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수의 적정화와 법학교육의 정상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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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기간 중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할 주제에 대해 한 마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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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변협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했다. 변호사 수의 적정화를 위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 최근 변호사 수의 급증으로 변호사계가 매우 어려워지자 변협이 그 대책을 논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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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의 변호사 수는 2만 명이 넘는다. 적정 수에 대해서는 논자에 따라 달리 말할 수 있다. 아직도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친다는 사람도 있고, 법률수요나 경제 사이즈를 고려하면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게 있다. 너무 짧은 시간 내에 변호사 수가 급증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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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면 이렇다. 1907년 우리나라에 최초의 변호사가 탄생했다. 당시 수는 3명이었다. 그로부터 100년 후인 2007년 1만 명의 등록변호사가 탄생했다. 그런데 또 다른 1만 명의 변호사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년이다. 이 정도면 변호사 수의 급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변호사가 급증한 나라는 문명국가 중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니 변호사계가 이 문제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갖고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직역이기주의라고 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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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수가 이렇게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2009년 로스쿨 설립 이후의 변호사 양산체제다. 2012년 이후 탄생한 신규 변호사 수만 7천 명이다. 변협은 변호사 수를 줄이기 위해서 로스쿨 정원 감축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연 2000명 선에서 1500명 선에서 줄이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체로 1년 배출 변호사 수를 1000명 선으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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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토론자로 참여해 변호사 수의 급증으로 변호사계가 심각한 상태에 빠진 것을 십분 이해하지만 변협이 한 가지 놓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것은 변호사 수가 급증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대학에서의 법률소양을 갖춘 인재배출은 격감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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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제공하는 법학교육이 오로지 법률실무가인 변호사 배출에 있지는 않다. 대학은 그동안 학부생들에게 전공과목 혹은 선택과목으로 다양한 법학과목을 가르쳐 왔다. 이런 교육을 바탕으로 학생들은 국가기관, 공공기관, 기업, 언론사 등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학문에 뜻있는 학생들은 대학원으로 진학해 공부하고 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그런데 로스쿨 출범 이후 대학의 법학교육은 고사 직전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제대로 공부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고 더욱 학문으로서의 법학은 거의 파탄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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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5개 대학에서 법학과가 없어짐으로써 학부과정에서 법학을 가르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치로만 보아도 얼마나 심각한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로스쿨 출범 직전 전국에서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 총수(학부 전 학년 학생 수 및 석박사 수)가 대략 7만 명이었다. 지금 그게 약 반으로 줄었고, 향후 더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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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한 기본학문이다. 이런 학문을 대학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연구하지 못한다는 것은 비정상이다. 로스쿨 만들어 변호사만 급증시켜 과도한 경쟁 상태를 만들어 놓고, 정작 사회전체가 필요한 법률수요는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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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적정 수의 변호사와 적정한 법학교육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어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힘주어 말한 것은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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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을 갖고 있는 25개 대학에 법학부를 부활시키고 로스쿨의 정원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단 학부 법학교육은 다시 정상화되고 법학의 학문성은 부활된다. 법학부가 부활되면 로스쿨은 법학을 공부한 학생들이 주류가 되어 심화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비법학부 출신 학생들에겐 1년 정도 수학기간을 연장하면 된다. 이런 경우 변호사 시험 합격률을 낮추어 수를 통제하면 안 된다. 합격률을 낮추면 로스쿨은 수험기관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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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가 또 하나 강조한 것은 변협의 법학교육에서의 리더십이었다. 변협이 변호사 수에 올 인하지 말고 법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면서 자연스럽게 적정 변호사 수를 찾으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로스쿨 평가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찾고 로스쿨 법학교육의 개선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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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법학교육의 개선은 어느 기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변협도, 대법원도, 법무부도, 교육부도, 시민사회도 할 수가 없다. 모든 기관이 손을 맞잡고 숙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 기관을 모두 토론의 장으로 끌어낼 리더십이 필요하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대통령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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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새 정부에서 법률가 수의 적정화와 법학교육의 정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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