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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자크 루소의 집을 찾다

박찬운 교수 2015. 9. 27. 08:56

장 자크 루소의 집을 찾다

 

오늘 오랜만에 집에 일찍 들어오니 할 일이 없다. 컴퓨터를 켜 몇 년 전 찍은 사진을 본다. 눈에 들어오는 사진 몇 장! 이 사진을 페친들에게 소개 좀 해야겠다.

 

나는 어딜가도 호기심이 많다. 남들 안간 곳을 찾아가는 습벽(!)이 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추억이 많다. 나만의 비밀이다. 꼭꼭 숨겨 놓았다가 죽기 전엔 풀어 놓고 가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 지 모르겠다. ㅎㅎ

 

2012년 10월 제네바에 갔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에선 인권회의가 많이 열린다. 나는 NGO 대표로 지난 20년간 여러 차례 그곳에 가서 인권활동을 해왔다. 그 해도 그런 이유로 한국의 인권운동가 몇 명과 함께 그곳을 방문했다.

 

2006년에 유엔인권이사회가 만들어진 이후 유엔 회원국은 정기적으로 인권상황을 점검받는다. 이것을 <국가별인권상황정례검토>라고 부르는데, 2012년은 우리나라가 2회 째 점검 받는 해였다. 우리 NGO 대표들은 한국정부의 공식보고서를 반박하는 보고서를 만들어 이사회에 제출한 뒤 현지에서 한국의 인권실상을 알리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녔다.

 

일정이 끝나고 돌아가는 날. 나는 그날 오후 당시 체류하던 스웨덴으로 돌아 가게 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1년간 연구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파리로 가는 열차시간까지 몇 시간의 자유시간! 나는 시내로 나섰다. 몇 년 전부터 벼르던 곳이 있었다.

 

장 자크 루소의 생가를 찾아가자! 제네바는 그가 1712년 태어난 곳이다. 나는 그가 태어난 곳에 가서 그를 추모하고 싶었다. 내가 알고 있는 주소는 당시 위키피디아에 나온 생가 기념관 주소!

 

우선 그 정보대로 거리를 찾았다. 어렵지 않게 그 거리는 찾아냈다. 이제 주소의 숫자만 눈에 들어오면 된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아무리 돌아다녀도 그 숫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안되겠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물어보자! 행인들을 붙들고 다짜고짜 장 자크 루스의 생가를 물어 보았다. 대충 영어로 이렇게 물어 보았다. "Do you know where the birth place of Jean Jacques Rousseau is?" 그런데 내 영어가 서툰지 한 사람도 안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난감한 일!

 

나중에 안 것이지만 위키피디아 주소가 잘못되어 있었다. 현지인들은 장 자크 루소를 알지 못했다. 그러니 그의 생가를 알 턱이 없었다. 더군다나 주소가 잘못되니 그마저도 알려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내가 루소의 생가를 갈 수 있는 운명이었던지 언뜻 설계사무소라고 쓰여 진 빌딩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만났다. 그에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다시 한 번 질문을 해보았다.

 

아싸! 이 사람 제대로 만났다. 가게 안으로 들어오란다. 그러면서 컴퓨터에서 구글지도를 찾아 그 기념관을 알려준다. 고맙게도 지도까지 하나 출력해 준다!

 

그리하여 나는 두어 시간 만에 드디어 루소 생가 기념관(Rue Grand 40) 앞에 설 수 있었다! 제네바의 시계공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그곳! 그 집과 골목길은 그가 태어난 시절과 거의 변함이 없었다.

 

감회 어린 루소와의 만남! 나는 루소 기념관 앞에 있는, 이제 막 문을 연 카페에 앉아, 아주머니에게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잊을 수 없는 커피 맛! 그리고 그 여인에게 사진 한 장을 찍어 줄 것을 부탁했다.

 

이제껏 한국 친구들에게 이곳을 가보았느냐고 물으면 다녀왔다는 사람을 보질 못했다. 하기야, 제네바 현지인들도 루소가 누군지, 그가 어디서 태어났는지를 모르는데 한국 친구들에게 그것을 묻는 내가 이상하지...

 

오늘 그 사진을 공개한다.

(2015.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