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장/사법

김기춘 불변기간의 날벼락을 맞다

박찬운 교수 2017. 8. 30. 14:33

김기춘, 불변기간의 날벼락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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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남을 해프닝이 발생했다. 김기춘의 항소가 항소기각의 결정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항소이유서를 법정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어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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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간단히 절차를 설명해야겠다. 형사사건에서 항소하기 위해선 항소인은 1심 판결이 선고되면 7일 이내에 항소장을 원심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항소는 항소장만 내서 되는 게 아니다. 항소이유서를 써내야 하는데, 이것은 항소법원(1심 고등법원)에서 1심 공판기록이 접수되었다는 통지를 항소인에게 해주면, 그 때부터 2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특검법이 공판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이 기간을 7일로 줄여놓았던 것이다. 김기춘과 그 변호인은 이 기간을 몰랐던지 그 기한을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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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항소이유서를 기한 내에 내지 못하면 법원은 항소기각을 하도록 되어 있다(형소법 361조의4, 재량사항이 아니다. 반드시 그렇게 결정해야 한다.). 그러니 김기춘의 항소에 대해 불원간 법원은 항소기각 결정을 하게 될 것이고, 검찰 항소에 대해서만 재판이 진행될 것이다. 한마디로 김기춘의 3년 실형은 굳어진 것이고, 검찰 항소까지 받아지면, 항소심 형량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무죄나 집행유예를 노린 김기춘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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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이 사선변호인을 쓰지 않고 이미 선정된 국선변호인을 계속 썼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괜히 돈 들여 사선변호인을 선임했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다. 사선변호인이 특검법의 기간규정을 간과했음이 틀림없다. 아마 지금쯤 김기춘과 변호인은 땅을 치고 통곡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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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기춘은 헌재에다 7일 규정이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위헌규정이라고 하면서 위헌법률심사 신청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헌재결정에 따라 항소심 절차 문제가 정리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고 성공한다고 해도, 상당히 오랜 기간 고생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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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치명적이다. 항소심 재판도 해보지 못하고 기각을 당하면 당사자가 가만히 있겠는가. 당사자나 가족이 변호사 사무실에 달려와 소란을 피워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재판을 여한 없이 한 다음 기각되는 것과는 사정이 다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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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변호사는 항상 불변기간이라는 것을 먼저 챙긴다. 절차와 관련해 법에 기한을 정해 둔 경우 그 신축이 불가능한 때가 있다. 항소기간,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상고기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게 민사사건과 형사사건이 각기 틀리기 때문에 매우 긴장하면서 사무를 처리해야 한다. 내가 변호사로 일할 때만 해도 사무실 출근과 동시에 이것부터 챙겼다. 물론 이 사건은 통상적인 사건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했어야 했다. 변호사가 특검법을 반드시 읽어보고 꼼꼼해 챙겼어야만 했던 것이다. 이래서 변호사란 쉬운 직업이 아니다. 고도의 스트레스와 돈을 바꾸는 직업이 변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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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사건에서 김기춘이 이런 날벼락을 맞지 않을 방법은 하나 있었다. 항소장을 낼 때 한줄 두 줄이라도 항소이유를 써넣었다면 말이다. 그저 이렇게 말이다.

“원심판결은 증거판단을 잘못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고, 가사 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선고형량이 심히 부당함(자세한 내용은 추후 항소이유서로 써내겠음)”

만일 이런 말을 항소장에 써놓았다면, 법은 항소이유를 써낸 것으로 보기 때문에,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항소기각을 할 수는 없다. 이런 정도의 변호기술은 일반 변호사들에겐 상식에 속하는 일인데...어찌해서 김기춘의 항소장엔 이런 말도 없었을까?(혹시 모른다. 만일 이런 취지의 말이 김기춘 항소장에 기재되었다면 이 사건 항소심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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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어쩌랴. 이미 물은 엎어졌으니.... 김기춘은 이제 최소 3년 실형 살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게 그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