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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사진

박찬운 교수 2015. 9. 26. 20:57

<추억의 사진>

정확히 10년 전 소록도를 들어가기 위해 녹동항에서 찍은 것이다. 지금 보니 10년 전의 내가 지금보다는 역시 젊구나! ㅠㅠ. 이 사진은 나로서는 역사적인 사진이다.

당시 나는 일본 변호사들로부터 일본에서 소록도 보상소송을 하자는 제의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부담감으로 차일피일 승락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4년 5월 5일 후쿠오카 방송국에서 소록도를 취재하는 데 동행해달라는 일본인 친구 모토무라씨의 부탁을 받고 호기심차 따라 나서게 되었다. 이 사진은 바로 그날 찍은 것이다.

이 소록도 방문 이후 나는 일본 변호사와 함께 소록도 소송을 하기로 결심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대한변협에 보고서를 썼다(나는 당시 대한변협 인권위 부위원장이었다). 대한변협에 한센인 인권을 위한 소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나는 이 소위원회의 위원장이 되었고 이어서 일본에서 제기된 소록도 한센인 강제격리(일제시대) 보상소송의 한국변호단을 만드는 데 앞장 섰다(변호단 간사). 이 소송은 그 후 1심에서 졌지만 일본정부를 움직이는 계기가 되었다. 관련 일본법이 개정됨으로써 일제시대 소록도에 격리되었던 한센인들이 보상을 받게 된 것이다.

10년이 지난 오늘 이 사건으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가? 수백명의 한센인이 일본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았다. 한국에도 특별법이 만들어 져 한센인들이 한을 풀고 있다. 소록도도 변했다. 이제 저 녹동항에서 떠나는 배는 없어졌다. 다리가 이어진 것이다. 소록도는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이 사진은 바로 그 단초를 연 사진이다.

 

2004년 5월 5일 녹동항에 선 필자, 참 젊구나!

 

필자의 일본인 친구 모토무라씨, 이 분은 한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다 일본으로 귀국한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