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하다
울산을 방문하는 기회가 있으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반구대 암각화. 국보 285호. 선사시대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강변 암석에 고래와 호랑이 등을 그렸다는 그 신기한 유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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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울산지방경찰청에서 강연을 마치고 울산에 사는 지인의 안내를 받아 그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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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동국대 문명대 교수팀에 의해 발견되고 1995년 국보로 지정되었으니, 문화재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선, 너무 늦은 답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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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울산광역시 언양군 대곡리 대곡천 상류. 고래가 그려져 있으니 바다 가까운 계곡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는 바다에서 상당히 떨어진 산 속 계곡이다. 1만여 년 전엔 이곳이 지금과는 사뭇 다른 환경이었을 지 모른다. 바닷물이 현재의 계곡 근방까지 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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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해 보니 아쉽게도 암각화 바로 앞 까진 갈 수 없었다. 보존목적인지 암각화에서 백여 미터 떨어진 건너편에서 망원경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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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의 망원경을 통해, 이리 보고 저리 보고 했지만, 보고 싶었던 고래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희미한 형태의 고래 한 마리를 보았을 뿐이다. 대신 멧돼지와 호랑이는 제법 쉽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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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사의 말에 의하면, 봄 여름엔 날이 좋은 날 오후에 오면 좋다고 한다. 햇볕이 암석을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추기 때문에 비교적 선명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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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반구대 암각화는 보존문제로 논쟁 중이다. 이야기인즉, 이곳 아래에 1965년 만들어진 사연댐이 있는데, 이 댐이 홍수기에 물을 채우면 암각화가 물에 잠긴다는 것이다. 최근엔 물에 잠긴 적이 없지만 이 댐이 있는 한 불가피한 상황이다. 댐이 암각화 발견 전에 만들어졌으니 공사 중엔 암각화 보존문제가 나올리가 없었다. 애석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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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신청 중이라니, 보존문제가 해결되어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선사유적이 길이 보존되길 바란다.
(2018.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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