의 나라 스웨덴의 국민의식]

 

몇 년 전 스웨덴에서 1년간 연구년을 보내기 위해 준비를 하면서 그곳에 관한 책 몇 권을 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스웨덴이란 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단지 북구라파의 복지국가라는 정도? 그것이 내가 아는 스웨덴의 전부였다.

 

그 때 산 책 중에서 내게 스웨덴의 면모를 가장 쉽고, 내용 있게 알려준 게 신필균 선생의 <복지국가 스웨덴>이란 책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복지전문가로서 오래 동안 스웨덴에서 살았던 경험에 기초하여 쓰여 진 책이었기에, 어떤 책보다도 복지국가를 이해하고자 했던 내게, 최상의 정보를 제공했다.

 

오늘 아침 나는 일찍 일어나 이 책을 꺼내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그 중에서 맨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얀테라겐’이라는 말에 눈길이 간다.

 

얀테라겐(Jantelalgen)이란 얀테의 법칙이라는 뜻이다. 얀테라는 마을에서 생긴 법칙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 마을에서 생긴 법칙이 무엇일까? 스웨덴 사람들의 중용의 도, 협력과 합의의 문화가 배여 있는 생활원칙이다. 빼어난 한 사람이 사회를 리드해 가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전원이 참여해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살아가자는 것이다.

 

신필균 선생이 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직접 들어보자.

“스웨덴 사람들은 평범함을 좋아한다. 공식적인 자리라도 ‘000사장’, ‘000교수’, ‘000박사’ 등으로 부르지 않으며, 별다른 존칭도 없다. 이런 문화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얀테라겐’이라는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공통적인 생활규범에서 야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스웨덴어로 ... 얀테라겐은 평등과 평준화 문화의 일부로 ‘튀어서는 안 된다’는 일상의 통념으로부터 나온 법칙이다.”(<복지국가 스웨덴>, 343쪽)

 

자, 이제 얀테라겐 원칙 10가지를 여기에 옮겨 보자. 도대체 그 내용이 무엇일까?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2.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3. 당신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4. 당신이 더 나은 존재라고 상상하지 말 것
5. 당신이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 것
6. 당신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7. 당신이 무엇이든 잘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8. 우리를 비웃지 말 것
9. 모두가 당신을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 것
10.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 것
(<복지국가 스웨덴>, 344쪽)

 

나도 이 글을 쓰면서 반성해 본다. 나는 저기에 몇 가지나 해당되는 사람일까? 곰곰이 세어보니 거의 모든 항목에 해당되는 것 같다. 나란 사람은 스웨덴에서 계속 살았다면 적응키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저 원칙 전부가 우리의 삶의 원칙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는 명심해야겠다. 내 자신이 ‘특별하다’ 그러니 나는 ‘특별한 대접을 받을만한 사람이다’라는 생각, 이것만큼은 버려야할 것이다. 이것이 없어지지 않고서는 우리사회가 제대로 될 수 없다.

 

 

우리사회의 정치와 경제를 생각해 보자. 그 수많은 문제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특별하다는 의식에서 오지는 않는가. ‘나는 너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에서 오지는 않는가. 여기에서 불평등이 생기고 사람들은 무모한 경쟁에 뛰어든다. 유한한 자원인 권력과 돈을 쫓아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