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검찰개혁연재(4) 경찰에게 묻는다, 수사권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박찬운 교수 2017. 5. 30. 10:03

검찰개혁연재(4)

경찰에게 묻는다, 수사권의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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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적으로 경찰이 검찰의 간섭 없이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찬성한다. 그것을 위해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경찰에 영장청구권까지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엔 분명히 전제가 있다. 지난번 연재(3)에서도 밝혔지만 두 가지 조건이 사전에 제시되고, 그 정도면 경찰 수사권 독립을 인정해도 별 무리가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 하나는 인권보장책이고, 다른 하나는 수사의 중립성(혹은 독립성) 확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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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보도를 보면, 경찰 수사권 독립의 전제로 인권보장책에 대해서는 꽤 많은 언급이 있지만, 왠지 수사 독립성에 대한 언급은 찾기 힘들다. 그러나 내겐 전자 못지않게 후자가 중요하다. 경찰이 이에 대해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경찰 수사권 독립에 결코 찬성할 수 없다. 이 글은 그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경찰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를 묻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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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검찰개혁 논의가 활발한데 그 핵심이 무엇인가. 왜 법무부를 탈검사화하려고 하는가. 이제까지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검찰의 정치화였다. 다른 말로 바꾸면 검찰의 수사가 정치권력의 영향을 받아 그 공정성을 의심받았다는 것이다. 우병우가 무슨 짓을 했는가. 검찰의 수뇌부를 자기 손 안의 공기돌처럼 주무르지 않았는가.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서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그 밑의 검찰국장을 통해 전국 검찰을 통제했다. 이런 것을 고치겠다는 것이 검찰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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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생각해 보자. 경찰이 수사권을 독립해서 행사하면 검찰 이상으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서 공정하게 사건을 수사할 자신이 있는가. 지금 조직으론 천만에 말씀이다. 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검찰이 저렇게 망가졌지만, 수사 독립성에 대해 검경을 비교한다면, 현재로선 비교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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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수사전문기관이다. 검찰총장부터 저 말단 검사까지 모두 법률전문가들이고 기본적으로 자긍심과 자존심이 높은 집단이다.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으로, 제도적으론 청와대든 법무부든 검찰에 영향을 주기 위해선, 검찰총장이란 관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검사들은 자신들의 조직을 준사법조직이라고 부른다. 독립적인 사법부에 준할 정도로 독립성이 강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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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반해 경찰은 수사전문기관이 아니다. 수사는 경찰 업무 중 일부에 불과하며 경찰청장 또한 수사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 정치권력과 연결된 사건은 권부와 연결되어 일선 수사관을 직접 통제한다. 이제까지 수사 분야는 경찰관들 사이에서도 각광 받지 못해 수사관들의 자질은 전반적으로 검찰에 비하면 편차가 크고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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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권을 행사한다? 잘못하다간 고삐 풀린 망아지가 나올지도 모른다. 잘못된 대통령을 만나면 상대적으로 말 안 듣는 검찰보단 싹싹하고 눈치 빠른 경찰을 이용해 권력을 유지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에서 경찰공화국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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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도대체 이런 우려를 어떻게 풀어줄 것인가. 어떤 방법으로 지금의 검찰보다 더 중립적인, 아니 적어도 검찰 정도의 수사 독립성을 확보할 것인지,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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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생각해 보아도 지금과 같은 경찰 내에 수사조직으로선 수사 독립성은 불가능하다. 매우 창조적인 파괴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사조직을 현재의 경찰에서 사실상 떼어내 수사청이나 수사본부로 독립하고, 여기에 파격적인 독립성을 부여해, 권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조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거기에다 수사책임을 맡게 될 책임자들은 검사에 준하는 능력과 자격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정도의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수사권 독립을 위한 지지자를 얻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