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인생/문학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 박조르바가 정리하다

박찬운 교수 2015. 9. 26. 19:14

<그리스인 조르바>의 말, 박조르바가 정리하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이윤기 역)를 좋아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박조르바>의 사진(ㅋㅋ)을 올렸더니, 댓글 중에, 기회가 되면, 조르바의 어록을 올려달라는 페친 들의 요청이 있었다. 


작년에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에 나오는 말 중 내게 감명을 준 부분을 정리해 3회에 걸쳐 포스팅한 적이 있다. 오늘 나는 그 글 중 조르바의 어록만을 편집하여 사진과 함께 올린다.(글이 길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읽어볼 지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아래 사진은 크레타에 있는 카잔차키스의 묘지다. 내가 직접 가서 찍은 게 아니라 페친인 김원일 님이 얼마 전 찍은 것이다.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심에 감사드린다. 


이 묘비에 조르바를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는 유명한 말이 적혀 있다.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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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차키스는 조르바의 말을 옮김으로써 한 위대한 인간을 추모하였다. 조르바는 인간의 본질에 대하여, 자유에 대하여, 여자에 대하여, 그리고 영혼의 결정체로서 춤에 대하여 말하였다. 우리는 조르바의 말을 통해 한 위대한 인간의 적나라한 면모를 읽을 수 있다. (중간 중간에 박조르바의 말도 있다!) 


<그는 인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인간이란 야만스런 짐승에 지나지 않아요. 야수이면서도 신이기도 하지요."(38쪽)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나아서가 아니오. 나을 거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요. 조르바 역시 딴 놈들과 마찬가지로 짐승이오! 그러나 내가 조르바만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서 아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기 때문이오. 나머지는 허깨비들이오.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 내어요. 나머지야 몽땅 허깨비지. 내가 죽으면 만사가 죽는 것이오.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나락으로 떨어질 게요."(82쪽) 


<그는 자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다른 정열, 보다 고상한 정열에 사로잡히기 위해 쏟아 왔던 정열을 버리는 것, 그러나 그것 역시 일종의 노예근성이 아닐까? 이상이나 종족이나 하느님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것은? 따르는 전형이 고상하면 고상할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어지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건 무엇일까?"(39쪽) 
"나는 자유를 원하는 자만이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222쪽)


<그는 육체와 영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육체에는 영혼이란 게 있습니다. 그걸 가엾게 여겨야지요. 두목, 육체에 먹을 걸 줘요. 뭘 좀 먹이셔야지. 아시겠어요? 육체란 짐을 진 짐승과 같아요.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언젠가는 길바닥에 영혼을 팽개치고 말거라고요.(52쪽)...“우리는 영혼이라는 이름의 짐을 지고 다니는 육체” 


<조르바에게 있어 춤이란 무엇인가> 
"내 속에는 소리치는 악마가 한 마리 있어서 나는 그 놈이 시키는 대로 합니다. 감정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때면 이 놈이 소리칩니다. 춤춰! 그러면 나는 춤을 춥니다. 그러면 숨통이 좀 뚫리지요. ...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정말 미치고 말았을 겁니다." 


박조르바: 나는 조르바의 춤을 영혼의 언어라 부르고 싶다. 인간이란 영혼을 짊어지고 가는 육체다. 영혼은 말이 없다. 그 영혼이 극도의 슬픔 속에 있을 때, 아니 극한의 기쁨 속에 있을 때 무엇으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조르바는 춤으로 말한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모든 것을 그 광란의 춤으로 이야기한다. 내게도 그런 표현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내게 영혼의 극단적 표현방법은 무엇일까? 


<조르바에게 결혼과 여자란 무엇일까> 
"몇 번 했느냐고요? 정직하게 말하면 한 번... 한 번이면 되는 거 아니오? 반쯤만 정직하게 말하면 두 번... 비양심적으로 치자면 2천 번, 3천 번쯤 될거요. 몇 번 했는지 그걸 어떻게 계산합니까?"(120쪽) 
"여자를 보는 남자는 모두가 여자를 갖고 싶다고 말해야 합니다. 여자란 가엾게도 그걸 원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남자라면 여자에게 그렇게 말하고 여자를 기쁘게 해줘야 하는 겁니다."(70쪽) 
"여자는 인간이 아니에요! 여자는 불가사의한 거예요. 법률과 종교가 들고 나서 봐야 여자에겐 해당 사항이 없어요. 여자에 대해서 그런 걸 안 됩니다. ... 내가 법을 만든다면 남자와 여자에게 같은 법을 만들어 적용하지는 않겠어요. 남자에겐 열계명, 백계명, 천계명이 필요합니다. 결국 사내는 사내니까... 계명이 아무리 많아도 지킬 능력이 있어요. 그러나 여자에게 필요한 율법은 하나도 없습니다. ... 여자는 힘이 없는 피조물이오."(131쪽) 
"여자란 꽃병 같은 거예요. 아주 조심해서 만지지 않으면 깨져요."(257쪽) 
"...여자도 우리 같은 사람입니다. 품질이 좀 떨어질 뿐이지요. 여자란 지갑을 보면 돌아 버립니다. 착 달라붙어 자유고 뭐고, 에라 모르겠다, 모조리 남자에게 주어 버립니다."(258쪽) 
"진짜 여자는 남자에게서 얻어 내는 것보다 자기가 주는데서 훨씬 더 큰 기쁨을 누리는 법입니다."(391쪽) 


