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사람들을 위한 보수주의 안내서
-러셀 커크 지음, 이재학 옮김-
주말을 이용해 책 한 권을 읽었다. 러셀 커크의 <지적인 사람들을 위한 보수주의 안내서>. 이 달에 출판된 책이다. 번역자인 이재학 선생이 내게 이 책을 보냈다. 책 속에 메모지 한 장이 끼어 있었는데, 작년에 이 선생이 번역한 러셀 커크의 대작 <보수의 정신>을 읽고 쓴 북리뷰에 대한 답례로서 보낸다는 것이다. 가끔 저자나 역자로부터 이런 선물을 받는데, 책을 소개한 사람으로서, 기쁘기 한량없다.
<지적인 사람들을 위한 보수주의 안내서>는 대작 <보수의 정신>의 축약판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한 요약본은 아니다. 커크의 <보수의 정신>이 미국 보수주의의 계보를 고찰하면서 그 (정신의) 정수를 탐구한 학술서라면(따라서 연구자가 아니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는 매우 어려움), 이 책은 그 정수를 대중을 위해 간략하게 정리한 대중서다.
200쪽이 안 되는 책이니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3-4시간이면 족히 읽을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빨리 읽으려 하지 않는 게 좋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면서, 보수의 정수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보수의 정수를 간략히 설명한 다음, 각각의 주제, 즉 종교, 양심, 개인, 가족, 공동체, 정부, 사유재산, 권력, 교육 등에 대해, 보수주의가 어떤 이해를 하는 지를 설명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베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의 <보수주의자의 양심>이 생각난다. 분명 궤를 같이 하는 책이다.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 커크가 전형적인 사상가라면 골드워터는 전형적인 정치인이다. <보수주의자의 양심>은 커크의 영향을 받은 정치적 선언문으로서 대중을 위한 책이다. 커크 또한 대중을 위해 보수주의를 설명하고자 했으니 두 책의 취지가 일맥상통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다 보니 작년과 올해 미국 보수주의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책 3권을 모두 읽었다. 이 공간에서 만나는 페친 여러분들의 보수주의 이해에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2019.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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