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지혜

올림픽과 인생

박찬운 교수 2018. 2. 18. 07:16

올림픽과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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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몸도 마음도 아파 꼼짝 없이 집구석에서 방콕하고 있습니다. 그 덕에 올림픽 경기를 원 없이 봅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그 다음엔 재미로, 지금은 감동으로 봅니다. 특히 선수들의 환호와 비애를 목격할 때는 마음이 찡합니다. 그럴 땐 이 올림픽의 무대가 어쩜 우리 인생의 축소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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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수는 올림픽 전부터 부동의 세계 1인자란 소리를 듣다가 결국 평창에서 예상대로 금메달을 목에 겁니다. 그러나 이런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분명 있기는 하지만 예외적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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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선수들이 우승의 문턱에서 어이없게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부딪히는 바람에 순위에 오르지 못합니다. 지난 4년간의 피땀 흘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 그들은 빙판 위에서 눈물을 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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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어떤 사람은 어릴 때부터 1등 소리를 도맡아 듣다가 좋은 학교 졸업해 좋은 직장 들어가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배우자를 만나, 긴긴 세월 행복하게 삽니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많진 않지만 분명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진정한 금수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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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나름 성실하고 선하게 살아오면서 노력하고 또 노력했지만 반드시 성공이란 면류관을 쓰지 못합니다. 또 어떤 이는 어이없는 실수로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돈과 명예를 잃는 것은 한 순간입니다. 수십 년의 노력이 거품처럼 꺼져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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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스포츠)과 인생이 닮았습니다만 한 가지 다른 게 있습니다. 올림픽 경기에서 순간적인 실수로 순위에 들지 못한 선수들에게, 따뜻한 박수를 쳐주는 게 올림픽 관중의 기본 매너입니다. 그 덕에 실패한 선수는 4년 후를 다시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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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긴긴 날 살아가야 할 우리 삶 속에선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매너를 바랄 수가 없습니다. 실패한 이는 비탄의 눈물을 뿌리며 밤잠을 자지 못하지만 그를 위로해 주는 이는 적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매일 같이 경험하는 인생 올림픽이 저 평창의 그것보다 더 고단한 경기가 아닐까요.

(2018.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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