박조르바: 사람들이 조르바를 잘못 보면 극단적 남성중심주의에 빠진 수컷으로만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변명 좀 해주자. 이 소설이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그리스이다. 여자의 삶이란 우리네나 그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자는 남자에게 철저히 종속되었다. 아마 조르바가 요즘의 복지국가 유럽을 경험했다면 이런 말은 하지 않았으리라.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남성으로부터 자유를 얻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는 사회에서 여자도 인간이고 남자와 본질적으로 같을 수밖에 없다. 결코 꽃병도 아니고 조악한 품질의 물건도 아니다. 마지막 말, 진짜 여자는 남자에게 얻어 내는 것보다 주는데서 기쁨을 누린다는 말, 그 말은 잊지 말자. 조르바도 그런 여자에게서 경외감을 느낀 것이다. 의존적인 여자가 아니고 독립적이면서 자신의 의지대로 살면서 모든 것을 주는 여자, 그게 조르바가 진짜 원한 여자이었을지도 모른다. 


<동네 과부와 잠자리를 권하면서 카잔차키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여자와 잘 수 있는 사내가 자주지 않으면 큰 죄를 짓는 거라네. 여자가 잠자리를 함께 하려고 부르는데 안 가면 자네 영혼은 파멸을 면하지 못해. 여자는 하느님 앞에서 심판을 받을 때도 한 숨을 쉴거고, 자기가 아무리 잘한 일이 많아도 그 한 숨 하나면 자네는 지옥행이라네!"(153쪽) 
"여자가 혼자 잔다면 그건 우리 남정네들의 잘못이에요. 우리는 최후의 심판 날에 우리가 한 짓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 하느님은 그 죄만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여자와 잘 수 있는데도 자지 않은 사내에게 화있을진저! 남자와 잘 수 있는데도 안자는 여자에게 화있을진저!"(158쪽) 


박조르바: 새롭게 안 사실이다. 정말 그런가! 여자가 혼자 잔다면 그건 남정네의 잘못! 최후의 심판 날 결코 용서받지 못할 중죄! 페친들 중 얼마나 많은 분들이 매일같이 이 죄를 짓고 계신가? 조르바여! 어찌하면 좋으리까! 답을 알려주소. 


<조르바에게 조국이란?> 
"조국 같은 게 있는 한 인간은 짐승, 그것도 앞뒤 헤아릴 줄 모르는 짐승 신세를 벗어나지 못합니다."(328쪽) 
박조르바: 우리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는 우리를 짐승신세로 만드는 존재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국가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저 맹종해야 하는가?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이 시대에... 


<조르바는 일에 대하여 이렇게 이야기했다> 
"낮에는 일을 해야지. 낮은 사내들 시간이야. 밤에는 즐기고. 그러니 밤은 계집들 것이지. 이걸 혼동하면 큰 일 나는 거야!"(263쪽) 
"일을 어정쩡하게 하면 끝장나는 겁니다. 말도 어정쩡하게 하고 선행도 어정쩡하게 하는 것,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 다 그 어정쩡한 것 때문입니다. 할 때는 화근하게 하는 겁니다. 못 하나 박을 때마다 우리는 승리해 나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악마 대장보다 반거충이 악마를 더 미워하십니다."(333쪽) 


<조르바, 남자가 우는 것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남자들 앞에서 운다면 말이죠. 남자들끼리 통하는 기분이 있지요?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그러나 여자 앞에서는 남자는 늘 자기 용맹을 증명해야 합니다. 우리 남자가 여자 앞에서 울음을 떠뜨려 버리면, 이 가엾은 것들은 어쩝니까? 끝나는 거지요."(376쪽) 


<조르바, 오늘 내게 중요한 것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나는 자신에게 묻지요.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그럼 잘 하게. 조르바, 이 순간에 뭐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이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키스나 실컷 하게."(391쪽)


박조르바: 아! 이것이다. 삶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 지금,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일하는가? 그럼 그것을 잘 하라.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는가? 그럼 뜨겁게 사랑하라, 뜨겁게 키스하라, 뜨겁게 안아주라! 카르페 디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