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연재(3)
검경 수사권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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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과제 중 가장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는 게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다.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도 오래 동안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 갈등을 어떻게 해서라도 이번 정부는 풀고 새로운 검경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내 입장을 정리해 이곳에 올린다. 다소 긴 글이지만, 끝까지
다 읽는다면 독자들에게 뼈가 되고 살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ㅎㅎ(새벽에 쓴 정성 감안해서 많이 돌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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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검경간의 수사권이 어떻다는 말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수사기관이 검찰과 경찰이다. 이들 기관은 범죄 혐의가 있다고 보여 지는 단서(범죄발생의 신고, 변사체의 발견, 범죄 진행의 목격 등)가 있는 경우, 범인을 발견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이를 수사라 함)에 들어가야 한다. 현재 이런 일의 대부분은 검찰이 아닌 경찰이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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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연간 200만 건 정도의 범죄가 발생하는데, 경찰은 이를 수사해서 범죄혐의 유무를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보내면, 검찰은 보강수사 등을 한 다음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런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고 검찰이 사건의 초기단계부터 수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이를 검찰인지 사건이라 함). 검찰 내에서 이를 위해 설치한 게 특수부지만 검찰인지 건수는 전체 범죄 중에서 극히 적은 숫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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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수사는 이렇게 진행되는 데도, 검찰과 경찰의 수사 권한은 경찰로서는 매우 자존심 상하는 상태에 있다.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게 형사소송법의 관련 규정이다.
형사소송법 제196조(사법경찰관리)
①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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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지휘가 있는 때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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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형소법은 정부 수립 이후 몇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지만 그 원형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것은 경찰 수사는 검사의 지휘를 받는 것이고, 경찰은 그 지휘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경찰이 연간 2백만 건 가까운 수사를 해도,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건건이 간섭할 수 있고, 경찰은 그 간섭에 복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검경관계는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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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관계가 이렇다 보니 혹시 검찰(검사나 검찰수사관)이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경우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분명히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도 검찰의 간섭으로 수사가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고위공직자수사처라는 별도의 수사기구를 만들자는 논의는 이런 배경 하에서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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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 검찰은 경찰이 갖지 못한 영장청구권을 갖고 있다. 수사과정에서 필요한 범죄 혐의자에 대한 체포 구속과 증거 수집을 위한 압수 수색은 원칙적으로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야 한다. 그러나 그 청구권은 법상(헌법과 형소법) 검사의 전권이므로, 경찰은 이런 (강제)수사를 위해선, 검사에게 달려가 영장을 청구해 달라고 요구(실무상 이를 영장품신이라 함)하는 수밖에 없다. 연간 발생하는 범죄를 실질적으로 수사하는 것은 경찰임에도 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권한은 법이 경찰에게 주고 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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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이런 검경관계를 만들어 왔는가
경찰로선 치욕스럽다고 하는 이런 검경관계가 왜 지난 70여 년 동안 형성되어 왔을까? 왜 경찰은 수사에서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하고, 독자적인 강제수사권마저 없을까? 이제껏 이에 대한 설명으로 제일 각광받은 것은 ‘인권보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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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경찰은 검찰에 비해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예 가혹수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선, 법률전문가인 검사가 이를 지휘감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식민지 치하에서 경찰로부터 인권침해를 받은 우리 국민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이런 경험이 제헌 헌법을 만드는 과정과 그 이후 형소법을 만드는 과정에 반영되어 경찰의 수사권을 검찰의 통제 하에 두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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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대 이전만 해도 검경의 수사권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가끔 불만은 있었지만 법률전문가라고 하는 검사들의 주장에 경찰이 논리적 저항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1990년 대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경찰대학의 우수한 자원이 경찰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고 변호사 자격자들이 경찰에 대거 들어가면서 검경간의 수사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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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검경 수사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론이 제기되지만 나는 평소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정리해 왔다. 이 공간에서 긴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을 결론에 갈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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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하자. 검찰이 인권보호를 이유로 경찰을 지휘감독할 시대는 지났다. 이젠 수사에 있어 검찰, 경찰의 경쟁시대로 들어가자. 어떤 사람들은 경미한 사건에 한 해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하자고 하지만 나는 반대한다. 수사는 조사과정에서 여러 경우의 수로 범죄명의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사초기에 경미사건과 중대사건으로 분류하면, 수사주체를 둘러썬 검경수사권의 갈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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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민의 입장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이 가져올 수 있는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막기 위해 철저한 인권보호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참여권을 엄격히 보장하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피의자를 위해 국선변호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우리도 미국처럼 경찰서 혹은 검찰청 주변에 공선변호사(public defender)를 두고, 조사과정에서 피의자가 변호사를 요구하면, 즉시 달려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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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찰에게 강제수사(구속, 압수수색 등)을 하기 위한 영장청구를 인정하자. 이를 위해서 검사만이 영장청구를 하도록 한 헌법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단, 인권침해는 바로 강제수사에서 대부분 일어나므로 경찰관 중 영장청구를 할 수 있는 사법경찰관의 자격을 법조인 자격을 가지고 있는 경찰관으로 제한하자. 국민 입장에선 검경 모두 자격을 갖춘 법률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강제수사를 받는 게 인권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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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이 확보되는 경우 그 중립성 확보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독자적 수사권이 자칫 정치권력에 의해 휘둘리면 검찰의 정치화에 못지 않는 더 큰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이 문제가 경찰 수사권 독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경찰이 정녕 수사권 독립을 원한다면 이 대책을 정밀하게 만들어 국민적 동의를 받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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