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Essays/깊은 생각, 단순한 삶

지성무식

박찬운 교수 2023. 6. 11. 12:53



내가 주말이면 항상 가는 카페. 이곳에서 오후 1시간 정도 머물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진다.

 

지성무식 (至誠無息)이란 말이 있다. 중용에 나오는 말로 지극한 정성은 쉼이 없다는 말이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살아가는 태도는 지극히 성실하다. 새벽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주말이면 단골 카페에 가서 창가에 앉아 오후의 거리를 바라본다. 이런 삶은 지난 10년 간 쉼이 없었다. 남들이 보면 지극히 재미 없는 삶이다. 가족들도 그리 말한다. 재미 없는 사람...이것은 내 인생의 결점인가 훈장인가?

그런 삶에 큰 목적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저 나의 관성적 습관에 불과할지 모른다. 습관을 벗어나면 불안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목적없이 불안을 피해 안정을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몸에 밴 것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느 순간이든지 생각을 많이 해왔다. 지금 내 존재에 대해, 내가 살아가는 이 모습에 대해 나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왔다. 과연 이대로 살아야 하는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이 말은 나를 위한, 내 삶을 위한 말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니 예전과 같지 않다.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욕망이 식어가니 정신은 고요해 진다. 비로소 내 존재가 뚜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내 삶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삶의 태도가 쉽게 변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허물 많은 인생이지만 나는 지성무식의 자세로 살아간다. 한 순간도 의미 없는 것은 없다. 습관일지언정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삶의 일부다. (2023. 6. 11. 강남 단골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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